한국 이민자 기억
겉절이 좋아하는 나는 한국 아줌마 (by 율리아)
차미경
게시일 2024.11.07  | 최종수정일 2025.01.15


2007년 만든 활동 문집의 화두는 가족이다. 

문집 기록물을 만들기 위해 여성들은 배운 글자로 꼬박꼬박 글씨를 쓰면 문장을 완성하였다. 평소 말로 들을 수 없던 가족들을 향한 그리움, 떠나온 사람의 미안함, 현재 가정에서 느끼는 즐거움, 한국에서 살면서 느낀 어려움 등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덕분에 우리는 말로 다 알 수 없는 사람의 깊이를 다시 느끼곤 했다. 
아래 글은 문집에 실린 율리아 선생의 자기 일상 소개이다. 


겉절이 좋아하는 나는 한국 아줌마

 
율라 / 러시아
 
나는 2003년에 한국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지금은 4살 된 예쁜 딸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처음 한국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매운 음식과 서투른 한국어로 생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김치를 너무 좋아하게 되었다. 특히 겉절이를 좋아해서 한국 음식 중에서 가장 자신있게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됐다.
 
나에게 한국 요리를 가르쳐준 사람들은 우리 아파트에 함께 사는 동네 아줌마들이었다. 모두들 친절하게 도와주고 가르쳐주었다. 맛있는 음식을 해서 초대해주시고 우리 아이도 잘 돌봐주었다. 한국 아줌마들은 참 마음씨가 좋다. 그리고 아직 한국어를 마음대로 표현할 수 없어서 열심히 한국어 교실에도 나가고 아이와 동화책도 읽으며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어서 빨리 한국어를 잘했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 갈 때쯤이면 한국어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국에서 불편한 것은 아이와 외출을 하면 한국 사람들은 우리 아이가 예쁘다며 자주 얼굴을 만진다. 러시아에서는 남의 아이를 만지는 것은 실례인데 한국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예쁘다며 만져서 아이가 무서워 울기도 한다. 솔직히 처음에는 나도 무척 싫었는데 한국 사람들은 예쁘다는 표현이라고 해서 기분 나쁜 것이 많이 없어졌다.
 
이제 날씨가 조금 더 따뜻해지면 우리 가족은 낚시하러 갈 것이다. 우리 식구와 시댁 식구들은 낚시하는 것을 아주 좋아해서 여름이면 주말마다 인천 앞바다에서 지낸다. 망둥이와 장어, 낙지 등이 많이 잡히는데 매운탕도 끓여먹고 남편은 회로도 먹는다. 나는 회를 좋아하지 않는데 초고추장에 찍어서 먹으면 조금 맛있는 것 같다. 러시아 친구들을 만나면 친구들이 나를 한국 아줌마 같다고 이야기 한다. 물건도 잘 깎아 달라고 하고 수다도 많이 떨고 남을 잘 도와준다고 말이다.
그런 나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나는 한국에서 갈고 있으니까 한국 아줌마야라고 말이다




이 글은 2007년 한국어교실에 나온 율랴가 한국어를 배운 후 직접 쓴 글로, 아시아의친구들 이주여성 활동 문집에 소개되었다. 

한국어  타이핑  - 신대연 
포스팅 - 차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