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베트남 평화인권기행 후기(이영분)
신대연
게시일 2026.05.13  | 최종수정일 2026.05.13


베트남 평화인권기행 후기(이영분)
  
사랑하는 딸 민서에게
 
사람들에게 첫 경험은 아주 큰 의미가 있고 그것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곤 하지.
그것이 때론 살아가는 힘도 되고 서로를 연결시켜주는 고리가 되기도 한단다.
민서에겐 이번의 첫 해외여행이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그냥 짐작해 보면서 편지를 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하롱베이일 거라며 떠나기 전 설레임을 가득 안고 잠이 들었던 생각이 나.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세계에서 가장 경관이 뛰어나다는 곳 중 한 곳이었지만 엄마는 더 아름다운 것을 이미 마음에 두었던 터라 그 경관이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단다.
그게 뭐였을까......
 
공동체는 탁월한 개인보다 언제나 지혜롭다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 도안응이아씨와 밀라이 박물관장의 성장기를 들으며 이웃을 살피고 돌보는 일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어. 학살 피해자 가족들의 눈물겨운 성장기와 마을 사람들의 돌봄......우리나라도 그런 시절이 있었을 텐데 고도의 경제성장은 삶에 풍요로움은 가져다 주었지만 공동체는 무너지게 했지.
꿋꿋이 살아주어 다행이다 하는 생각과 함께 이제는 우리가 넛지의 힘으로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아름다움을 지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빵을 나누어야 할 텐데 빵을 나누는 일도 권장할 일이긴 해. 그러나 한시적인 시혜의 차원을 넘어 정책과 구조를 바꾸는 일 또한 함께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을 했단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 빵을 나눌 때는 나를 성자라 하더니, 그 가난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하니 나를 빨갱이라 하더라.’던 카마라 대주교의 말처럼 되더라도 정신대 할머니들을 두 번 죽이는 일본 정부와 같은 일을 우리가 베트남 사람들에게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어.
 
나라를 위해 싸웠고 미국을 위해 베트남에 간 것은 언젠가 나와 내 공동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국가가 지켜줄 것이라는 신뢰 때문이야.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해 더러운 전쟁에 참가했다는 참전군인들의 명예는 그렇게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들의 분노는 여러 신문지면들을 장식했지만 아직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단다. 미국을 위해 베트남에 간 사람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 또 왜 죽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간 베트남 사람들의 혼을 위해서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예의를 비용으로 생각하면 안 된단다. 그런 비용 때문에 나라가 거덜나게 생겼다고 협박해도 안 되지. 권리를 위해 손 내미는 것을 미안해지게 하면 안 된단다. 그것은 소녀상이나 세월호를 두 번 죽이는 일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야. 사람은 죽었는데 책임자는 없고 그렇게 묻혀져 가는 진실이 너무 안타까워서 엄마는 그냥 가슴이 멍해져 있었단다.
 
너무 얘기가 무겁구나.......
엄마는 딸과의 베트남 평화기행이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주었다고 믿고 싶고 그것이 민서 네가 올곧게 성장하는데 조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언젠가 다시 베트남에 갔을 때는 서로 활짝 웃으며 굿모닝 베트남 인사할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해본다.
 
또 한 번의 베트남 기행을 꿈꾸며.....
 
이 영 분(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