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순회진료
2017 김포지역 이주민 순회진료 현장스케치
신대연
게시일 2026.05.22  | 최종수정일 2026.05.22


2017 김포지역 이주민 순회진료 현장스케치
 
박지원(자원활동가)
 

1112일 오전 10시 반 남짓한 시간,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율생리에 위치한 어느 허름한 주차장이 보이자 차가 멈췄습니다. 꼬불꼬불한 태국어 아래로 ‘000마트라고 써있는 간판이 보였습니다. 마트 안에는 진료를 기다리는 것 같은 이주민 예닐곱 분이 당구를 치고 있었습니다. 당구장에서 문 하나를 더 여니 태국 음식 특유의 비릿한 향신료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태국 식당과 태국 식자재 마트가 함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태국 이주민들의 아지트 같았습니다. 오늘 가장 중요한 장소가 될 진료소는 다름 아닌 주차장이었습니다. 켜켜이 쌓인 먼지와 파리떼를 보자 걱정되었습니다. 제가 상상했던 진료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아무리 단 하루만 운영되는 임시 진료소라고 해도 말입니다. 이주민을 위한 최소한의 복지가 부재하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슬프지만 감사하게도, 그 부재는 누군가의 관심과 애정으로 채워짐을 느꼈습니다. 이번 김포지역 순회진료를 주관하는 희망의 친구들을 비롯한 여러 봉사단체들 그리고 고양 명지병원의 마음 덕분입니다.
 
오후 1시 무렵부터 차례대로 접수가 시작되었고 명지병원의 이동용 건강검진차량을 이용한 흉부 X-ray 촬영과 신체계측(신장, 체중, 비만도), 혈압체크, 혈액검사, 소변검사, 혈당검사, 심전도검사 등이 실시되었습니다. 농서울마트를 찾은 대부분의 이주민들은 공장 노동자들이었습니다. 감기 몸살부터, 중금속 오염과 같은 산업재해 피해자로 의심되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이유로 이곳을 찾았습니다. 이렇게 어디가 아프고 불편해도 병원에 찾아갈 수 없는 이주민들의 사정은 따로 있었습니다. 상당수의 이주민들은 이미 만료된 비자를 들고 왔습니다.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불법체류자였습니다. 그 중에는 한국어를 웬만큼 할 줄 아는 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통역이 필요했습니다.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어 구사가 가능한 외국인 자원봉사자 분들의 도움으로 의사소통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검사를 끝마친 이주민들은 곧장 귀가하지 않고 남아서 당구를 치거나 식사를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 주의 시작을 앞두고 마지막 휴식 시간을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진료가 모두 끝난 뒤 저녁으로 먹었던 태국식 볶음밥의 그릇이 바닥을 보이기 전까지 농서울마트의 당구장은 시끌벅적했습니다. 주말이 가고 월요일을 맞게 될 이주민들의 모습을 상상해봤습니다. 그들 역시 월요일병을 앓겠지만, 그래도 먹고 살아야한다며 출근하겠죠. 내일도. 모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