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연대
네팔에서 온 편지2
신대연
게시일 2026.05.29  | 최종수정일 2026.05.29


네팔에서 온 편지2
 
오늘(512) 네팔에 있는 최근정님으로부터 다시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모금에 참여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아래에 편지전문을 올립니다. 2차 모금에도 많은 정성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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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카엘에서 아직도 기억나는 문장이 있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그 때 ''는 아파트에서 아래 정원을 내려다 보고 있었을 겁니다.
새해 아침이었는데, ''가 정원을 내려다 봤을 때, 그 순간 나무에 걸려있던 양은 냄비가 파지직 두 조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는 계속 말합니다.
나무에 걸려 있던 양은 냄비가 부서진 것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이 이루어지기까지 끊임없는 준비가 있었을 거라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햇빛이 내리 쬐었고 밤이었다가 날이 밝아 아침이 되고 다시 저녁이 되는 그 시간을 지나 양은 냄비는 그 순간, 파지직 부서졌다고.
 

어제는 우리 센터 사람들과 함께 다딩에 갔습니다.
쌀 만 킬로, 이십오킬로짜리 사백포를 싣고 구십킬로 거리에 있는 다딩을 가는데 무려 세 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한국 속도와 한국의 도로로 치자면 한 시간이면 갈 거리입니다.
콧속과 귓속에 흙먼지가 들어가는 가파른 언덕을 돌아 닿은 다딩.
 

높고 큰 산 안에 돌과 흙과 물로 지은 집이 거기 있었습니다.
 
 
다딩으로 가는 길
다딩에서 돌아오는 길
무너진 집들을 보았습니다.
더 참담한 건, 무너지려는 집들이었습니다
기우뚱, 기대듯 쓰러져 있는 건물을 본 뒤론 내내 모든 건물이 왼쪽으로 기울어 보였어요
기우뚱, 쓰러질 듯 기대어 있는 그 건물을 보는 마음이 참으로 참담했습니다.
순간, 양은 냄비가 파지직 소리를 내며 두 조각 났지요
순간
순간
순간
얼마나 자주 얼마나 가볍게 나는 이 말을 썼던가요!
 

여러 사람들이 걱정하여 안부를 묻는 글을 보냈는데 지난 한 주는 너무 참담하여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사무실 접근 자체가 공포스럽고 식은땀이 났고 계단이 자꾸 울렁거리고 바닥이 스펀지처럼 푹푹 꺼지는 느낌에 까무러쳐 하루종일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아무 근심없이 린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그 마음
썬토스가 태워주는 오토바이에 앉아 버스 뒤꽁무니에 적힌 재미있는 문장이나 보던 그 아침
, 어쩜 이리 많을까, 지리산 정상보다 더 해 하면서 바라보았던 별들
우리집 일층에다 동네 녀석들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자며 커겐과 라진과 함께 즐거워했던 밤
 
 
신문을 읽을 수는 없지만 소문을 듣습니다
참 온순하고 따듯한 네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다시 합니다
다투고 헐뜯는 이야기가 잘 없습니다 이 난리 중에도 사람들은 서로 어루만지고 달랩니다
간혹 길에서 오토바이와 차가 사람과 오토바이가 부딪히면 그 전보다 예민해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지만 그 정도도 없으면 어떻게 견디겠나요
 

도와주십사하고 메일을 보내고 그 글을 한겨레21에도 실었습니다
많은 분들 덕분에 제 통장에 오늘 이천만원이 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아침, 커겐 라진 프라바 버럿 써힐렌드라가 모여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루 한 끼를 먹고 돌을 깨거나 농사를 지어 사는 돌라카 지역 이천백집에 쌀 십킬로 달() 이킬로 소금 일킬로 식용유 한 봉지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한 집당 우리 돈으로 칠천 오백원 정도입니다
네다섯 식구 일주일도 안 돼 끝날 쌀 십킬로를 나누는데도 천오백만원이 넘게 들어갑니다

 
시아버지, 커겐, 라진, 프라바, 버럿이 모레 돌라카로 가려고 합니다
운송비를 아끼기 위해 물품은 된다면 돌라카 근처에서 구입하기로 했고 사람들도 최소 인원으로 꾸렸습니다
정 그 곳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은 카트만두에서 싣고 가기로 했고요
커겐이나 저 둘 중에 한 사람은 린이를 돌봐야해서 힘센 커겐이 가기로 했습니다
여진도 있고 어제 오늘 천둥도 치고 센 비도 내립니다
 
 
조금씩 기운을 차리고 있습니다
재건,
다시 일어선다,
다시 일어서야 하는 네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