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에서 편지] 여러분의 연대에서 희망을 품으며
※ 이 편지는 팔레스타인과 함께 하는 모임에 참여하는 아시아의친구들 요청으로 가좌지구에서 활동 중인 [팔레스타인 자유와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그리스도인들의 모임, 샤빌센터]에서 보내온 편지입니다. “사빌 센터” (Sabeel Ecumenical Liberation Theology Center, https://sabeel.org )
새로운 편지가 도착하면 한국어로 번역하여 국내 시민들, 이주민들과 함께 공유할 예정입니다.
-첫번째 편지-
한국에 계신 친애하는 연대 단체에게 드립니다.
제 이름은 엠마뉴엘입니다.저는 지금 가자에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이 곳 가자는 매일, 이스라엘 점령군이 가하는 공격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저는 그저 먼 나라에 살고 있는 누군가가 아니라, 여러분이 상상하기 힘든 투쟁으로 점철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명의 젊은이로서 이 편지를 씁니다.
지난 두달 동안 우리는 깨끗한 물 없이 살고 있습니다.오직 비가 올때만 그나마 숨쉴여유가 생깁니다.잠시나마 쓰디쓴 소금맛이 나지않는 물이 어떤 맛이었는지 상기할 수 있는 순간입니다.그 물맛은 이제 우리가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사치와도 같습니다. 이곳에선 전기도 귀합니다. 매일 핸드폰 충전하는 일은 고역입니다.하지만너무나 중요한 일입니다.우리가 사랑하는 이들과 서로 연락하고, 위급한 상황에서 의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선이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이조차 불안정한 통신 상황 때문에 겨우 가능한 때가 다반사입니다. 저희 가족과 저,그리고 80명쯤 되는 다른사람들은 좁디 좁은 방 하나를 나눠쓰고 있습니다.개인적 사생활과 안락함은 이미 잊혀진지 오래된 사치입니다.방 안에는 배고픈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가득합니다.이 아이들이바라는 것은 그저 전쟁이 끝나고 ‘샌드위치 먹기’ 같은 기본적 일상을 누리는 것입니다.
두려움은 우리를 놓아주지 않고늘 붙어다닙니다.그러나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그 다음에 벌어질 일입니다.묘지자리가 이미 다 찼다는 이야기가들립니다.우리는 소름끼치는 상상에 사로잡힙니다.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개나 다른 배고픈 동물의 먹이가 되지 않을까 두려워집니다. 이 편지를 쓰는 지금,저는 제 앞날이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이 편지가 낭독되는 순간 저는 아직 살아있을까요?이 글을 쓰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뉴스 채널에서 우리 가자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도하지 않나요?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우리 목소리가 진심으로 세상에 닿기위해서는 가자 사람들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필요할지 모릅니다.
두려움,불확실함,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꿈을 꿉니다.우리 자신에게조차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는 그런 꿈 말입니다.침대에서 잠을 자고,텅 빈 배를 부여잡으며 잠들지 않아도 되고,다음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꿈입니다.그것은 환상이 아니라 그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바라는 꿈은 바로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1948년 우리 조부모님들이 시온주의 민병대에 쫓겨 강제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 고향으로 말입니다.
우리의 땅과 존엄성을 되찾겠다는 이 꿈만이 지금 우리를 지탱해주는 유일한 힘이며, 우리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저희에게 연대하길 바란다면,우리 투쟁의 대의를 온전히 받아들여주기를 호소드립니다.그 어떤 타협 없는, 정의를 향한 우리의 요구를 지지해주세요.
이 투쟁은 저희 가자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이 세상에서 천대받는 모든 이들,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 투쟁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싸움입니다.우리는 모두 정의가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점을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엠마뉴엘입니다.
저는 이름이 있고,꿈이 있고,흔들리지 않는 결의가 있습니다.저의 투쟁은 제 자신이나 제 민족 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유와 정의를 갈구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것입니다.여러분이 보내주시는 지지와 이해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연대에서 희망을 품으며,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엠마뉴엘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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