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 호주 시드니 캠시(Campsie)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호주 한인 민족민주운동 단체 ‘한국민족자료실’(KRC, Korean Resource Centre)은, 1988년~1989년 무렵의 뜨거웠던 호주 한인 운동사(史)를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핵심 단체입니다. 당시의 기록을 톺아보면 이들이 남긴 굵직한 궤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1980년대 후반, 호주 민주화·통일 운동의 거점
1980년대 중후반, 대한민국 내부의 민주화 열기와 6월 항쟁의 흐름은 호주 이민 사회로도 고스란히 이어졌습니다. 당시 강병조 대표 등을 중심으로 캠시(14 First Avenue)에 자리 잡았던 한국민족자료실(KRC)은 단순한 도서 대여 공간이 아니라, 호주 내 진보적 한인 청년들과 동포들이 모여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도모하던 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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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항쟁 진실 알리기: 광주의 참상을 담은 비디오(이른바 '광주 비디오')를 동포들과 함께 상영하며 전두환 정권의 폭거와 광주의 진실을 현지에 알리는 데 앞장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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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노태우 대통령 방호 시위: 1988년 11월 노태우 대통령이 시드니를 방문했을 때, KRC는 시드니한인회를 설득해 만찬 불참을 이끌어냈고, NSW주 의사당과 만찬장 앞에서 책임자 처벌과 조국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격렬한 반대 시위를 주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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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역사적인 '남북 공동응원': 1989년 호주에서 열린 세계 남자아이스하키 선수권 대회 당시, 분단 이후 최초로 시드니 한인회와 협력해 남북 선수단 모두를 아우르는 남북 공동응원을 펼쳐 교민 사회에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임수경 평양 축전 참가 지원과 파장
한국민족자료실(KRC)이 국내외 언론에 대서특필되며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사건은 1989년 전대협 대표 임수경 양의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 참가를 막후에서 도운 일이었습니다.
당시 호주 연합교회(Uniting Church)의 의료선교사로 부산 일신기독병원에서 근무하던 김진엽 선교사(KRC 활동가)가 임수경 양의 북한 방문을 도왔다는 혐의로 국내에서 18개월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KRC의 강병조 대표 등 한인 대표단 역시 북한을 바르게 알리는 운동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목적으로 평양 축전에 직접 참가한 후 호주로 돌아와 시드니 시티 연합교회(Pitt St Uniting Church)에서 북한 방문 보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후 KRC는 체계적인 청년운동조직을 건설하기 위해 준비 과정을 거쳐 '재호한국청년연합(재호한청련)'을 출범시켰고,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호주본부 등과 연대하며 호주 내 대표적인 민중·통일 운동 세력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습니다.
비하인드 한 토막: KRC의 출범과 활동에는 호주의 대표적인 진보 성향 아시아학 학자이자 《한국전쟁(Korea: The Unknown War)》의 저자인 호주국립대(ANU) 개빈 맥코맥(Gavan McCormack) 교수 등 현지 진보 지식인들도 깊이 연대하며 지지를 보냈습니다.
척박했던 이민 사회 속에서도 조국의 자주·민주·통일을 위해 목소리를 냈던 '사람 중심의 역사(민중사)'가 담긴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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