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150년 이주의 역사적 의미와 오늘 미래에 대하여

11월 마지막 날 토요일 오후 '고려인 150년 이주의 역사적 의미와 오늘, 미래' 심포지움이 국회의원실에서 열렸습니다, 참석자들 대부분은 준비의원들과 해외 고려인, 국내 고려인들이었습니다. 여느 시민단체의 토론회보다 연로하신 분들도 많이 참석하셨습니다.

잘 사는 나라(대개가 미국과 캐나다)로 이사가면 이민이고 살기 어려워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이주' 로 취급되는 이상한 구별은 고려인 이주의 역사가 다문화이해에도 끼지 못하는 가려진 역사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참석자 한 분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고려인과 고려도 구별하지 못하는 역사 속에서 지금 우리는 살고 있고 고려인들은 다문화 혜택은 커녕 끼지도 못하는 사람들이라구요"

내년 150주년을 맞이하며 참석자들 간에 약간은 들뜬 발언들이 오갈 때 전 러시아대사님은 고려인 후손들의 주관심은 한국이 아니라 러시아라는 말을 하셨습니다. 러시아에서 일하는 기회를 찾는다는 것이지요 왜 그럴까요? 언어 때문입니다. 그동안 남도 북도 연해주 고려인이주의 좋은 친정은 아니었습니다. 150년 세월이 다가도록 제대로 된 교류와 자유 왕래가 없었느니 중국 조선족과 달리 대부분 고려인 후손들은 한국어도 조선어도 거의 알지 못합니다. 새삼 고려인 이주에 국가와 시민단체들이 관심을 갖는다면 그분들이 사는 곳에서 한국어와 문화를 배워서 현지에서 더 잘 살도록 배려하는 정책사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이 됩니다.

고려인 후속들이 설상가상으로 체류 연장 비자를 받아도 이곳에서의 삶은 외국인노동자로서 3D업종에서 일하는 것, 그로 인해 본국 가족들과 이산가족이 되는 어려움만이 쌓여 갑니다.

150주년을 맞이하면서 고려인 이주후손들에게 자유왕래대신 체류의 자유를 조금 더 허용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삶을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세계경제위기가 일자리의 위기로 맞물리는 현실에 한국의 제한된 체류허용과 방문허용은 러시아 다음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체류 현실이 그대로 간다면 함께 체류할 수 없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떠난 부모들을 그리워하며 이산가족으로 살아야 할 것이고, 부모들은 좀 더 벌기 위해 이 땅을 선택할 것입니다.

중국 조선족 거주지역의 어린이들이 고아아닌 고아처럼 살아가는 현상이 연해주에서 다시 재현된다면 그 가족의 아픔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 것일까요? 이왕에 정부가 이분들을 위해 잊혀진 역사 속에서의 아픔을 재조명하며 친선과 교류를 새롭게 고민한다면 제일 먼저는 가족, 친지간의 자유왕래가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고려인후손이라지만 사실 국내에서 거주하는 고려인들은 할머니의 숨결이 느껴지는 고향의 편안함을 느낄 기회 조차 없습니다. 대신 3D업종, 의료진료의 어려움, 연고없이 치러지는 장례, 그리고 고려인 며느리가 아닌 우즈베키스탄 국제결혼 여성으로 살아가는 고달픔이 더 큽니다. 카자스탄에서 오늘 행사를 위해 비행기에 오르신 고려인 의사선생님은 병이 깊어갈수록 큰돈을 요구하는 의료재단들에게 단단히 화가 나셔서 한국의 의료현실을 심하게 질타하셨습니다.

회의가 마칠 무렵 오래 전에 읽었던 책 한권이 생각낫습니다.

정동주 소설가님이 1990년대부터 10여 년 러시아 인근을 오가며 눈물로 기록한 <까레이스키, 또하나의 민족사. 우리문화사 출판> 책입니다. 정동주 선생님은 눈물로 고려인들을 만나고 취재하시며 사람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은 우리 민족이 처한 작금의 현실을 개탄하셨습니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고려인들이 연해주 500만평을 개간하여 그 땅에 밀을 경작하여 기근에 시달리는 북한동포들과 함께 나눠 먹자며 열의를 보이신 일이야말로 우리가 기억하고 만나야 할 고려인의 마음이라고 역설하셨지요.

다문화가 아니라 '다분화' 현실에서 지금 우리는 고려인 이주 150주년을 맞이해야 할 형편입니다.

아시아의친구들에서도 차분히 이 과제를 풀어가려고 합니다. 지혜를 함께 모을 150주년 준비를 위한 원탁회의에 참석한 것도 바로 그 까닭입니다.

- 차미경 (뉴스레터 편집팀, 前아시아의 친구들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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