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닮아 단단하고도 유연하게 살아오신 삶들
미추홀시민기록단 허은영
2022년을 앞두고, 학산문화원 시민기록단 2기 모집 공고를 접한 순간부터 ‘코로나 감옥’ 탈출은 시작되었습니다. 운동화 끈은 이미 단단히 묶어 두었기에 불러만 주신다면 어디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렇게 한달음에 달려간 곳이 ‘숭의 목공예마을’이었습니다. 미추홀구청 앞을 지나 사거리를 한 번 지나고, 두 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면 콧수염에 베레모를 쓴 ‘제페토’가 명랑만화 버전의 웃음을 웃고 있는 그곳입니다.
사실은 현실의 제페토들이 터를 잡고 강산이 몇 번 바뀌고 나서야 목공예센터가 생겼는데도 그 거리를 걸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 제가 22년, 한 해 동안 십년지기 친구 집보다도 더 많이 방문한 곳이 목공예마을이 되었습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눈 감고 찾아가라고 그러면 못 찾겠지만 두 눈 똑바로 뜨고는 정말 잘 찾을 수 있을 정도로요.
첫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상감기법의 장인 ‘미추홀공예사’ 대표님이셨습니다. 상감기법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사업체를 크게 운영하셨던 대표님은 예술가이자 발명가이며 나무 박사님이십니다. 대표님 이야기를 듣노라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만큼 나무와 함께한 인생이 머릿속에 그려져 한동안 여운이 계속됐을 정도였습니다. 못다 한 이야기는 또 얼마나 많으실까요.
목공예마을의 젊은 세대이신 ‘준아트’ 대표님은 벽화와 우드버닝 작업을 넘나드는 예술가이자 수제 우드펜 작업도 하시는 목공예마을의 ‘블루오션’이신 분입니다. ‘아카이빙’ 선배이기도 하신 대표님의 배려 덕분에 인터뷰 과정은 동네 사랑방처럼 따뜻했습니다. ‘자유’와 ‘봉사’라는 자칫 어울리기 힘든 두 단어가 공존하는 대표님 인생에 경의를 표합니다.
‘명진공예사’ 사장님은 참으로 나무를 닮아 정직한 삶 그대로를 보여주신 분입니다. 삶의 나이테를 숨김없이 보여 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많은 말보다는 작품으로, 작업으로 보여주신 인생을 다 담지 못해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우리들, 기록을 열망하고 기록으로 모인 시민기록단 덕분에 마음의 다락방에 깊이 넣어둔 ‘열정’을 꺼내어 먼지를 닦고 기름칠을 한 한 해였습니다. 무척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