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의 나날을 기억하며
미추홀시민기록단 허은영
2023년 여름,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는 우리들의 품에 텃밭에서 애써 키운 고추를 한 아름 안겨주시던 강병욱 이사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 땅에서 한 때 눈부시게 하얀 소금을 생산하느라 염부들은 돌굴레를 끌며 바닷물보다 짠 노동의비지땀을 흘렸겠지요.
또 이 땅에 몇만 톤의 철강 제품이 뜨거운 불을 내뿜으며 쏟아져 나오고 하루 종일 현장을 오가던 노동자들의 바쁜 발자국이 찍히고 그러는 동안, 이 땅을 무겁게 짓누르던 고철들이 실려 나가고 노동의 무게를 벗어던진 땅이 가볍게 부풀어 이제 고추와 깻잎을 키우고 초록의 잎들에 생명을 채워 넣고 있었습니다.
2024년 겨울, 다시 찾은 부국철강공업은 역대급으로 내린 첫눈에 텃밭이 하얗게 덮여 땅은 휴식의 시간에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제품을 싣고 분주히 계근대 앞을 오갔을 짐차들의 무게도, 주야로 제품을 생산했던 육중한 설비시설도, 작업대 앞을 지키며 생산 현장에서 바쁜 하루를 보냈던 노동자들도 떠나간 후 부국철강공업의 대지는 잠시 쉬고 있는 듯합니다.
그 땅을 한결같이 지키고 있는 장영복 부사장님, 강병욱 이사님, 그리고 오기석 부장님은 가족같이 닮은 모습이십니다. 철강 수출을 주도했던 기계산단의 산업역군들은 이제 부국철강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 계절을 쉬고 땅은 또 노
동의 숨 고르기를 할 것 같습니다.
위 글은 23-24년에 걸쳐 진행한 인천기계산업단지 기록과정에 참여한 미추홀시민기록단의 후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