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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점_구두장인의 오브제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에는 동양화점이라는 구두 공방이 있었다. 나는 2020년 여름, 공간조성 프로젝트를 의뢰받아 동양화점을 처음 방문했다. 두 달 뒤, 구두 공방이었던 ‘동양화점’은 지역과 주인의 흔적을 품은 동네 쉼터로 만들어졌다. 40년 동안 한 곳을 지켜온 동양화점의 구두 장인은 2020년 4월에 생을 마감했다. 과거의 흔적을 간직한 새로운 공간으로 기획된 ‘동네박물관_동양화점’ 작업을 하고 있으면 오가던 주민들은 호기심으로 들여다보곤 했다. 할아버지에 대한 많은 질문을 받았고, 동시에 나도 이 물건과 공간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오래된 물건은 그것을 사용하던 주인의 손길과 체온, 지역과 공간의 사연까지 머금고 있다. 나와, 함께 작업한 이들은 동양화점의 수많은 물건 중 각자의 기준으로 보존할 오브제를 골랐다. 주인과 쓸모를 잃었던 사물들은 선택한 이의 취향과 개성을 머금고 새로운 의미로 태어났다. 작업하는 동안, 선택과 사물과의 관계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쓸모를 잃은 동양화점의 물건들이 나에게 선택된 순간, 그것은 앞으로 어떤 의미를 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