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뭉클 동아리를 만나다
강서음악사랑예술단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공연 봉사활동 <강서음악사랑예술단>
단장 | 박재선
강사 | 고수자
회원 | 고영순, 박인자, 한인자, 박선영, 조정의
인터뷰 일자 | 2020년 10월 28일
인터뷰 장소 | 강서음악사랑예술단 연습실
인터뷰/글 | 현승인 (2020 강서구 생활문화활동가)
사진 | 정경일(PopCon)
장구치고 소리하는 게 만병통치약
Q. 퓨전가요장구라는 장르가 생소합니다. 이런 독특한 장르를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건가요?
고수자
전 장구를 가르치고 제 남편이기도 한 박재선 단장님은 양악을 가르쳐요. 전공이 드럼이에요. 장구와 드럼은 많이 달라요. 장구는 쿵편이 왼쪽인데 드럼은 오른쪽이죠. 그런데 장구와 드럼을 같이 연습해보니까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예전에 제가 가요로 무명가수 생활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노래까지 부르면서 민요와 가요를 퓨전으로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던 거죠. 둘이 같이 연습 을 하다 보니까 너무 좋고 둘이서만 하기는 좀 아까운 거예요. 그래서 원래 국악을 배우던 우리 회원들이랑 같이 예술단을 만들 어보자, 해서 이렇게 <강서음악사랑예술단>을 만들게 됐어요. 여기 계신 회원분들은 저랑 같이한 지 정말 오래되신 분들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만든 지가 벌써 7년 됐어요.
박재선
그리고 이런 음악으로 공연 봉사를 하고 싶었어요. 저희가 강서구 에 사니까 강서구에 있는 요양원이나 아니면 경로당, 복지센터 등 에 공연 봉사를 해보자는 취지를 가지고 <강서음악사랑예술단>을 만들게 되었어요. 제가 가진 재주를 외로우신 어르신들에게 나눠 드리고 싶어서요. 봉사를 다녀오면 나 자신이 행복감을 느껴요. 어르신들이 너무너무 좋아하시니까. 그래서 그게 계속 꾸준히 하게 됐어요.
Q. 두 분은 원래 프로로 음악을 하셨던 분들이지만, 나머지 회원분들은 아니시잖아요. 이렇게 어려운 장르를 긴 시간 동안 함께 하시기가 쉽지 않으 셨을 것 같아요. <강서음악사랑예술단>과 어떻게 함께 하시게 된 거에요?
고영순
집 앞 문화센터에서 고수자 선생님 민요 수업을 들었는데 너무 신 나는 거예요. 처음에는 호흡도 안 되고 노래도 안 됐는데, 두 선생님을 만나서 계속 연습을 하다 보니 생기고 너무 즐겁더라고요. 친구들 이랑 약속이 있는 날도 거짓말하고 여기로 온 적도 있어요. (웃음) 봉사활동 다녀오면 제 자신이 뿌듯하기도 하고 철도 든 거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즐겁게 살아갑니다.
박인자
저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우울증이 생겼었어요. 그래서 누가 장구를 권해서 했는데 하다보니까 용기가 생기는 거에요. 그래서 민요까지 하게 됐어요. 사람들과 봉사활동도 다니면서 사랑을 배웠어요. 제가 봉사를 하러 갔는데 오히려 그분들에게 사랑을 배운 거에요. 그러다 보니 우울증도 치유가 됐어요. 저도 회사에서 어디 놀러 가 자고 해도 거기 안 가고 여기로 와요. (웃음) 너무 좋으니까.
한인자
저는 시작한 지 오래되긴 했는데, 직장 생활하느라고 참여를 많이 못했어요. 봉사활동도 많이 못가고요. 그래도 민요를 좋아하기 때문에 계속해야겠다는 마음은 들어요. 10년 전까지만 해도 열심히 했는데, 지금은 생각만큼 몸이 따라주지를 않네요.
박선영
저는 우리 아저씨 돌아가시고 2, 3년 있다가 배우게 됐어요. 제가 우울증이 막 오니까 누가 민요를 한번 배워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했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저희 엄마가 요양원에 있어서 그런지 요양원에 가서 봉사활동 다니는 게 참 재미있더라고요.
조정의
아들 둘이 키워서 출가시키고 나니까 나 혼자잖아요. 몸도 안 좋았 어요. 심장이 안 좋아서 3개월 동안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었어요. 외롭고 아파서 고수자 선생님을 더 찾았죠. 고수자 선생님에게 오랫동안 배우면서 고운 정 미운 정 다 들었어요. (웃음) 어떨 때는 정말 고맙고, 어떨 때는 야속하기도 하고요. 나이가 제일 많다 보니 모든 것이 뒤떨어져요. 마음은 그렇지가 않은데, 몸이 따라주지를 못하니까요. 그래도 아침만 먹으면 제 생각은 온통 다 여기에 있어요. 덕분에 이렇게 잘살고 있어요. 이 자리를 빌려 선생님, 단장님, 아우 들에게 감사드립니다.
Q. 만병통치약이네요. (웃음)
박인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흥이 있잖아요. 흥이 있으니까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장구 같은 거 두드리면서 들썩들썩하니까 스트레스가 풀려요. 소리하면 호흡이 좋아지니까 건강해지고요.
Q. 노래를 하면서 장구를 치는게 쉽지는 않잖아요?
고수자
어려워요. 장기간 연습을 해야 해요. 그런데 그걸 참지 못하고 배우다가 많이 중단하곤 하죠. 여기 계신 회원들은 다 오래되신 분 들이기 때문에 모두 노래하면서 장구를 쳐요. 물론 타고난 사람들도 있겠죠. 리듬감이 타고난 사람들은 1년을 해도 따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단점은 끈기가 없어. 그래서 중단해버리죠. 여기 계신 분들 은 꾸준히 오랫동안 인내심을 갖고 여기까지 오신 분들이에요. 초보자들이 와서 보면 다 놀라죠. 어떻게 장구 치면서 소리를 하냐고요. 그런 말을 들을 때 제가 보람을 느껴요.
골드카드와 한복, 공연 봉사의 훈장들
Q. 공연 봉사 활동을 많이 다니시잖아요.
그래서 단원 모두 강서구 자원봉사자 카드 중 가장 연 50시간 이상 자원봉사를 하신 분들에게만 발급되는 골드카드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고수자
일 년에 자원봉사 50시간을 채우면 골드카드가 나와요. 예를 들어 우리가 봉사하러 요양원을 가면 한 시간 정도 공연을 해요. 그런데 준비하시는 시간까지 합치면 2시간 정도 되죠. 이 2시간 봉사활동 으로 1년에 50시간 이상을 채우는 거예요. 봉사 공연을 많이 한 거죠. 골드카드가 있으면 강서구 공공시설 주차장, 문화센터 등이 20% 할인이에요. 그리고 강서구 소재 카센터, 미용실, 이발소, 목욕탕, 음식점 등 가맹점에서도 할인이 돼요.
고수자
엄청나게 많아요. 대회 나갈 때마다 의상을 새로 맞추니까요. 남들이 뭐라고 하냐면 고수자 사단은 의상 자체가 프로래. (웃음) 그래서 의상 값을 무시 못해요.
박재선
한복 대여점을 차려도 될 정도예요. 여기 계신 분들 평균 70벌 정도는 가지고 있을 거예요. 많은 사람은 100벌 정도 있어요.
Q. 와 대단하네요. 한복 값이 싸지 않은데.. 부담되지 않나요?
고수자
부담되죠. 그러니까 아까워서라도 여기오면 그만둘 수가 없어. 중단하고 싶어도 이 많은 한복을 입어야 되니까. (웃음)
조정의
집에서 누워있으면 장롱이 보이잖아요. 거기에 한복 걸려 있는 게 보여요. 그걸 보면서 저거를 언제 다 입어보나 싶어요. 그래서 혼자 있을 때 괜히 꺼내 입어서 이리보고 저리보고 해요. (웃음)
고수자
그래도 이렇게 의상을 갖춰 입고 봉사를 하면 그걸 보는 어르신들도 더 좋아해 주세요. 반응이 벌써 달라요. 평상복 입고 하시는 분들 하고는 차이가 엄청 난다고.
오랜 기간 쌓인 고운 정 미운 정
Q. 아까 고운 정 미운 정 이야기도 잠깐 나왔는데, 자세히 무슨 이야기인가요?
고수자
저는 아무래도 선생님이라는 타이틀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연습 하는 시간에는 회원들 관계 사이에 선이 있어요. 하지만 사적인 자 리에서는 그냥 가족 같아요.
고영순
열성으로 가르쳐요. 근데 열성이 좀 덜했으면 좋겠다 싶을 때도 있어요. (웃음) 우리는 사실 취미로 하는 거잖아요. 우리도 나이를 먹으니까 방금 들었던 것도 까먹고 그래요. 근데 선생님은 저보다 나이가 위인데도 청력이 좋으시고 머리가 좋으셔. (웃음)
고수자
저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큰 행사, 대회 같은 거 있으면 그게 용납이 안 되는 거죠. ‘언니, 언니들이 이거 하루 이틀도 아니고 10년 이상 된 사람들이 아직도 그게 안 되면 어떡해!’ 이렇게 말해 버리는 거예요.
한인자
정곡을 콱 찔러요.
고수자
그니까 자기네들끼리 내 욕을 하는 거야. 어휴 진짜. (웃음) 제가 뭐라고 그러면 막 삐져 가지고 안 나올 것처럼 말을 해요. 근데 다음 날 되면 여기에 와있어요.
박선영
처음에는 재미있고 놀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했는데, 하다 보니까 전문적이 되버리는 거에요. (웃음) 힘들지만 막상 하면 또 행복하죠. 우울증이 왔을 때도 선생님이 이렇게 끌어내니까 우울할 틈을 안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