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호] ZOOM 2 | 한국 웹툰, 연결과 확장의 무한 도전
웹진<한류NOW>
작성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게시일 202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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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웹툰, 연결과 확장의 무한 도전


한국 웹툰은 고유의 문법과 미학을 지속적으로 개발함으로써 웹툰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원천IP로서의 가치를 계속 높여가고 있다. 스마트미디어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웹툰은 고유성, 연결성, 확장성의 선순환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그 결과 웹툰의 유료화, 영상화, 세계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공은 플랫폼을 중심으로 스마트미디어 환경을 선도할 수 있는 거침없는 시도를 전개한 결과다. 매년 30% 이상의 놀라운 성장을 보이는 웹툰이 세계 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작품 수출이 아니라 상호호혜적 관계를 지향하는 글로벌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웹툰이 웹소설과 플랫폼을 연결하였듯, 다른 장르와의 연결성과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확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 웹툰이 새로운 출발에 선 이유다.
 
박기수 한양대학교 ERICA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1. 한국 웹툰, 거침없는 무한 도전
한국 웹툰이라는 용어는 이율배반적이다. 웹툰은 한국식 조어(造語)이니 이미 그 말 자체에 국적이 포함된 용어라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전 세계 100개국에 진출해 이제는 보편화된 용어라는 점에서 한국이라는 단서를 달아주는 것이 좀 더 구체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율배반성이 한국 웹툰의 현재적 위상을 대변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웹툰이 한국적인 도전으로 시작해 이제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개방적이고 조형적인 진화를 보여주는 역동적인 장르이기 때문이다. 물론 웹툰이라는 한국식 조어(造語)의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1), 분명한 것은 웹툰이 현재 시장 지배적인 용어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웹툰은 웹에서 즐기는 만화라는 의미에서 만화적 특성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동시에 칸 파괴, 멀티미디어적 요소들의 활용, 향유자와의 상호작용 강화 등 차별화를 꾀함으로써 지속적으로 고유성(originality)을 확보해왔다. 만화 고유의 미학을 토대로 즉각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한 웹의 참여-개방-공유-생산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웹툰은 향유자 중심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그 결과 창작-향유-공유-생산이 적은 비용으로 즉각적으로 이뤄지고, 글과 그림의 이코노텍스트(Iconotext)의 장점을 극대화함으로써 최적화된 원천IP(Intellectual Property)로서 그 가치를 확대하고 있다. 웹툰이 짧은 기간 동안 놀라운 성장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① 주요 포털을 기반으로 무료로 제공됐고, ② 향유자와의 즉각적인 상호작용2)이 활성화 되어 장르에 내재화됐으며, ③ 웹의 멀티미디어적 요소를 활용하여 색, 음악, 움직임 등의 구현 요소를 확대하는 실험이 지속됐고, ④ 스마트폰과 테블릿PC 같은 이동성이 좋은 디바이스가 폭넓게 보급됐고, ⑤ 작가 발굴 및 데뷔 시스템이 개방적으로 정착됐으며, ⑥ 유료서비스의 등장으로 시장이 확대됐고, ⑦ 원천콘텐츠로서 웹툰IP의 가치3)가 급부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웹툰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1조 538억으로 매년 30%의 거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창작자와 플랫폼을 연결하여 웹툰 비즈니스를 고도화하고 있는 에이전시의 매출은 전년 대비 111% 성장하는 양상을 보여준다.4) 이러한 성장과 더불어 한국 웹툰은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2014년 라인망가를 기점으로 현재 100여 개국에서 유통되며 해외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매력적인 원천IP로서 콘텐츠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는 점에서 웹툰의 성장 가능성과 시장 확대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웹툰은 향유자 중심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출처: 셔터스톡)

 
1) 웹툰은 웹(web)과 만화(cartoon)가 창조적으로 결합한 용어다. 필자가 2018 BICOF 만화포럼세미나에서도 발표한 바와 같이 웹툰은 주요 포털의 프로모션 과정에서 등장하고, 성장과 함께 굳어져 버린 다소 작위적이고 기형적인 용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장 이후 20여 년간 웹툰은 구현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선도하며 개방적이고 조형적인 양상으로 그 영역을 지속적으로 넓히고 성장을 이뤄내면서 시장 지배적인 용어로 급부상하게 됐다.

2) 웹툰의 상호작용은 댓글, 클릭 수, 펌질, 모작 등 다양한 양상으로 확장되면서 장르적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3) 웹툰의 성장 동력에 대한 분석은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예술계간지 《Koreana》에 실린 박기수(2021)의 논의를 수정한 것이다.

4) 본고에서 인용하는 통계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 콘텐츠 산업백서」를 근거로 한다.

 
2. 유료화, 영상화, 세계화
한국 웹툰은 향유자와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유료화, 영상화, 세계화의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웹툰 제작사는 기획개발, 제작유통, IP비즈니스, 해외사업 등으로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 2012년 다음(Daum)은 연재 종료 후 작가와의 협의를 통해 수익의 90%를 작가에게 돌려주는 부분 유료화를 시도했고, 강풀의 연재작을 모두 유료화하면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런 유료화의 시도는 2013년부터 본격화해 레진코믹스는 사용자 편의를 기반으로 프리미엄급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면 유료화가 가능하다는 모토로 유료화를 시행한다. 이후 유료화가 본격적으로 시도되면서 웹툰의 수익구조가 다변화되었고, 다양한 사업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커졌다. 플랫폼을 통해 빠른 시간 안에 광범위한 유통이 가능하고, 클릭, 댓글, 펌질 등으로 향유자의 반응을 즉시 파악할 수 있고, 특히 최근에는 향유자 반응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웹툰은 영상콘텐츠 개발의 원천IP로서 가치를 높이며 활용이 활성화됐다. 2014년 라인망가, 코미코 등이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기 시작했던 웹툰은 현재 네이버 계열의 웹툰, 라인망가, 카카오계열의 타파스, 픽코마, 네오바자르를 비롯해 코미코, 만타, 레진코믹스, 탑툰 등 플랫폼을 중심으로 해외진출을 시도해왔다. 2020년 기준 62,715,000달러를 수출해 전년 대비 36%의 증가를 보이며 활발한 세계 진출을 꾀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세계시장 공략의 선봉장 역할을 맡아온 네이버와 카카오의 최근 행보이다. 웹툰과 웹소설 플랫폼을 연결함으로써 특화된 플랫폼 기반의 콘텐츠 향유가 보편화된 지금 이곳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토리텔링 플랫폼 확보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9,400만 명의 MAU(Monthly Activity User)를 확보하고 있는 전 세계 1위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Wattpad)를 6,500억 원에 인수하고, 국내 1위 웹소설 업체인 문피아도 2,400억에 74%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웹소설과 웹툰의 비즈니스 모델을 연계하고, 양사의 트래픽을 공유함으로써, 웹소설과 웹툰의 동시 연재를 통한 시너지를 창출하고, 향유자의 빅데이터에 기반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네이버는 네이버웹툰(7,200만 명)과 왓패드(9,400만 명)를 합침으로써 약 1억 6,600만 명의 MAU를 확보하게 됐고, 창작자 약 570만 명과 10억 개 이상의 작품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웹툰IP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웹툰과 웹소설을 같이 제공하는
‘카카오페이지’ 홈 화면 (출처: 카카오페이지(kakaopage))

 
webttoons.com 초기 화면 (출처: WEBTOON(웹툰))

 
카카오도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tapas)를 6,000억 원에 인수하고, 모바일에 특화된 영문 웹소설 플랫폼이자 집단 창작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는 래디쉬(Radish)를 5,0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러한 카카오의 행보는 MZ세대가 열광하는 스토리텔링 플랫폼을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 있는 IP를 원천콘텐츠로 발굴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제작 및 유통 역량을 결합하여 효과적으로 거점콘텐츠화하며, 마지막으로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카카오TV를 통해 콘텐츠를 유통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네이버와 카카오의 빠른 행보는 ‘원천 스토리IP 가치사슬(value chain)’과 ‘글로벌 스토리 IP 플랫폼 네트워크’를 상호 연결함으로써 그동안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이루고 있던 콘텐츠, 미디어, 플랫폼, 구현 기기(device), 창작자, 향유자 간 경계를 가로질러(Trans)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박기수, 2021).

이와 같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행보는 단순하게 세계적인 웹소설 업체를 인수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웹툰과 웹소설이 강력한 스토리플랫폼으로 연결되었음을 의미한다. 세계적인 웹소설 플랫폼과 웹툰 플랫폼이 연결됨으로써 스토리플랫폼 중심의 글로벌 단위의 향유가 더욱 강력해졌고, 여기서 개발된 원천IP를 활용한 영상화가 시도되면서 웹툰과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연결은 디즈니플러스(Disney+)의 서브 채널인 Disney, PIXAR, MARVEL, STARWARS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플랫폼을 중심으로 향유가 이뤄짐으로써 콘텐츠에 대한 지속적인 향유를 열망하는 향유자들의 욕구에 부응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충성도 높은 콘텐츠의 수명을 늘려가기 위한 다양한 시도로 프리퀄과 시퀄과 같은 스토리 확장을 꾀하거나 스핀오프를 시도해 다양한 즐길거리 중심의 콘텐츠 제작을 시도할 수 있는데, 이 모든 것은 플랫폼이라는 ‘언제든 어디서든 접속하면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놀이터’가 마련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3. 트랜스미디어스토리월드 창출
최근 콘텐츠의 가치는 고유성(originality), 연결성(connectivity), 확장성(scalability)을 중심으로 파악한다. 비교우위의 차별성을 의미하는 고유성, 다른 장르 콘텐츠와 연결 가능성, 용이성·효과성을 중심으로 파악하는 연결성, 고유성·연결성을 기반으로 비즈니스의 확장 가능성을 판단하는 확장성은 스마트 혁명이 초래한 콘텐츠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대두된 것이다. 특히 원천IP로 각광을 받고 있는 웹툰의 경우 고유성, 연결성, 확장성에 이동성(mobility)을 적극 활용해 향유자는 개인별로 차별화된 체험을 창출할 수 있게 됐고, 동시에 향유를 통한 텍스트 생산까지 가능해짐으로써 트랜스미디어 스토리월드(Transmedia Storyworld)5)의 창출은 물론 지속적인 확장을 꾀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 웹툰은 단지 만화를 웹에서 볼 수 있게 바꾼 것이 아니다. 웹툰은 차별적인 장르로 고유의 미학과 향유체계 및 수익구조를 창출한 것이고, 이것이 100여 개국에서 향유를 통해 수용된 것이다. 네이버의 ‘WBEBTOON’과 같은 플랫폼을 통하여 한국 웹툰의 수출뿐만 아니라, 한국 웹툰의 장르적 속성을 내재화한 현지 창작까지 가능해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이러한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향유자의 특정 웹툰에 대한 대중성은 물론 심도 있는 빅데이터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상화를 비롯한 다른 장르 콘텐츠로 확장할 때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어떻게 해당 플랫폼으로 향유자를 소구할 것이냐, 그렇게 소구된 사람들을 지속적인 향유자로 묶을 수 있을 것(lock-in)이냐, 향유자의 취향을 세분화하여 적실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냐에 있다. 결국 향유자를 소구하고 지속적인 향유가 가능할 수 있도록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연결해낼 수 있느냐가 플랫폼 기반 콘텐츠 향유의 핵심이다.

 
webtoons.com의 글로벌 연재 모델 실험인 CANVAS (출처: WEBTOON(웹툰))

 
디즈니가 20여 편의 만화 원작과 23편의 영화 그리고 12종의 드라마를 통해 구현한 MCU(Marvel Cinematic Universe)의 성공에 눈길이 가는 이유이며, MCU로 학습한 디즈니가 OTT플랫폼인 Disney+의 Disney, PIXAR, MARVEL, STARWARS와 같은 서브 채널 내에서 구현하고 있는 트랜스미디어스토리월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YLAB이 18편의 작품을 통해 구현하고 있는 슈퍼스트링 세계관(Super string universe), 즉 트랜스미디어 스토리월드의 성공적인 전개가 기대되는 까닭이다.
 
한국 웹툰은 플랫폼 중심으로 세계화하고 있다. 소박하게는 한국 웹툰을 해외 시장에 소개하는 수준에서부터 현지작가가 웹툰 포맷에 맞추어 연재하는 방식은 물론, 한국 웹툰이 다른 나라에서 제작한 플랫폼에 연재되거나 국내에서 기획한 작품을 현지작가가 제작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까지 다양한 세계화 양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웹툰의 단순한 수출은 플랫폼 비즈니스를 소박하게 해석하는 방식으로 지속가능성과 시장 확대가능성에서 분명한 한계를 보이는 방식이다. 플랫폼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고, 향후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웹툰의 향유가 대세라고 할 때, 한국 웹툰이 취할 수 있는 세계시장 공략은 상호호혜적 관계를 전제로 개방적이고 유연한 방식으로 다양하게 전개돼야 할 것이다. 웹툰은 지속적인 향유와 지지를 통해 연결성과 확장성을 제고할 수 있고, 그 결과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고 할 때, 트랜스미디어 스토리월드 구축을 지향하는 기획 전략은 이제 필수가 되어야 할 것이다.
5)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공유된 세계관(universe)을 바탕으로 이야기 세계의 구축-강화-확장을 기반으로 전개되는데, 이를 트랜스미디어 스토리월드라고 한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월드는 다수의 미디어와 장르 전개 과정을 통해 스토리뿐만 아니라 향유할 수 있는 요소를 지속적으로 확충해나가며, 그 과정에서 참여와 체험은 더욱 강화할 수 있다(위의 글, p.10).

 
참고문헌
박기수 (2021). 웹툰의 발전사. 《Koreana》, 2021년 봄호.
박기수 (2021).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역동적 참여와 융합 그리고 공유의 즐거움: 콘텐츠 IP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인문콘텐츠》, 62호, p.2.
한국콘텐츠진흥원 (2022). 「2021 콘텐츠 산업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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