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문화 확산의 주요 세대로 부상하다
황지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그린스보로(UNC-Greensboro) 마케팅 전공 부교수·<잘파가 온다> 저자
다양한 영역에서 이미 매력적인 문화로 자리 잡은 한류 확산에 특히 잘파세대가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네이티브인 잘파세대는 가벼움을 표방하는 스니펫 컬쳐, 시추에이션십, 소셜임팩트와 진정성을 중시하는 특성이 있으며, 이는 콘텐츠, F&B(Food and Beverage), 소셜미디어 등에서의 소비에 반영된다. 미국을 포함해 한류가 글로벌에 진출할 때, 잘파세대의 독특한 특성들을 반영해 접근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한류 문화 확산이 가능하다.

잘파세대가 기업과 문화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이유는 우선 인구 수적으로도 3~5년 안에 가장 중요한 소비 주체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미국 Z세대는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고, 알파세대는 4,5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3%를 차지한다. 전 세계에서 매주 2,800만 명의 알파세대가 세상의 빛을 보고 있고, 2025년에는 무려 22억 명에 달해 역사상 규모가 가장 큰 세대로 기록될 전망이다. 게다가 잘파세대는 나이에 비해 더 큰 소비잠재력과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 우선 물리적인 나이보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더 성숙한 업에이징(up-aging)세대다. 이들의 행동과 삶의 방식은 이전 세대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 정보도, 맛집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방법도 영상 중심 매체인 틱톡에서 검색하고, 뉴스채널 대신 소셜미디어 뉴스를 더 신뢰한다. 어릴 때부터 로블록스 등의 게임에서 직접 게임을 개발해 수익을 내고, 유튜버 등 개인 콘텐츠 창작자로 활동하며 키드프리너(Kid+entrepreneur = Kidpreneur)라는 용어를 확산시켰다. 물론 한국을 비롯해 출산율이 낮아지는 경향도 있지만, 오히려 줄어든 출산율로 인해 한 명의 아이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투자하는 자본이 커졌다. 이들은 스마트폰이 세상에 선보여진 2007년 이후 ‘디지털문화 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네이티브이지만, 팬데믹을 겪으며 오프라인 역시 선호한다. 이러한 여러 특성을 가진 ‘잘파’는 ‘MZ’라는 세대 구분보다 세대 간 유사성이 훨씬 크고 기업에게도 좀 더 효율적이고 유의미한 세대 구분이 될 수 있다. 즉, 문화업계에서도 중요한 소비자일 수밖에 없다.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개인 콘텐츠 창작자로 활동하며 키드프리너(Kidpreneur)라는 용어를 확산시켰다. (사진출처: 셔터스톡)
이렇게 콘텐츠를 간식처럼 가볍게, 더 빠르고 쉽게 소비하고자 하는 양상을 한국어로 스낵 컬처(snack culture), 영어로는 스니펫 컬처(snippet culture)라고 부른다. 사실 스마트폰 이전만 해도, 레거시 미디어와 장편소설 등 긴 호흡과 전통적인 채널은 여전히 유효한 문화 소통 루트였다. 하지만 디지털이 지배하면서 잘파세대의 주의력은 각각 20초(Z세대), 3초(알파세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짧고 가볍고, 즉각적인 메시지를 소통하는 방식으로 변했다. 길고 진지한 호흡보다는 ‘가벼움의 정서’를 반영하는 해시태그 #진지함보다는가벼움이라는 키워드는 타인과의 관계, 콘텐츠 소비, 정보습득, F&B 영역에서도 엿보이는 트렌드다(황지영, 2023).
타인과 관계 맺기를 할 경우에도 가벼움이 반영되고, 이러한 트렌드 역시 광고와 문화콘텐츠 요소로 등장한다. 요즘 세대의 관계 맺기 경향을 표현하는 시추에이션십(Situationship) 이라는 용어는 진지함과 책임(commitment)을 기반으로 한 관계 대신, 자신이 처한 상황(situation)에 따라 유연하게 가져가는 관계(relationship)를 말한다. #situationship 해시태그는 틱톡에서 30억 뷰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2023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사(the Oxford University Press)에서 선정한 2023년도의 단어(2023 Word of the Year)의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Oxford, 2023). 캔디 브랜드 스윗하트(Sweethearts)는 2024년 밸렌타인데이를 기념해, 한정판 시츄에이션십 박스(Situation Boxes)를 선보였고(McCarthy, 2024. 1. 5), 이 광고 역시 틱톡에서 크게 회자됐다. 이런 광고들은 관계에 대해 좀 더 가볍고 포용적인 시각을 담은 것으로, 잘파세대가 바라보는 관계에 대한 시각을 반영한 콘텐츠다.

자신이 처한 상황(situation)에 따라 유연하게 가져가는 관계(relationship)를 뜻한다. (사진출처: 셔터스톡)
Z세대는 활발한 ‘소셜 액티비즘’1)을 보인다. 이전 세대보다 개인의 행동이 환경문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더 확고하게 믿는 세대이며, 이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행동으로 표현하는 클릭티비즘(Click-Tivism) 세대로도 평가된다. ‘클릭(click)’과 ‘행동주의(activism)’를 합한 ‘클릭티비즘’은 온라인 청원서명, 소셜미디어에서의 인식 제고를 위한 게시물 공유, 특정 해시태그 사용 등 인터넷에서 간단하고 신속하게 한 번의 클릭으로 사회적 또는 정치적 이슈에 대해 의견을 드러내는 온라인 행동주의의 한 형태다.
BTS는 2017년에 유니세프를 통해 ‘자신을 사랑하라(Love Myself)’라는 캠페인을, 2018년 한국 문화그룹으로는 처음으로 UN에서 연설하며 인종, 성, 출신지 등에 상관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Voice Yours)’는 메시지를, 그리고 2021년에는 한국 미래세대와 문화사절 대표로 UN에서 희망과 기후 위기에 대한 액션, 그리고 백신에 관한 메시지를 냈다(Nakamura, 2021. 9. 22). 이러한 활동은 BTS가 노래 잘하는 가수뿐 아니라 사회적 이슈와 평등에도 참여하는 진정성을 느끼게 했고, 이 또한 잘파세대에게 더욱 가치 있는 문화인으로 인식되며 팬덤을 강화시켰다.
소셜미디어가 재정의되며 비리얼(BeReal)2) 이나 테이프리얼(TapeReal)처럼 진정성을 서비스의 핵심으로 삼은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경향은 소셜미디어의 부정적 영향에 자주 노출되는 Z세대 중에서도 특히 15~30세 여성이 진정성과 안티 알고리즘을 강조하는 소셜미디어에 더 크게 공감하며, 이러한 방향으로 이동 중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알파세대 역시 그럴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는 유튜브와 틱톡, 페이스북을 가장 많이 이용하지만, 알파세대가 게임미디어 트위치보다 비리얼을 더 많이 사용하고 비리얼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향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만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둘째, 한국의 F&B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미국에서 특히 잘파세대를 포함한 젊은 세대에게는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음식이 어떻게 나오는지가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맛은 이미 검증된 브랜드로 가볍고 간편한 메뉴, 사진으로 공유하고 싶은 시각적 요소가 잘 결합된다면 인기를 얻을 수 있다.
셋째,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한류 문화에 대한 과시용 콘텐츠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 진정성을 강조한 콘텐츠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비리얼처럼 진정성을 강조한 광고/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이다.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써브웨이의 시스템을 멕시칸 음식에 적용한 치폴레는 2022년 4월 업계에서 가장 먼저 비리얼과 협업했는데, 비리얼 앱 내에 ‘진실·현실을 위해서(FORREAL)’라는 프로모션 코드를 포스팅하며, 치폴레 앱에서 이 코드를 사용하는 선착순 100명에게 주문메뉴를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치폴레에 따르면, 이 간단한 포스팅 후 30분 안에 프로모션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고 비리얼에서의 팔로워 수도 늘었다고 한다. 한국 기업들도 이러한 접근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진정성이란 할리우드를 따라 하는 대신 한류의 ‘독창성’을 강조하는 것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