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에 서비스 중인 OTT 플랫폼에서 독립영화를 찾아보는 일은 쉽지 않다. 별도의 카테고리나 검색어로서 ‘독립영화’ 혹은 ‘인디’를 제공하는 플랫폼은 넷플릭스와 왓챠뿐이며, 그마저도 해외의 독립예술영화와 뒤섞여 소개되곤 한다. 그러한 실정 속에서 2023년 11월 서비스를 종료한 온피프엔(ONFIFN)과 같은 독립영화 전문 OTT 플랫폼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OTT 내 독립영화와 관련된 정책은 부재하며, 관련 논의들은 최근 들어서야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몇몇 영화들이 OTT 플랫폼에서 개별적인 성공을 거뒀으나, OTT 플랫폼 내에서 독립영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플랫폼 이용자들을 끌어들일 별도의 카테고리나 검색어 태그 등의 방식이 필요하다. K-콘텐츠 중심 중 하나인 한국 영화의 뿌리이자 발판이 독립영화라면, OTT 플랫폼에서 독립영화를 가시화할 방법의 개발이 요구된다.

다른 OTT 플랫폼의 검색 결과는 더 처참하다. 디즈니플러스와 티빙의 경우 ‘독립영화’의 검색 결과가 존재하지 않는다. 두 플랫폼 모두 ‘호러’, ‘코미디’, ‘액션’ 등 장르를 키워드 삼아 검색할 수 있지만, ‘독립’이나 ‘인디’와 같은 키워드는 검색되지 않는다. 웨이브의 경우 <파업전야>(1990)나 <똥파리>(2008)처럼 몇몇 독립영화 및 단편영화가 검색되긴 하지만, 플랫폼에 등록된 모든 독립영화가 검색 결과로 잡히지는 않는다. 작품소개에 ‘독립영화’라는 단어가 포함된 경우만이 검색 결과에 잡힌다. 오히려 <대장 김창수>(2017)나 해외의 전쟁영화처럼 ‘독립’이 키워드로 들어간 영화들이 검색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결과들은 OTT 플랫폼에서 독립영화를 찾아보는 것의 어려움을 드러낸다. 물론 독립영화를 액션, 호러, 코미디, 로맨스 등의 장르 카테고리와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또 다른 문제, 이를테면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단편영화, 장르영화 등 다양한 성격의 독립영화를 하나의 장르로 묶어 인식하게 될 수 있다는 위험을 야기할 수도 있다. 다만 다양한 방식의 카테고리 및 태그를 제공하는 왓챠의 경우 독립영화를 관람하고자 하는 이용자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독립영화의 존재 자체가 가시화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별도의 카테고리 및 태그의 존재는 OTT 플랫폼 이용자를 독립영화로 향하게끔 하는 일종의 어포던스로서 작동할 수 있다. 네이버 시리즈온과 같은 VOD 서비스에서는 (여러모로 불충분하지만) 이미 ‘독립영화’ 카테고리를 별도로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독립영화를 위해 설립된 OTT 플랫폼들을 살펴보자.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출시한 다큐멘터리 전문 OTT 플랫폼 ‘다큐보다(docuVoDA)’는 이미 한차례 운영 중단 사태를 겪었다. 2021년 9월 ‘보다(VoDA)’라는 영화제의 온라인 상영관으로 첫선을 보였으나 2023년 1월 운영이 중단됐고, 이후 2023년 9월 영화제 개최와 함께 지금의 형태로 다시 운영을 시작했다. 다큐보다의 경우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나아가 극장개봉조차 하지 못했던 국내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다만 적지 않은 수의 다큐멘터리가 이미 웨이브나 네이버 시리즈온 등 다른 플랫폼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다큐보다가 공적 자금을 통해 운영된다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불안정성1) 등을 한계로 꼽을 수 있겠다. 여성영화 전문 OTT 플랫폼 ‘퍼플레이(Purplay)’는 꾸준히 서비스를 이어가는 몇 안 되는 독립영화 전문 OTT다. 업로드된 영화의 대부분이 한국 여성감독이 제작한 독립영화이며, 극영화뿐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도 다수 포함돼 있다. 또한 직접 여성 창작자에 관한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지원사업, 오프라인 상영회, 영화제의 온라인 상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창작자 및 관객과 접촉하고 있는 플랫폼이다(퍼플레이, 2023).

다큐보다와 퍼플레이가 운영을 이어가고 있지만, 두 플랫폼이 꾸준히 주목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OTT 플랫폼이지만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형 SVOD(Subscription VOD) 플랫폼이 아니라 영화별 결제가 필요한 TVOD(Transactional VOD)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이는 영화별 수익이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한 방식으로써 채택된 것이지만, SVOD 플랫폼에 익숙한 이용자들에게 TVOD 방식은 진입장벽으로 다가온다. 동시에 독립영화 전문 OTT 플랫폼의 불안정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팬데믹 시기였던 2021년 독립영화 배급사 포스트핀에서 설립한 플랫폼 ‘온피프엔(ONFIFN)’은 2023년 11월 30일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영화제 전문 OTT를 표방했던 만큼 다양한 영화제들의 온라인 상영 플랫폼으로 기능했던 온피프엔은 영화제뿐 아니라 여러 독립영화 기획전을 상설로 선보였던 공간이다. 하지만 팬데믹이 종식되고 영화제의 온라인 상영이 줄어들게 되면서, 이는 플랫폼 자체의 위기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OTT 플랫폼에서의 독립영화’라는 주제는 논의의 대상이 되지도 못한다. 2023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OTT시대, 독립영화의 도전과 가능성”이라는 제목으로 마련된 정책포럼이 진행되긴 했으나, 해당 포럼의 내용은 독립영화보단 OTT 플랫폼과 한국 영화산업 전반에 관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데 머무른다. 물론 이는 포럼에서 발제와 토론을 맡은 패널들의 불성실함 때문만은 아니다. 포럼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여기에는 OTT 플랫폼의 수익분배 문제부터 망사용료 이슈, 제작환경과 관련한 노동 이슈, 그리고 다양한 공적기금의 문제가 있다. 사실상 국내 OTT 플랫폼이 다른 국가에서의 넷플릭스처럼 독립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기에, 이 중 독립영화와 가장 깊게 연관되는 것은 기금문제라 할 수 있다. 포럼에서 언급된 것은 프랑스나 독일 등처럼 OTT 플랫폼으로부터 공적기금을 징수하고, 해당 기금을 자국영화 혹은 독립영화에 투자하는 사례다. 다만 2024년 들어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제, 단편영화, 애니메이션, 지역영화 등 독립영화와 연계된 여러 지원사업을 폐지하거나 지원액을 대거 삭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OTT 플랫폼에서의 독립영화라는 주제는 더욱 소외된다. 나아가 현 정부정책의 일환으로 발표된 영화관 부과금 폐지와 팬데믹 시기에 가속화된 영화발전기금의 고갈, 복권기금 등을 통한 영화진흥위원회의 재원 다각화 등의 이슈(이우빈, 2024. 4. 5)는 독립영화 관련 정책을 논의할 거버넌스 체계 자체의 불안정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또한 넷플릭스가 영화진흥위원회 및 한국콘텐츠진흥원과 2023년 체결한 MOU의 내용(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5. 2)은 OTT 플랫폼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할 인력 양성에 관한 것이었으며, K-콘텐츠와 K-컬처 확대에 기여하고자 한다는 기조 속에서 독립영화의 자리는 찾아보기 어렵다(서울독립영화제, 2023. 12. 10).
앞서 언급한 정책포럼에 창작자로 참여한 박근범 감독은 독립영화 <여고생>(2015)을 연출했고, 최근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최악의 악>(2023)을 연출했다. 그의 사례처럼 독립영화 창작자가 OTT 플랫폼에서 제작하는 작품은 독립영화가 아니라 ‘OTT 콘텐츠’ 혹은 ‘K-콘텐츠’의 일환이 된다. 박근범 감독 사례 이외에도 각각 <소공녀>(2017)와 <윤희에게>를 연출했던 전고운과 임대형 감독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가장 현실적이며 실현이 가능한 방식은 기존 OTT 플랫폼에서 한국 독립영화를 별도의 카테고리로 만들어내고, 검색 가능한 태그 등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무수한 콘텐츠의 홍수 속에 놓인 OTT 플랫폼에서 독립영화에 관한 가시성을 급격하게 높여줄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각각의 유형과 장르별로 구별돼 있는 OTT 플랫폼의 카테고리 속에 ‘독립영화’를 추가하는 것은 독립영화라는 카테고리 자체에 관한 인식이 부재한 상황 속에서 “어떤 영화가 독립영화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써 제시될 수 있다. 그렇게 하여 묶인 영화들이 플랫폼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건 아니건, 카테고리의 존재는 영화시장 자체의 다양성을 드러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독립영화에 대해 “한국영화의 뿌리”라거나 “상업영화로 나아가는 발판”이라 말하는 얼핏 상반된 레토릭이 모두 진실이라면,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통로가 존재해야 한다. 독립영화가 지금의 한국영화, K-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창작자들이 자라나는 장소가 될 수 있다면, OTT 플랫폼이라는 영역 속에서도 그 장소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