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1996~1999)>에서 '쁘와종'이라는 의상 디자이너 역할로 출연한 홍석천은 여성스러움을 과장되게 표출하는 연기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사실 그 캐릭터에는 남성 동성애자에 대한 전형화된 모습이 투영되어 있었다. 홍석천은 2000년 돌연 커밍아웃을 선언한다. 한창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때였고, 한국 연예인 최초의 커밍아웃이었기에 언론과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그 여파로 출연 중이던 TV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했고, 공중파 방송에서 퇴출당한다. 그의 커밍아웃은 당시로서는 지나치게 이른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좌) 1996년 방영된 <남자 셋 여자 셋> 포스터, (우) <남자 셋 여자 셋>에 ‘쁘와종’으로 출연한 홍석천
(출처: Watcha Pedia, 시사IN)
(출처: Watcha Pedia, 시사IN)
그럼에도 홍석천은 동성애자로서의 '인정 투쟁'을 포기하지 않았다. 다만 우회로를 선택했다. 그는 절치부심 끝에 외식 사업가로 성공을 거두며 다시금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업가로서 부를 획득하는 것은 동성애자라는 '하층 계급'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의 하나였다. 방송 출연을 재개한 이후, 홍석천은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동성애자로서 겪는 팍팍한 삶의 고충을 털어놓으며 대중의 이해와 인정을 구했다. 동시에 불온한 것으로 간주하는 동성애적 욕망의 표출은 최소화했다. 경제적 성공과 끊임없는 호소 덕분에 그는 신자유주의 무한 경쟁 체제에서 정상에 오른 강자이자, 소외되고 억압받아 안쓰러운 사회적 약자라는 양극단의 이미지를 함께 갖추며 '무해한 게이'로서의 자격을 획득한다.
2025년 현재, 커밍아웃 이후 25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홍석천은 운영하던 레스토랑들을 모두 폐업하며 성공한 사업가의 자리에서 내려와 주로 방송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동정받아야 하는 사회적 약자의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를 '탑 게이'라고 부르며 게이로서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그의 달라진 위상은 성소수자를 둘러싼 동시대 인식의 진보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무엇보다 유튜브 같은 1인 미디어 플랫폼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양한 성소수자 크리에이터들이 이성애 규범적 (자기) 검열의 제약 없이 자기 재현을 할 수 있게 된 상황이 그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2023년, 홍석천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신이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고 있는 '잘생긴' 남성들을 초대하는 토크쇼 프로그램 <홍석천의 보석함>을 선보였다. 현재 시즌 4를 방영 중이며 구독자 수는 34만 명에 달한다. 영어 자막을 제공하여 해외 시청자들도 유입되고 있다. 주로 배우, 가수 등 연예인들이 출연한다. 호스트인 홍석천은 출연자들의 외모에 지나친 감탄을 쏟아내며 사심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그는 더 이상 사회를 향한 동성애자로서의 인정 투쟁에 관심이 없다. 그가 인정한 남성이 연예계에서 성공한다는 속설이 생겨날 만큼, 그는 인정받는 위치에서 인정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이제 출연자들은 그의 보석함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광스러워한다.
2025년 현재, 커밍아웃 이후 25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홍석천은 운영하던 레스토랑들을 모두 폐업하며 성공한 사업가의 자리에서 내려와 주로 방송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동정받아야 하는 사회적 약자의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를 '탑 게이'라고 부르며 게이로서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그의 달라진 위상은 성소수자를 둘러싼 동시대 인식의 진보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무엇보다 유튜브 같은 1인 미디어 플랫폼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양한 성소수자 크리에이터들이 이성애 규범적 (자기) 검열의 제약 없이 자기 재현을 할 수 있게 된 상황이 그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2023년, 홍석천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신이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고 있는 '잘생긴' 남성들을 초대하는 토크쇼 프로그램 <홍석천의 보석함>을 선보였다. 현재 시즌 4를 방영 중이며 구독자 수는 34만 명에 달한다. 영어 자막을 제공하여 해외 시청자들도 유입되고 있다. 주로 배우, 가수 등 연예인들이 출연한다. 호스트인 홍석천은 출연자들의 외모에 지나친 감탄을 쏟아내며 사심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그는 더 이상 사회를 향한 동성애자로서의 인정 투쟁에 관심이 없다. 그가 인정한 남성이 연예계에서 성공한다는 속설이 생겨날 만큼, 그는 인정받는 위치에서 인정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이제 출연자들은 그의 보석함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광스러워한다.

(좌) 시즌2 <홍석천의 보석함>에 합류한 ‘김똘똘’과 (우) 현재 방영 중인 시즌4 <홍석천의 보석함>
(출처: 유튜브 <홍석천의 보석함>(@topgaybox))
(출처: 유튜브 <홍석천의 보석함>(@topgaybox))
시즌 2부터는 유명 게이 유튜버이자 홍석천과 절친한 '김똘똘'이 보조 진행자로 합류한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에서 주로 성소수자들의 일상을 보여주거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데, 채널 구독자 수가 39만 명에 이를 만큼 탄탄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그의 합류로 출연진을 바라보는 게이적 시선은 더욱 명확하고 견고해진다. 1971년생인 홍석천과 1991년생인 김똘똘은 각각 '올드 게이'와 '뉴 게이'를 자처하며 함께 '쌍게이'로 불린다. 또한 홍석천이 명실상부한 '탑 게이'라면 김똘똘은 그를 보좌하는 '보조 게이'로, 충남 청양 출신의 홍석천이 '시골 게이'라면 서울 출신의 김똘똘은 '서울 게이'로 불린다. 이처럼 방송에서 그들의 게이 정체성은 다양한 수식어와 함께 반복적으로 강조되며 전면에 배치된다.
쌍게이는 잘생긴 남성을 밝히는 전형적인 게이다움을 수행한다. 남성 출연자가 입장할 때마다 고음의 격앙된 목소리로 환호하고 극찬하며 환대한다. 마치 게이바에서 편안하게 수다를 떨듯, 동성애적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과도하게 끼를 부리고 적극적으로 플러팅한다. 때로는 출연자를 사이에 두고 쌍게이가 서로 견제하며 기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그들의 과장된 제스처에서 유발되는 고유한 정동은 그 공간을 '게이화'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나아가 쌍게이가 하는 행동은 모두 게이다운 것으로 간주한다. 일례로, 남성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 '수호'가 출연한 에피소드에서는 환영의 의미를 담은 '웰컴 댄스'로 '엑소'의 '러브 샷'을 선곡했는데, 이는 '게엑소'의 '러브 샷 게이'로 바뀌며 노래와 안무도 더 '끼스럽게' 변주된다.
이처럼 출연자들은 쌍게이가 만들어내는 정신없는 분위기 속에서 동성애적으로 과잉된 낯선 정동을 감당해야 한다. 우선 감정 존으로 가서 보석답게 얼굴과 몸에 대한 감정을 받아야 한다. 일명 '보석 감정 타임'이다. 쌍게이는 돋보기가 달린 소형 카메라를 들고 출연자 주위를 요란스럽게 돌며 얼굴을 근접 촬영한다. 그것은 정확히 많은 남성이 게이에게서 불편해하고 심지어 두려워하는 지점, 즉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은밀하면서도 노골적인 시선을 희화화한 재현이다. 감정을 핑계로 출연자의 복근을 조심스럽게 만지기도 하고, 몸무게 측정을 빌미로 출연자를 품에 안고 들기도 한다. 출연자들은 말 그대로 하나의 값진 보석으로 물화된다. 그리하여 쌍게이의 응시와 신체접촉은 무례한 대우나 불쾌한 추행이 아니라 뛰어난 감식력을 지닌 보석 전문가의 감정 행위가 된다.
쌍게이는 잘생긴 남성을 밝히는 전형적인 게이다움을 수행한다. 남성 출연자가 입장할 때마다 고음의 격앙된 목소리로 환호하고 극찬하며 환대한다. 마치 게이바에서 편안하게 수다를 떨듯, 동성애적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과도하게 끼를 부리고 적극적으로 플러팅한다. 때로는 출연자를 사이에 두고 쌍게이가 서로 견제하며 기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그들의 과장된 제스처에서 유발되는 고유한 정동은 그 공간을 '게이화'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나아가 쌍게이가 하는 행동은 모두 게이다운 것으로 간주한다. 일례로, 남성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 '수호'가 출연한 에피소드에서는 환영의 의미를 담은 '웰컴 댄스'로 '엑소'의 '러브 샷'을 선곡했는데, 이는 '게엑소'의 '러브 샷 게이'로 바뀌며 노래와 안무도 더 '끼스럽게' 변주된다.
이처럼 출연자들은 쌍게이가 만들어내는 정신없는 분위기 속에서 동성애적으로 과잉된 낯선 정동을 감당해야 한다. 우선 감정 존으로 가서 보석답게 얼굴과 몸에 대한 감정을 받아야 한다. 일명 '보석 감정 타임'이다. 쌍게이는 돋보기가 달린 소형 카메라를 들고 출연자 주위를 요란스럽게 돌며 얼굴을 근접 촬영한다. 그것은 정확히 많은 남성이 게이에게서 불편해하고 심지어 두려워하는 지점, 즉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은밀하면서도 노골적인 시선을 희화화한 재현이다. 감정을 핑계로 출연자의 복근을 조심스럽게 만지기도 하고, 몸무게 측정을 빌미로 출연자를 품에 안고 들기도 한다. 출연자들은 말 그대로 하나의 값진 보석으로 물화된다. 그리하여 쌍게이의 응시와 신체접촉은 무례한 대우나 불쾌한 추행이 아니라 뛰어난 감식력을 지닌 보석 전문가의 감정 행위가 된다.

<홍석천의 보석함>에 출연한 그룹 엑소의 멤버 ‘수호’
(출처: 유튜브 <홍석천의 보석함>(@topgaybox))
(출처: 유튜브 <홍석천의 보석함>(@topgaybox))
반면에 출연자들은 자신의 신체가 이처럼 물화되는 과정을 견뎌내야만 한다. 이 토크쇼의 정동적 묘미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시청자들은 출연자를 감탄하며 바라보고 때로는 살며시 만지기도 하는 쌍게이와 동일시하며 그들의 외모를 마음껏 감상하고 즐긴다. 또한 쌍게이의 과장된 제스처에 출연자들이 민망해하거나 어색해하며 실소를 터트리는 반응을 보며 친근감을 느끼기도 한다.
쌍게이는 출연자들의 성 정체성에 관심이 없거나 혹은 그들을 그저 이성애자로 간주한다. 다만 장난스럽게 그들의 '게이 되기'를 상상하고 장려한다. 김똘똘이 소개하는 '똘똘한 프로필' 코너에서는 출연자의 프로필에 게이로서의 욕망이 투영된 거짓 정보를 덧붙인다. 일례로 엑소의 수호 편에서는 엑소의 인기곡을 '콜 미 베이비'라고 소개한 뒤, 김똘똘과 함께 찍고 싶은 영화로 <콜 미 게이 유어 네임>을 언급하며 퀴어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제목을 엉뚱하게 패러디한다. 똘똘한 프로필을 통해 출연자들은 본의 아니게 김똘똘을 흠모하는 남자가 된다. 이런 식으로 출연자들을 게이로 가정하며 그들과의 로맨스를 꿈꾼다.
뒤이어 '보석짤' 코너에서는 출연자들이 짤막한 콩트를 통해 쌍게이와 커플이 되거나 소개팅하며 게이 연기를 한다. 이런 코너들은 출연자들에게 일시적인 게이 되기 경험을 선사한다. 여기서 게이 되기는 출연자들의 섹슈얼리티나 성 정체성에 대한 자각과 고민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대신 성소수자에 대한 정동적 수용을 돕기 위한 역지사지의 체험일 뿐이다. 이는 과거 미국에서 유명인의 커밍아웃 독려나 아우팅 시도가 정체성 정치의 전략으로 활용되었던 것과 분명히 다르다.
여기서 쌍게이는 예전 홍석천이 방송에서 그랬듯 눈물을 흘리며 사회적 인정을 간청하지도,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해달라고 단호하게 호소하지도 않는다. 다시 말해 이 유튜브 토크쇼는 명시적으로 성소수자 가시성의 확대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다만 게이화 된 공간에 초대된 출연자들에게 쌍게이와 마주 앉아 성소수자와 일상적으로 소통하는 체험을 제공한다. 그들과 친밀하게 교류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기회다. 이는 성소수자의 권리를 논리적으로 주장하고 합리적으로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그들을 정동적 층위에서 평범한 이웃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홍석천의 보석함>에는 앞서 언급한 엑소의 수호처럼 세계적인 팬덤을 자랑하며 한류를 이끄는 케이팝 남자 아이돌도 출연한다. 이런 경우에는 500만이 넘는 압도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고 만 개에 이르는 국내외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댓글에는 아이돌의 빼어난 외모를 칭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간혹 아이돌이 쌍게이와 함께하는 태도를 언급하기도 한다.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멤버 '필릭스' 편에서 김똘똘은 스트레이 키즈의 히트곡 <매니악>을 특유의 비음 섞인 목소리와 흐느적거리는 동작으로 게이화된 웰컴 댄스를 선보인다.
필릭스에게 소감을 묻자 <매니악>의 '게이 버전'은 처음이라며 신기해한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필릭스가 '게이 버전'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에게 전부다(Felix saying 'gay version' is everything to me)"라는 영어 댓글이 달렸고 높은 추천을 받았다. 필릭스가 게이 앞에서 '게이 버전'이라는 표현을 거부감 없이 일상적인 용어처럼 편안하게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댓글에서는 "그는 지금까지의 출연진 중 가장 덜 어색해하고 편안해 보인다(He was by far the least awkward person on one of these. He actually seemed comfortable)"라고 평가했다. 쌍게이 앞에서 긴장하거나 주눅 들지 않고 편견 없이 자연스럽게 대하는 태도는 필릭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졌다.
쌍게이는 출연자들의 성 정체성에 관심이 없거나 혹은 그들을 그저 이성애자로 간주한다. 다만 장난스럽게 그들의 '게이 되기'를 상상하고 장려한다. 김똘똘이 소개하는 '똘똘한 프로필' 코너에서는 출연자의 프로필에 게이로서의 욕망이 투영된 거짓 정보를 덧붙인다. 일례로 엑소의 수호 편에서는 엑소의 인기곡을 '콜 미 베이비'라고 소개한 뒤, 김똘똘과 함께 찍고 싶은 영화로 <콜 미 게이 유어 네임>을 언급하며 퀴어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제목을 엉뚱하게 패러디한다. 똘똘한 프로필을 통해 출연자들은 본의 아니게 김똘똘을 흠모하는 남자가 된다. 이런 식으로 출연자들을 게이로 가정하며 그들과의 로맨스를 꿈꾼다.
뒤이어 '보석짤' 코너에서는 출연자들이 짤막한 콩트를 통해 쌍게이와 커플이 되거나 소개팅하며 게이 연기를 한다. 이런 코너들은 출연자들에게 일시적인 게이 되기 경험을 선사한다. 여기서 게이 되기는 출연자들의 섹슈얼리티나 성 정체성에 대한 자각과 고민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대신 성소수자에 대한 정동적 수용을 돕기 위한 역지사지의 체험일 뿐이다. 이는 과거 미국에서 유명인의 커밍아웃 독려나 아우팅 시도가 정체성 정치의 전략으로 활용되었던 것과 분명히 다르다.
여기서 쌍게이는 예전 홍석천이 방송에서 그랬듯 눈물을 흘리며 사회적 인정을 간청하지도,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해달라고 단호하게 호소하지도 않는다. 다시 말해 이 유튜브 토크쇼는 명시적으로 성소수자 가시성의 확대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다만 게이화 된 공간에 초대된 출연자들에게 쌍게이와 마주 앉아 성소수자와 일상적으로 소통하는 체험을 제공한다. 그들과 친밀하게 교류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기회다. 이는 성소수자의 권리를 논리적으로 주장하고 합리적으로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그들을 정동적 층위에서 평범한 이웃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홍석천의 보석함>에는 앞서 언급한 엑소의 수호처럼 세계적인 팬덤을 자랑하며 한류를 이끄는 케이팝 남자 아이돌도 출연한다. 이런 경우에는 500만이 넘는 압도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고 만 개에 이르는 국내외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댓글에는 아이돌의 빼어난 외모를 칭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간혹 아이돌이 쌍게이와 함께하는 태도를 언급하기도 한다.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멤버 '필릭스' 편에서 김똘똘은 스트레이 키즈의 히트곡 <매니악>을 특유의 비음 섞인 목소리와 흐느적거리는 동작으로 게이화된 웰컴 댄스를 선보인다.
필릭스에게 소감을 묻자 <매니악>의 '게이 버전'은 처음이라며 신기해한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필릭스가 '게이 버전'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에게 전부다(Felix saying 'gay version' is everything to me)"라는 영어 댓글이 달렸고 높은 추천을 받았다. 필릭스가 게이 앞에서 '게이 버전'이라는 표현을 거부감 없이 일상적인 용어처럼 편안하게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댓글에서는 "그는 지금까지의 출연진 중 가장 덜 어색해하고 편안해 보인다(He was by far the least awkward person on one of these. He actually seemed comfortable)"라고 평가했다. 쌍게이 앞에서 긴장하거나 주눅 들지 않고 편견 없이 자연스럽게 대하는 태도는 필릭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졌다.

(좌)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멤버 ‘필릭스’가 <홍석천의 보석함> 시즌2에 출연한 모습
(출처: 유튜브 <홍석천의 보석함>(@topgaybox))
(출처: 유튜브 <홍석천의 보석함>(@topgaybox))
한국은 여전히 동성혼 합법화는커녕 차별금지법조차 통과되지 못한 성소수자에 대해 억압적인 국가다. 그만큼 성소수자가 차별받지 않고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기 위한 제도 개선에는 인권 운동 진영의 강경하고 정치적인 목소리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홍석천의 보석함> 같은 퀴어 콘텐츠를 통해 일상적 층위에서 성소수자와 관계 맺는 방식을 간접 체험하며 아래로부터 추동되는 변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성소수자 친화적인 한류 스타들과 그들이 출연하는 퀴어 콘텐츠의 제작 및 초국가적 확산은, 전면에 나서는 인권 투쟁의 목소리로 쉽게 이해시킬 수 없는 정동적 맥락에서 성소수자 포용의 필요성을 환기한다. 그것은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고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고유한 역량을 지닌 한국 미디어 콘텐츠가 구축한 부드럽지만, 견고한 변화의 힘이다.
발행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발행인 박창식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기획·편집 이현지, 김정현
디자인 7의감각
발행일 2025년 11월 25일
E-ISSN 2714-04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