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8월, 한국-베트남 합작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Mang mẹ đi bỏ)>가 베트남에서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1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흥행배우 뚜언 쩐(Tuấn Trần)과 '베트남 국민 엄마' 홍 다오(Hồng Đào)가 주연을 맡았고, 한국 배우 정일우는 이 영화로 '베트남 국민 사위'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하지만 불과 3년 전인 2022년, 상황은 정반대였다. 한국 영화 <범죄도시2>는 호찌민을 '범죄가 만연한 무법지대'로 그려 베트남에서 상영조차 되지 못했다. 베트남 당국은 ‘폭력 장면이 과도하다’고 입장을 밝혔으며, 베트남 유학생들은 ‘고향을 현실과 너무 다르게 무섭고 엉망인 곳으로 묘사했다’며 분노했다. 한국에서 1,200만 관객을 동원한 대작이 베트남에서는 단 한 번도 상영되지 못한 채 논란만 남긴 것이다.
3년 만에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그 이면에는 근본적인 전환이 있었다. 베트남을 '소재'나 '배경'이 아닌 '동등한 파트너'로 대하기 시작한 것, 그리고 베트남 역시 문화 주권을 확립하며 능동적으로 협력의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본고에서는 한-베 영화 협력이 어떻게 상호 존중과 동등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진화했는지, 그 과정에서 양국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편견의 재생산: 베트남을 어떻게 그려왔나
한국 영화계가 베트남을 그려온 방식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베트남은 늘 '한국 주인공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곳', '범죄나 전쟁의 배경'으로만 소비되었다. <범죄도시2>에서 호찌민은 한국인 관광객을 납치하고 살해하는 범죄자들이 활개 치는 무법지대로 그려졌다. 현지 공안은 비협조적이고 무능하게 묘사되었으며, 한국 형사들이 현지 공안에게 한국어로 욕을 하다 걸리는 장면까지 등장했다.

<범죄시2>포스터(출처:네이버 영화)
2012년에는 CJ CGV가 배급한 <알투비: 리턴 투 베이스(R2B: Return to Base)>가 남북간 교전 장면을 담았다는 이유로 상영 금지를 당했다. 베트남은 한반도 문제에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을 다루는 콘텐츠의 자국 상영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2019년에는 CGV가 배급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어바머너블(Abominable)'이, 단 2초간 노출된 남중국해 '구단선' 지도 때문에 상영 금지 조치를 받았다. 구단선은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설정한 경계선으로, 베트남 주권과 직결된 극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베트남은 구단선이 표시된 모든 콘텐츠를 엄격히 금지해오고 있다.
위와 같은 사건들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 베트남의 문화와 정서, 현대적인 모습을 철저히 배제하고, 베트남에 대한 스테레오타입만 재생산해 온 결과였다. 현지의 정치적·문화적 민감성을 간과한 구조적 문제였다. 한국 영화 산업은 베트남을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베트남을 '범죄', '전쟁', '빈곤'의 이미지로만 소비해왔던 것이다.
위와 같은 사건들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 베트남의 문화와 정서, 현대적인 모습을 철저히 배제하고, 베트남에 대한 스테레오타입만 재생산해 온 결과였다. 현지의 정치적·문화적 민감성을 간과한 구조적 문제였다. 한국 영화 산업은 베트남을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베트남을 '범죄', '전쟁', '빈곤'의 이미지로만 소비해왔던 것이다.
2. 무엇이 바뀌었나: 동등한 파트너로의 전환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한-베 영화 협력의 인프라를 구축한 주역은 구단선 논란으로 비난받았던 CGV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전역을 뒤흔들었을 때, 베트남 정부는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국영 독점 체제였던 메가스타 시네플렉스를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결정이 아니었다. 민영화를 통해 경쟁을 도입하고, 외국 자본과 노하우를 활용해 영화 산업 전반을 현대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 당시 중국 시장에 진출에 난항을 겪던 CGV는 새로운 진출지를 모색하였고, 2011년 CGV가 메가스타를 인수했다. 그리고 베트남 영화관 산업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독점 체제가 철폐되자 롯데시네마, 베트남 토종 브랜드 갤럭시 시네마 등이 시장에 진입했고, 경쟁은 서비스 개선과 시설 현대화를 불러왔다. 베트남의 경제 성장과 중산층 확대가 더해지면서 영화 시장은 급성장했다. 2010년 전체 흥행 수익 5,000억 동에 불과했던 시장은 2025년 5월까지 이미 1조 7,000억 동 규모로 커졌다(CJ뉴스룸, 2025/08/08).
이 당시 중국 시장에 진출에 난항을 겪던 CGV는 새로운 진출지를 모색하였고, 2011년 CGV가 메가스타를 인수했다. 그리고 베트남 영화관 산업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독점 체제가 철폐되자 롯데시네마, 베트남 토종 브랜드 갤럭시 시네마 등이 시장에 진입했고, 경쟁은 서비스 개선과 시설 현대화를 불러왔다. 베트남의 경제 성장과 중산층 확대가 더해지면서 영화 시장은 급성장했다. 2010년 전체 흥행 수익 5,000억 동에 불과했던 시장은 2025년 5월까지 이미 1조 7,000억 동 규모로 커졌다(CJ뉴스룸, 2025/08/08).

CJ CGV가 인수한 메가스타 시네플렉스(출처: 조선일보)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이후 베트남 로컬영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2024년 베트남 역대 흥행 영화 상위 10위 영화 중 반 이상이 베트남 영화였다. CJ ENM이 베트남 국민 감독 쩐 탄(Trấn Thành)과 손잡고 제작한 <마이(Mai)>는 2024년 베트남 박스오피스 역대 1위를 기록했고, 2025년에는 인민군극장의 <붉은 비(Red Rain)>가 7,140억 VND 수익을 올리며 다시 기록을 경신했다(박명기, 2025/09/15). 베트남 영화 전문가들은 현재를 '베트남 영화의 황금기'라 평가한다. 베트남 관객들은 자국 영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베트남 영화를 적극적으로 관람하고 있다.

(좌) MAI 포스터, (우) 제76회 칸 영화제(2023)에서 황금 카메라상을 수상한 팜 티엔 안(Phạm Thiên Ân) 감독의 작품 포스터
(출처: 베한타임즈, Vietnamnews)
(출처: 베한타임즈, Vietnamnews)
CGV의 역할도 단순 극장 운영에 그치지 않았다. 2019년부터 CJ문화재단과 CJ CGV는 베트남 단편영화 지원사업을 5회 진행하며 젊은 영화 인재를 발굴·육성했다. 이 지원사업을 통해 완성된 단편영화들은 60여 개 국제 영화제 후보에 올랐으며, 팜 티엔 안(Phạm Thiên Ân), 팜 응옥 란(Phạm Ngọc Lan), 즈엉 디에우 린(Dương Diệu Linh) 같은 감독들이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2019년부터는 로컬 영화 투자회사 'V픽쳐스'를 설립해 베트남 영화 제작에 적극 투자했다. CGV 베트남 응우엔 호앙 하이(Nguyễn Hoàng Hải) 부서장은 ‘영화 산업이 성장하려면 좋은 콘텐츠가 필수적’이라며 ‘베트남 영화 시장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면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늘어 장기적인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라고 밝혔다(CJ뉴스룸, 2025/07/03).
캣동등한 협력, 그 의미
하지만 베트남 영화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인프라는 구축되고 있던 것에 반해, 한-베 상호 이해를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 2022년 <범죄도시2> 상영 금지 사태는 이러한 베트남 영화산업의 발전과 한국의 베트남 현지 문화 이해의 부족 사이의 괴리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 되었다. 당시 베트남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유통, 배급된 영화들은 베트남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야기했고, 베트남 정부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대응책을 마련했다. 2023년 영화법을 개정하였고, 외국 기업이 베트남에서 영화를 제작할 경우 사전에 각본을 제출하도록 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구체적으로는 ‘영화 제작자는 베트남 헌법을 위반하거나 국가 통합을 저해하지 않으며, 국가 이익과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명시했다(전자신문, 2022/07/07).
한국 영화계는 이 과정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단순히 자본과 기술을 투입한다고 해서 협력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베트남의 문화를 존중하고, 베트남의 정치적 민감성을 이해하며, 베트남을 동등한 창작 파트너로 대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최근 긍정적 변화의 핵심은 바로 ‘상호 존중과 동등한 파트너십’에 있다. 베트남을 단순히 '촬영 배경'이나 '소재'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동등한 창작 파트너'로서 협력을 모색했기에 지금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베트남에서 성공한 한-베 합작 영화들의 공통점은 한국과 베트남 제작진의 크레딧 비중이 거의 동등했다는 점이다. 통역 스태프와 대사 감수 스태프를 배치해 소통을 원활히 하고, 베트남 배우와 스태프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는 형식적인 협력이 아니라 실질적인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로컬 크리에이터와의 동등한 협업 구조를 구축하는 것도 필수적이었다. 한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고 베트남이 따르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기에, 베트남 감독, 작가, 배우, 스태프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베트남 문화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갔다.
베트남 프로듀서들은 ‘영화에 베트남 고유의 정서와 색깔이 있어야만 해외 관객에게도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한국 제작진 역시 ‘한국의 제작 노하우와 베트남의 로컬 정서가 결합할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일방적 문화 전파가 아니라, 서로의 공통분모를 발견하고 각자의 고유성을 존중하는 과정이었다.
캣한국 감독들이 보여준 새로운 길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개봉 3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고 1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리고 진정한 공동 창작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의 모홍진 감독은 스토리 개발 단계부터 3년여간 베트남과 협업했다고 밝혔다. 모홍진 감독은 베트남에 체류하며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했고, 시나리오 단계부터 베트남 제작진과 많은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베트남 문화를 영화에 녹이고자 노력했다. 영화 제작진은 한국과 베트남 제작진이 거의 반반으로 구성했다. 또한, 베트남 촬영 시에는 통역 스태프와 대사 감수 스태프가 모든 소통을 도왔다(씨네플레이, 2025). ‘패키징 위주로 진행하는 단순한 공동제작이 아닌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과 베트남이 동등하게 협업하는 구조’를 실현한 것이다.
베트남 프로듀서 판 지아 녓 린(Phan Gia Nhật Linh)은 “과거에는 해외 자본과 작업 방법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스토리텔링과 제작 모두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단계로 발전했다”라고 밝혔다(Báo SÀI GÒN GIẢI PHÓNG, 2025/06/27). 모티브픽쳐스 김대근 대표는 “완성된 영화를 본 베트남 현지 스태프가 '영화가 시작된 순간 한국 냄새가 바로 난다'고 말하더라”라며 "한국 사람이 만들면 무언가 다르다는 인식 자체가 기회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이데일리, 2025/10/16). K-영화 제작진의 노하우와 베트남의 로컬 정서가 결합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였다.
최근 2025년 10월, KBS 대형 사극을 연출해온 신창석 감독은 베트남 국민 영웅 쩐흥다오(Trần Hưng Đạo) 장군을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을 발표했다. 총 제작비 약 300억 원 규모로 극장용 영화와 125부작 드라마를 동시 제작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신창석 감독의 접근법은 명확했다. "한국이 주도하고 베트남이 따르는 방식은 오래가지 못한다"며 ‘모든 스탭 회의를 양국 공동어로 진행하고, 대본, 음악, 미술, 의상까지 현지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토론하며 만들어간다. 이것이 공동 창작의 진짜 의미’라고 강조했다.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를 베트남 크리에이터들과 동등하게 협업하며 존중하는 방식이었다.
캣동등한 협력, 그 의미
하지만 베트남 영화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인프라는 구축되고 있던 것에 반해, 한-베 상호 이해를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 2022년 <범죄도시2> 상영 금지 사태는 이러한 베트남 영화산업의 발전과 한국의 베트남 현지 문화 이해의 부족 사이의 괴리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 되었다. 당시 베트남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유통, 배급된 영화들은 베트남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야기했고, 베트남 정부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대응책을 마련했다. 2023년 영화법을 개정하였고, 외국 기업이 베트남에서 영화를 제작할 경우 사전에 각본을 제출하도록 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구체적으로는 ‘영화 제작자는 베트남 헌법을 위반하거나 국가 통합을 저해하지 않으며, 국가 이익과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명시했다(전자신문, 2022/07/07).
한국 영화계는 이 과정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단순히 자본과 기술을 투입한다고 해서 협력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베트남의 문화를 존중하고, 베트남의 정치적 민감성을 이해하며, 베트남을 동등한 창작 파트너로 대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최근 긍정적 변화의 핵심은 바로 ‘상호 존중과 동등한 파트너십’에 있다. 베트남을 단순히 '촬영 배경'이나 '소재'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동등한 창작 파트너'로서 협력을 모색했기에 지금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베트남에서 성공한 한-베 합작 영화들의 공통점은 한국과 베트남 제작진의 크레딧 비중이 거의 동등했다는 점이다. 통역 스태프와 대사 감수 스태프를 배치해 소통을 원활히 하고, 베트남 배우와 스태프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는 형식적인 협력이 아니라 실질적인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로컬 크리에이터와의 동등한 협업 구조를 구축하는 것도 필수적이었다. 한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고 베트남이 따르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기에, 베트남 감독, 작가, 배우, 스태프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베트남 문화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갔다.
베트남 프로듀서들은 ‘영화에 베트남 고유의 정서와 색깔이 있어야만 해외 관객에게도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한국 제작진 역시 ‘한국의 제작 노하우와 베트남의 로컬 정서가 결합할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일방적 문화 전파가 아니라, 서로의 공통분모를 발견하고 각자의 고유성을 존중하는 과정이었다.
캣한국 감독들이 보여준 새로운 길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개봉 3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고 1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리고 진정한 공동 창작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의 모홍진 감독은 스토리 개발 단계부터 3년여간 베트남과 협업했다고 밝혔다. 모홍진 감독은 베트남에 체류하며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했고, 시나리오 단계부터 베트남 제작진과 많은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베트남 문화를 영화에 녹이고자 노력했다. 영화 제작진은 한국과 베트남 제작진이 거의 반반으로 구성했다. 또한, 베트남 촬영 시에는 통역 스태프와 대사 감수 스태프가 모든 소통을 도왔다(씨네플레이, 2025). ‘패키징 위주로 진행하는 단순한 공동제작이 아닌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과 베트남이 동등하게 협업하는 구조’를 실현한 것이다.
베트남 프로듀서 판 지아 녓 린(Phan Gia Nhật Linh)은 “과거에는 해외 자본과 작업 방법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스토리텔링과 제작 모두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단계로 발전했다”라고 밝혔다(Báo SÀI GÒN GIẢI PHÓNG, 2025/06/27). 모티브픽쳐스 김대근 대표는 “완성된 영화를 본 베트남 현지 스태프가 '영화가 시작된 순간 한국 냄새가 바로 난다'고 말하더라”라며 "한국 사람이 만들면 무언가 다르다는 인식 자체가 기회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이데일리, 2025/10/16). K-영화 제작진의 노하우와 베트남의 로컬 정서가 결합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였다.
최근 2025년 10월, KBS 대형 사극을 연출해온 신창석 감독은 베트남 국민 영웅 쩐흥다오(Trần Hưng Đạo) 장군을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을 발표했다. 총 제작비 약 300억 원 규모로 극장용 영화와 125부작 드라마를 동시 제작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신창석 감독의 접근법은 명확했다. "한국이 주도하고 베트남이 따르는 방식은 오래가지 못한다"며 ‘모든 스탭 회의를 양국 공동어로 진행하고, 대본, 음악, 미술, 의상까지 현지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토론하며 만들어간다. 이것이 공동 창작의 진짜 의미’라고 강조했다.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를 베트남 크리에이터들과 동등하게 협업하며 존중하는 방식이었다.

(좌)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 시사회에 참석한 모홍진 감독, (우) CICON Vietnam 2025 컨퍼런스에 참석한 신창석 감독
(출처: 연합뉴스, FNTODAY)
(출처: 연합뉴스, FNTODAY)
한편, CJ ENM은 베트남 로컬 IP를 활용한 영화 제작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2025년 1월, CJ 홍콩 엔터테인먼트는 베트남 제작사 프로덕션Q와 손잡고 베트남 작가 판 쿠옹의 공포소설 '왕자 리'를 원작으로 한 영화 <악마 왕자> 제작에 착수했다. 2023년부터 2년여간 협업하며 시나리오를 개발했고, 현재 감독 및 배우 캐스팅 단계에 있다. 부 뀐 하(Vũ Quỳnh Hà) CJ HK 프로덕션 디렉터는 ‘프로덕션Q의 호러 영화 제작 전문성과 CJ의 글로벌 배급 네트워크 간 시너지’를 강조했다. 이는 한국이 베트남 콘텐츠를 단순히 '수입'하거나 '리메이크'하는 것이 아니라, 베트남 원작을 함께 영화화하며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새로운 협력 모델이었다. 베트남은 더 이상 한국 영화의 '소재'나 '배경'이 아니라, 자체적인 IP와 창작 역량을 가진 동등한 협력 파트너가 되었다. 한-베 영화 협력의 다양한 시도들은 협력이 단순히 한두 편의 성공작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협력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3. 함께 만든 영화는 다르다
<범죄도시2>에서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 이 두 사례를 통해 살펴본 한-베 문화 교류·협력은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이는 한류가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된다. 한-베 영화 협력은 ‘상호 존중과 동등한 파트너십’이 핵심이었다. 베트남을 '소재'나 '배경'이 아닌 '동등한 창작 파트너'로 대하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진정한 협력이 가능해졌다. 한국은 제작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베트남은 로컬 스토리와 창작 역량을 제공하며 함께 성장했다. 모홍진 감독의 3년 협업과 크레딧의 50:50 구성, 신창석 감독의 ‘한국이 주도하고 베트남이 따르는 방식은 안 된다’는 말들, CJ의 베트남 IP 존중 등 상호 간의 모든 노력들이 동등한 파트너십의 실현을 가능하게 했다. 이는 '그라데이션 K'의 핵심 가치와도 일치한다.
베트남 정부는 2008년 민영화라는 전략적 개방을 선택했고, 그 과도기에 발생한 충돌을 계기로 문화 주권을 확립했다. 베트남 영화계는 급속히 성장하며 자체 역량을 증명했다. 한국은 초기의 실수를 통해 배우며 진정한 협력의 의미를 깨달았다. 이제 베트남은 한국 영화의 중요한 파트너이자 함께 글로벌 시장을 개척할 동반자가 되었다. 편견을 극복하고 상호 존중의 협력으로 나아갈 때, 한류는 지속가능한 문화 교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한-베 영화 협력이 보여준 것처럼, 진정한 협력은 상대를 동등한 파트너로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제 한류는 단순 문화 전파를 넘어,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며 점진적으로 스며드는 포용적 확산으로 나아가야 한다.
베트남 정부는 2008년 민영화라는 전략적 개방을 선택했고, 그 과도기에 발생한 충돌을 계기로 문화 주권을 확립했다. 베트남 영화계는 급속히 성장하며 자체 역량을 증명했다. 한국은 초기의 실수를 통해 배우며 진정한 협력의 의미를 깨달았다. 이제 베트남은 한국 영화의 중요한 파트너이자 함께 글로벌 시장을 개척할 동반자가 되었다. 편견을 극복하고 상호 존중의 협력으로 나아갈 때, 한류는 지속가능한 문화 교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한-베 영화 협력이 보여준 것처럼, 진정한 협력은 상대를 동등한 파트너로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제 한류는 단순 문화 전파를 넘어,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며 점진적으로 스며드는 포용적 확산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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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김보영(2022. 7. 7.). '범죄도시2' 베트남서 상영 금지 왜?…호찌민 묘사 문제 됐나. 《이데일리》. URL: https://edaily.co.kr/news/read?mediaCodeNo=258&newsId=01236566632392224
- 김형수(2025. 1. 8.). CJ ENM, 해외 로컬영화 제작 착수…베트남 프로덕션Q와 협업. 《The Guru》. URL: https://www.theguru.co.kr/news/article.html?no=81816
- 박명기(2025. 9. 15). '레드 레인' 700만명 돌파...베트남 전쟁영화 사상 최고 흥행. 《Asean Express》. URL: https://www.aseanexpress.co.kr/news/article.html?no=12218
- 박명기(2025. 10. 30.). 정일우, 베트남에선 '국민 사위' 왜? 영화 200만 관객 '흥행킹'. 《Asean Express》. URL: https://www.aseanexpress.co.kr/news/article.html?no=12296
- 석지헌(2025. 10. 16.). '엄마를 버리러~', 11월 韓 상륙…베트남 울린, 가족영화: 한·베 합작 성공 비결…"현지 이해→양국 시너지"[인터뷰]. 《이데일리》. URL: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098806642333576
- 양민하(2022. 7. 7.). 호찌민시 '무법도시' 묘사했다?...범죄도시2, 베트남서 상영 금지. 《전자신문인터넷》. URL: https://www.etnews.com/20220707000147
- 은주영(2025. 10. 29.). 정일우, '노 개런티' 영화 베트남서 초대박…1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TV Report》. URL: https://tvreport.co.kr/star/article/952988/
- 이동형(2025. 10. 30.). 베트남 영화시장은 황금기…한-베 합작영화 만든다. 《문화뉴스》. URL: https://www.mhn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9452
- 장아름(2025. 9. 25.). 베트남서 200만 돌파 정일우 주연작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11월 개봉. 《뉴스1》. URL: https://v.daum.net/v/20250925083225595
- 정리나(2022. 7. 7.). 베트남, 韓 영화 '범죄도시2' 상영 금지…"한국에 섭섭해". 《아시아투데이》. URL: https://www.asiatoday.co.kr/view.php?key=20220707010003985
- 정용주(2025. 8. 5.). '베트남-한국 영화' 공동 제작 시대. 《라디오코리아》. URL: https://www.radiok1230.com/news/articleView.html?idxno=601820
- 주성철(2025. 10. 14.). 한국, 베트남 합작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 스토리 개발부터 3년여의 결실!《씨네플레이》. URL: https://www.cineplay.co.kr/ko-kr/articles/21293
- 한국콘텐츠진흥원(2024). 「베트남 영화산업 성장지원제도」. URL: https://welcon.kocca.kr/mobile/en/organ-support/345
- 《CJ뉴스룸》(2025. 7. 3.). CJ가 이끄는 베트남 영화 황금기, 그 비결을 듣다. URL: https://cjnews.cj.net/cj가-이끄는-베트남-영화-황금기-그-비결을-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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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발행인 박창식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기획·편집 이현지, 김정현
디자인 7의감각
발행일 2025년 11월 25일
E-ISSN 2714-04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