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호] FOCUS 2 | 사우디아라비아가 '조선의 궁중'을 사랑하는 이유
웹진<한류NOW>
작성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게시일 202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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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고에서 사용된 한류 관련 모든 통계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의 「2025 해외한류실태조사」의 사우디아라비아 편을 참고하였음을 밝힙니다.
한류 조사연구 아카이브 - 「2025 해외한류실태조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장 쉽게 만나는 세계’는 더 이상 TV나 위성방송에 국한되지 않는다. 넷플릭스(Netflix), 비우(Viu), 샤히드(Shahid) 같은 OTT 플랫폼이 일상적 시청의 중심이 되면서, 콘텐츠 소비의 속도와 폭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폭발적인 OTT 시청’의 확장과 함께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같은 방향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넷플릭스 시청 순위 상위권에서 한국 드라마가 반복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장면은 이제 낯설지 않다. 이는 한국 콘텐츠가 특정한 취향의 영역을 넘어, 플랫폼의 대중적인 선택지로 자연스럽게 진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점은 사우디아라비아가 K-콘텐츠를 수용하는 방식이 단순히 로맨스나 현대극의 소비로만 설명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 왕정 역사와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국가로, 한국 사극이 지닌 왕실·궁중 규범·가문 구조·의례와 같은 요소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민들에게 이질적인 요소라기보다 오히려 친숙한 문화 코드로 작동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라면 해석과 설명이 부가되어야 하는 궁중의 예법, 권력의 서사, 예절의 디테일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진입장벽이 되기보다, 오히려 감상의 매력으로 전환되는 장면이 포착된다.

이 글은 이러한 현상을 ‘한류의 정반합’이라는 관점에서 읽어보려 한다. 500년 전의 궁중 규범과 왕정의 질서(전통)가 OTT라는 기술적 유통 환경(현대) 위에서 다시 살아나고, 때로는 클립과 밈(meme)으로 재가공되면서(변형), 결과적으로 한국 문화콘텐츠가 사우디아라비아 시청자에게 ‘새로운 방식의 한국’으로 체험되는 과정(종합)을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왜 ‘조선 궁중’을 매력적으로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재구성되는 한국의 신(新) 시대극이 왜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에서 특히 높은 잠재력을 갖는지 그 문화적, 산업적 필연성을 차례대로 풀어내고자 한다.
 
1. 「2025 해외한류실태조사」 - 사우디아라비아: 급속히 확장하는 OTT 생태계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25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한국 문화콘텐츠 경험은 영화, 드라마 등의 영상콘텐츠에서 높게 나타나며, 영상콘텐츠가 한국 문화콘텐츠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한국 문화콘텐츠를 영화의 형태로 경험하는 비율은 86.4%, 드라마는 84.8%에 이르며, 그 외에도 음식(80.3%), 패션(74.8%), 뷰티(70.7%)이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특히 드라마는 58.6%로, 다양한 한국 문화콘텐츠들 중 대중적인 인기 인식 부분 1위를 차지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문화콘텐츠 경험률’
(출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5). 「2025 해외한류실태조사」.)
 
 
주목할 만한 점은 한국 문화콘텐츠를 경험한 남녀의 비율 차이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연령에 따른 비율 역시 매우 고르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물론 뷰티 영역에서는 여성이 83.3%, 남성이 58.1%로 대략 25.2%의 차이를 보였지만, 뷰티에 대한 여성의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외의 전 영역에 걸쳐서 한국 문화콘텐츠 경험률의 남녀 간 차이는 대부분 10% 미만의 적은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성의 경우 영화 87.1%, 드라마 80.5%, 음식 75.6%를 기록하였으며, 여성의 경우 영화 85.8%, 드라마 89.0%, 음식 84.9%의 경험률을 기록하였다. 50대가 한국 음식을 경험한 비율인 63.3%를 제외하면, 영화, 드라마, 음식에 대해서 1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전 연령별 경험은 모두 75%를 상회하는 수치로 나타났다. 이는 한류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세대와 젠더를 아우르는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 문화콘텐츠 소비 비중의 평균 역시 30.2%에 달했는데, 이 중 소비 시간은 14.2시간을 기록하였으며 지출액 평균은 전년(18.4 USD) 대비 10.4 USD가 증가한 총 28.8 USD로 나타났다. 한국 문화콘텐츠 소비 지출액 평균이 전년 대비 올해 무려 56.65%나 성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응답자 특성별 한국 문화콘텐츠 경험 여부’
(출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5). 「2025 해외한류실태조사」.)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문화콘텐츠 소비(학습)량’
(출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5). 「2025 해외한류실태조사」.)
 
 
한국 문화콘텐츠 중 ‘음식’은 한류를 이끌어 나가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25 해외한류실태조사」에서 인기도 3위를 차지한 분야는 바로 음식(54%)이었는데,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K-푸드의 높은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특히 20대의 경우 한국 음식을 경험했던 비율은 85.2%를 차지해, 다른 연령층 대비 인기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음식의 호감 요인은 ‘맛이 있어서’(45.3%)였고, K-패션 또한 ‘품질이 우수해서’(36.8%)였고, K-뷰티 역시 ‘효과가 좋고 품질이 우수해서’(38.8%)가 호감 요인의 1순위였다. 이는 한국 문화콘텐츠 호감 요인이 유료 이용 의향과도 연결되는 의미있는 수치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 문화콘텐츠 중 ‘음식’에 돈을 지불하겠다는 유료 이용 의향은 10대는 72.7%, 20대는 73.2%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음식 문화는 한류를 경험하고, 한류를 향유하는 주된 문화 요소로 자리 잡았다. 더불어 한국 문화콘텐츠를 접촉하는 경로로는 ‘온라인/모바일’이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는데, 주로 드라마, 예능, 영화에서는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다음으로는 유튜브/유튜브 프리미엄이 뒤를 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소비자들은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를 통해 한국의 문화를 이전보다 더 쉽게 접촉할 수 있게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대중적 인기 인식’
(출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5). 「2025 해외한류실태조사」.)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문화콘텐츠 접촉경로’
(출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5). 「2025 해외한류실태조사」.)
 
 
드라마에서 음식에 이르는 ‘폭넓은 한류 경험’과 ‘온라인/모바일’ 중심의 접촉 구조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의 사극이 어떻게 대중적으로 번역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특히 2025년 8월 공개된 음식 서사 기반의 K-시대극 <폭군의 셰프(Bon Appétit, Your Majesty)>는 이러한 조건이 한 작품에 응축된 사례로 읽을 수 있다. 플릭스패트롤(FlixPatrol) 순위 집계 자료에 따르면, 드라마 공개 익일(2025.08.24.) <폭군의 셰프>는 사우디아라비아 넷플릭스 TV Shows 1위로 차트에 진입했고, 2025년 9월에는 월간 1위를 기록하며 단발적인 화제성을 넘어선 지속적인 확산을 보여주었다.


<폭군의 셰프> 넷플릭스 사우디아라비아 1위 기록
(출처: FlixPatrol)
 
2. 사우디아라비아를 이해하는 첫 단서 ‘종교와 왕정’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 사극에 대한 인기를 이해하려면 해당 국가의 여러 가지 특징들을 보다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는 종교가 문화의 한 영역을 넘어 사회 규범과 국가 운영의 언어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메카(Mecca)와 메디나(Medina)라는 이슬람의 두 성지를 품고 있는 국가로서, 일상과 공적 질서 모두에서 이슬람적 가치가 강하게 체화되어 있다. 따라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대중문화 소비를 읽을 때는 단순히 개개인의 사적 취향뿐만 아니라 그들 내부에서 통용되고 있는 종교적 규범·의례·공동체 윤리, 그리고 이와 같은 사항들이 서로 얽혀 형성하고 있는 특수한 사회적 감수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와 같은 문화적 토대는 법과 제도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통치 원리는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sharīʿah)를 중심축으로 삼으며, 국가 운영의 근간 역시 이슬람적 정당성 위에 놓여 있다. 이슬람적 정당성과 결합된 통치 방식의 핵심은 왕정 체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사우드 왕가(Al Saud)가 이끄는 군주국으로, 역사적으로 종교 권위(종교 학자 집단) 및 전통 질서와의 결합을 통해 통치의 정통성을 구축해 왔다. 제도적으로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정은 상징적인 군주 이미지를 넘어서 국가 운영의 실질적인 중심으로 작동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기본법에서 국왕은 “이슬람의 지침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고 “이슬람 샤리아의 시행과 국가의 일반 정책을 감독”하는 존재로 규정되며, 각료회의(Council of Ministers) 또한 국왕이 주재하는 구조로 설명된다. 또한 법률·조약·협정 등 핵심 규범은 왕령(Royal Decrees)으로 공표되는 방식이 명시되어 있어, 제도적인 차원에서도 왕권이 국가 운영 전반을 관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Vision 2030)’ 기조 아래 경제 다각화와 함께 관광·스포츠·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적극 확장해 왔다. 2016년 비전 2030이 경제 개혁과 다각화 계획으로 출범했고, 관광·스포츠·엔터테인먼트 부문 확대가 포함되었다. 또한 리야드 시(市) 공식 홈페이지는 2018년 기준 35년 만에 재개장한 영화관과 리야드 시즌과 같은 대형 시즌형 축제 등 문화·여가 인프라 확대하고자 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단순히 “전통을 버리고 현대화로만 달려가는” 단선적인 발전을 쫓고 있지 않다. 오히려 이슬람적 규범성과 왕정의 의례적 질서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동시에 OTT·엔터테인먼트산업의 확장이라는 새로운 매체 환경 변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통적 질서의 감수성’과 ‘최신 플랫폼 기반의 소비 습관’이 맞물리게 되었다. 드리고 한국의 궁중 규범, 의례, 권력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는 사극 작품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시청자들에게 낯섦이 아니라 친숙한 장르 코드로 읽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사우디아라비아 시청자에게 한국의 사극은 먼 나라의 옛 이야기라기보다, 이미 익숙한 문화 감각 위에 새로운 미학과 서사로 덧칠된 궁정 서사(royal narrative)로 읽힐 여지가 크다. 사우디아라비아 사회는 종교적인 규범과 왕정의 의례가 공적·사적 삶을 조직해 온 맥락을 지니고 있고, 이는 자연스럽게 규범·예절·위계·가문 같은 요소를 ‘설명해야 이해되는 장치’가 아니라 ‘서사에 몰입하게 만드는 문법’으로써 보조하고 있다. 즉, 사우디아라비아 시청자들은 이미 보유한 ‘전통 질서에 대한 해독 능력’을 활용하여, 조선 왕실의 규율, 궁중의 예법과 같은 동양 국가의 낯선 로컬리티를 시청의 진입장벽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스스로 이해 가능한 장르 코드로 전환해 시청하고 있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전통문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몇 가지 주요한 특징들이 한국 전통문화(특히 사극이 재현하는 전통)의 감각적 수용을 돕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의례와 형식의 미학이다. 중요한 관계와 순간을 정해진 규칙과 형식으로 정리하는 문화에서는 절차와 격식을 갖춘 장면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의미를 발생시키는 장치가 된다. 한국 사극의 조회(朝會), 의복 규정, 공간 질서, 말투와 행동 규범은 특유의 의례와 형식 갖추기에 익숙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내재된 감수성과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둘째, 가문과 공동체의 서사다. 한국 사극의 갈등은 개인의 욕망만이 아니라 가문·혼인·혈통·명예를 매개로 확장되며, 이는 ‘개인이 곧 관계망 속에서 정의된다’는 전통 사회의 서사 구조와 맞물린다. 셋째, 환대와 식(食)의 문화다. 사극은 음식을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권력(하사·진상), 예절(상차림·접대), 관계(화해·경계)의 언어로 사용한다. 음식이 ‘말보다 먼저 이해되는 감각’이라는 점에서, 이 장르는 언어 장벽을 낮추고 시청자들의 몸 감각으로 곧장 서사를 읽어내는 힘을 갖는다.

 

드라마 <대장금>의 포스터 (사진 출처: ≪MBC≫)(좌), 드라마 <폭군의 셰프>의 포스터 (사진 출처: ≪tvN≫)(우)
 
 
3. 사우디 OTT 확산과 ‘현재’로 소환된 역사
과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장금>이 큰 흥행을 거둔 바있다. 그리고 최근에 방영된 <폭군의 셰프>인기는 오랜만의 사극 흥행이었다. 오랜만의 사극 부활을 알린 <폭군의 셰프>는 AI 기반 제작 기술과 글로벌 OTT 환경이 결합되면서, 사극이 동시대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었다. 이는 최근 K-시대극의 기술적 진화와 그 가치를 확인하는 사례이다. 전통을 다루는 콘텐츠가 해외에서 종종 부딪히는 문제는 ‘설명해야 하는 정보의 양’이 많다는 점이다. 그러나 ‘요리’라는 주제는 설명해야 하는 양이 적다는 점이 장점이다. 한 상이 차려지는 과정, 칼질과 불 조절, 그릇과 색감, 한 입 베어 무는 순간의 표정은 자막 없이도 감정과 목적을 전달한다. 동시에 기술 기반 연출(촬영·조명·편집·사운드·미장센 설계)은 전통을 ‘정보’가 아니라 ‘경험’으로 바꾼다. 궁중 공간을 따라 이동하는 카메라, 음식 클로즈업과 사운드의 증폭, 의복과 장신구의 질감을 강조하는 화면은 사우디아라비아 시청자에게 한국의 전통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게 되는 것’으로 제시한다. 결과적으로 전통은 박물관의 유물이 아니라, OTT 화면 속에서 ‘현재의 감각’으로 재생된다.

또 하나의 핵심은, 이런 K-시대극이 OTT 환경에서 특히 강하다는 점이다. OTT는 정주행의 매체이면서 동시에 클립과 밈의 매체다. 궁중 규범은 그 자체로 ‘짧게 잘라 보여줘도 의미가 통하는 장면’을 만든다. 예절의 과잉, 금기의 위반, 호칭의 실수, 권력자의 눈빛과 침묵 같은 요소는 짧은 구간만으로도 갈등과 쾌감을 전달한다. 다시 말해, 한 나라의 500년 전 이야기를 각색한 상상의 세계관은 OTT의 편집 가능한 시간 구조 속에서 클립과 밈으로 재가공되며, 전통이 현대적 유통 문법을 얻는 순간을 만든다. 〈폭군의 셰프〉처럼 사극의 권력 서사에 요리와 기술 기반 연출을 접합한 작품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빠르게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었던 배경도 이 ‘감각적 번역’과 ‘클립 친화성’의 결합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개인 유튜브에서 만든 <폭군의 셰프> 시즌 2 가상 예고편
(출처: 한국 드라마 관련 유튜브 팬페이지(@Kdrama Flex))
 

 
<폭군의 셰프> 시즌 2 가상 예고편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
(출처: 한국 드라마 관련 유튜브 팬페이지(@Kdrama Flex))
 

 
결론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폭군의 셰프> 흥행 요인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사우디아라비아 사회가 왕정의 역사·의례·규범에 대한 감수성을 강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궁중 공간·왕실 위계·의례적 질서가 중심이 되는 한국 사극의 문법이 이질적이기보다 오히려 사우디아라비아 문화와 유사하거나, 또는 관련이 있다는 친숙함으로 작동했다는 점이다. 둘째,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한식에 대한 관심이 글로벌 OTT 플랫폼의 높은 이용률과 결합하면서 음식 장면이 클립·짧은 영상·밈으로 재가공되는 2차 유통의 속도를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해 볼 수 있다.

상기한 요인을 살펴봤을 때, 사우디아라비아 내 한국 사극의 인기는 우연이라기보다 구조적인 필연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전통에 대한 관심이 강하고, 왕정과 의례의 문화적 감수성이 살아 있으며, 동시에 OTT를 통해 글로벌 콘텐츠를 빠른 속도로 받아들이는 시장이다. 그 결과 “전통을 전통답게 보여주는 서사”가 오히려 새로운 즐거움으로 소비된다. 특히 한국 사극은 단지 궁중을 배경으로 할 뿐 아니라, 권력의 역학을 촘촘히 설계하고(정치 스릴), 감정선을 섬세하게 밀어붙이며(멜로), 미장센과 소품에 집요하게 투자한다(미학). 사우디아라비아 시청자 입장에서는 왕실 이야기라는 익숙한 장르적 문법 위에서, 한국 콘텐츠가 제공하는 높은 제작 완성도와 감각적인 디테일을 통해 친숙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얻는 셈이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 사극이 통하는 이유는 ‘로컬리티를 지웠기 때문’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로컬리티가 더 강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궁중의 규범, 권력의 절차, 음식과 예절의 디테일—이 모든 전통적인 요소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이해를 방해하는 장벽이 아니라 이 이야기가 진짜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하나의 질감이 된다.

K-시대극의 인기와 다양한 콘텐츠로의 파생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 문화콘텐츠가 무엇을 확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제공한다. 첫째, 한류의 경쟁력은 현대적인 소재만이 아니라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에서도 나온다. 둘째, 글로벌 확장을 위해 로컬리티를 희석하기보다, 오히려 로컬리티를 ‘감각적으로 번역 가능한 형태(미장센·음식·예절·공간)’로 강화할 때 해외 시장에서 더 강한 흡인력을 얻을 수 있다. 셋째, OTT는 전통을 소비하는 방식 자체를 바꿨다. 이제 전통은 긴 호흡의 서사로만 존재하지 않고 한 장면·한 소품·한 상차림이 즉각적인 공유의 단위가 되며, 이 과정에서 전통은 낡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빠르게 ‘현재화’된다. 전통은 세계화의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세계가 열광할 수 있는 심미적이고 서사적인 자원이 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조선 궁중’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 전통과 역사가 과거의 박물관이 아니라, OTT라는 현재의 기술 위에서 오늘의 감각으로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류의 다음 단계는 더 분명해졌다. 전통과 현대가 결합된 K-콘텐츠는 단지 한국을 알리는 것을 넘어서 한국을 경험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그 진화의 한 장면을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이 선명하게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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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케이드라마 플렉스(@Kdrama Flex). URL: https://www.youtube.com/watch?v=sJ1QLI2uvDo
-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5). 「2025 해외한류실태조사 보고서(제 14차) 분석편(중동)」. (서울: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URL: https://www.archivecenter.net/hallyuresearch/archive/srch/ArchiveNewSrchView.do?
i_id=130593 - FlixPatrol, URL: https://flixpatrol.com/top10/netflix/saudi-arabia/2025-08-24/
- FlixPatrol, URL: https://flixpatrol.com/top10/netflix/saudi-arabia/2025-09/
- ≪MBC≫, URL: https://program.imbc.com/daejanggum
- ≪tvN≫, URL: https://tvn.cjenm.com/ko/bon-appetit-your-majesty/

 

 
 
 
 
 

발행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발행인 박창식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기획·편집 이현지, 김정현
디자인 7의감각
발행일 2026년 1월 23일
E-ISSN 2714-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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