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7대 총선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일반명부 기호 2번 노회찬 후보 출사표

<진보정치 대표선수, 국회를 흔들어라!>

 

출사표 - 다시 광야에 서서 (노회찬)  

 

존경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오랜 고뇌의 시간을 끝내고 여러 동지들 앞에 섰습니다. 

번민의 나날이 짧지는 않았습니다.

중앙당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사상 초유의 1인 2표 정당득표운동을 지휘해야 하는 처지에서 지역구 출마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결단하지 못했습니다.

저의 본분을 일깨워주고 격려해준 강서을 당원동지들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서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단 한 명을 뽑는 비례대표 후보선거라면 제가 이 자리에 설 생각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미 훌륭한 동지들이 출마선언을 하였고, 그 중에는 제가 선거운동원이 되고 싶은 분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비례대표 후보가 민주노동당의 상징을 뽑거나 그간의 활동에 대한 보상과 예우차원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면 저는 더더욱 이 자리에 설 이유가 없습니다.

열일곱 나이에 유신반대투쟁에 나선이래 30년을 학생운동, 노동운동, 진보정당운동의 외길을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민주화운동 유공자 선정과 보상신청도 스스로 포기했습니다.

보상받기 위해 운동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저는 앞으로도 수 십 년을 야전에서 현역으로, 실무를 담당하며 뛰어야 할 사람입니다.

예우를 받기엔 저는 아직도 너무나 젊은 활동가입니다.

 

제가 비례대표후보로 나선 것은 국회라는 새로운, 중요한 싸움터가 우리 앞에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국회가 젖과 꿀이 흐르는 특권과 기득권의 천지라면 저는 이 자리를 양보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그러나 17대 국회가 소수의 민주노동당 선발대를 보내 막강한 지배계급의 대표선수들과 사생결단의 일대격전을 벌이는 전쟁터라면 저는 스스로 자원해서 이 선발대에 참여하고자 합니다.

 

지난 15년 동안 고난에 찬 진보정당의 외길을 헤쳐오면서 쌓아온 저의 경험과 성찰과 시행착오의 교훈은 모두 다가오는 싸움을 위한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이 맞서 싸워야 할 보수기득권 정치세력의 강점과 약점을 누구보다 풍부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기에 다가오는 전투에 대한 기대가 큰 것 또한 사실입니다.

 

송구스럽게도 한국진보정당운동의 산증인이라는 평가를 듣지만, 진보정당은 이미 저의 인생 그 자체입니다.

진보적 의정활동의 상, 당과 의원단의 관계. 진보적 의정활동과 대중운동과의 결합 등 이제까지 우리가 겪지 못했던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도 오랜동안 토론과 학습과 구상을 거듭해왔습니다.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지금 우리 눈에는 진보정당의 첫 원내진출이라는 감격스런 순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순간만을 기다린 게 아닙니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며 그를 위한 유리한 고지로서 집권을 성취해야 합니다.

제 17대 국회의 4년은 민주노동당이 집권세력으로 도약할 너무나도 소중한 기회입니다.

이 4년의 활동에 따라 2008년에 민주노동당이 제 1야당이 되느냐 만년 소수 정당이 되느냐가 결정될 것입니다.

 

18대 국회에서 80석 이상을 쟁취하기 위한 전투는 지금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중앙선거대책본부장으로서 이번 4.15 총선에 무한책임을 질 것을 선언합니다.

정당득표 15%를 달성하여 제 1야당으로 성장할 첫 기반을 마련하는 데 정치적 책임을 지고자 합니다.

 

장렬히 산화하더라도 이 길은 저에게 영광의 길이며

저를 키워준 한국진보정당운동에 보답하는 충성의 길이 될 것입니다.

신발끈을 조이고 포연 자욱한 전장으로 떠나며 동지들에게 인사드립니다.

 

2004년 3월 1일

민주노동당 당원 노회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