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거나 따뜻하지 못한 가정교육과 환경에 이른 사회생활을 성매매업소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성매매 일을 하면서 늘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할 수밖에 없던 저는 성매매업소를 그만두고 나와 일반인으로 생활하려 노력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몸만 업소를 떠났을 뿐, 그 남자들은 저에게 지금까지 성매매의 과거가 있단 이유로 수년 동안 낙인을 찍어 주저앉혔습니다. 만나주지 않으면 가족들과 친지들에게 네 과거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에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요구한대로 만나 내 몸을 던져주어야 하는 지옥 같은 생활을 견디다 못해 죽음까지도 생각했습니다.
매일 밤을 악몽에 시달리다 어느 날 종교관이 뚜렷하지 않았던 저는 문득 신부님께 잘못을 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가락동성당에 전화를 걸어 신부님께 상담요청을 한 후 만나 뵈어 울음을 반복하며 겁에 질린 채 저의 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신부님께선 묵묵히 들어 주시더니 막달레나공동체 연락처를 건네주셨습니다. 사실 몇 년 전 저는 막달레나의집을 먼발치서 알았지만, 참 어리석게 일반적인 복지시설이나 종교단체라고 생각했고 종교적인 믿음으로까지 더한 손가락질을 받진 않을까 두려움에 떨던 저를 신부님의 배려와 현명하심이 막달레나의집으로 제 마음을 온전히 이끌어 주셨고 쉼터 선생님과의 첫 상담은 서러움의 눈물로 시작되었지만, 편안히 마치고 소중한 인연들이 시작되었습니다.
일단 시급한 문제는 법률지원을 받아 끊임없이 공격하고 있는 그들의 행동을 멈추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입소 후 얼마간은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속에서 위축되어 있고 정말 잘 될 수 있을까 불안 해 하던 제게 큰언니(대표님)는 제가 해야 할 일을 만들어 주시더군요. 아니, 선뜻 하지 못 했던 일들을 찾아 여러 가지 선택과 기회가 열려있다는 것을 알려 주시고는 제가 마음을 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주셨어요. 그동안 자신 없어 배우길 미뤄오기만 했던 컴퓨터 기본활용에 관심을 보이자 마침, 막달레나 가족여행 프로그램이 있어 제비뽑기를 하였는데, 저를 포함해 가족 3명과 마침 큰언니와 한 조가 되었습니다. 우리 조에 여행계획안을 책임감을 가지고 문서로 만들어 제출해 보라고 하시더군요.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선생님들에게 도와달라고 하니 참 친절히 알려주셨고, 서투른 솜씨로 문서 작성 과정에 일곱 번에 걸쳐 검토해 주시며 매번 “잘했다.” 하시며 잘못 된 부분을 짚어 주시고는 “더 잘 할 수 있을 꺼 야.” 라고 격려해 주신 덕분에 일주일이 걸렸지만 여행계획서를 완성하였습니다. 선생님들과 큰언니가 검토하시더니 저보다도 더 뿌듯해 하시며 “너무 잘했어.” 라는 칭찬의 말이 제게 용기와 자신감을 주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날 닮은 인형을 만들어 나를 표현해 보는 인형극 프로그램도 해보고, 천연비누를 만들어 가톨릭 여성연합회 바자회에도 선생님들과 가족들과 함께 참여해 우리 선생님들이 이런 일들을 주말까지 반납하시며 하는 이유를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이토록 마음의 치유를 생활에서 자연스레 발견할 수 있도록 큰 언니는 친언니보다 더한 깊은 관심을 꾸준히 쏟아 주고 계십니다. 뭐든 막힐 때 마다 선생님들을 붙잡고 늘어져 보려고도 하지만 성급하게도 너무 느긋하게도 아닌 여유롭고 충실한 선생님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도- 이렇게도- 시도 해 보고 싶은 의욕이 생기니 어느 샌가 막달레나 밥상 끝에 설거지당번 뽑기 “안 내믄 술래! 가위 바위 보!” 가족들의 함성과 웃음의 순간을 즐기게 되었고, 그늘졌던 제 얼굴은 우리 막달레나집의 밝고 당당한 즐거움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지난달엔 막달레나 가족을 위한 용인 모현성당에서의 막달레나의집 홍보활동과 후원모금미사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해야 할 일 이라고 판단하고 모금회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미사 당일 아침부터 또다시 그들의 협박전화에 일들로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큰 기대 없이 갔지만, 성당에 도착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따뜻한 사람들과 이곳에서 함께 일 할 수 있다는 데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누군가 늘 제가 느낄 수 있도록 듣고 보고 참을 수 있는 기회와 선택을 끊임없이 주신다는 것이... 이런 마음이 무지 반갑고 편안했습니다. 제가 어디 소속이든 간에 온 마음을 다해 저의 마음의 평화를 빌어 주시는 많은 분들이 저의 마음을 녹여주시니 한 가지 임무를 맡아도 진실 되게 하고 싶어졌고 복지시설이라고만 판단했던 막달레나의집은 이토록 저의 마음에 평화가 뿌리 깊게 내리고 픈 마음의 고향이 되어 갑니다. 저 역시 다양한 색깔과 방식대로 모두가 희망을 찾아 키워나가는 우리 막달레나집의 가족들처럼 따뜻한 사랑을 품어 소박한 평화를 나눠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집에 자꾸 자꾸 놀러 오세요.
* 이 글은 2013년 5월에 작성된 홈페이지 지난 편지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