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한참의 고민 끝에 챙겨 입은 도톰한 쟈켓 안의 반소매 셔츠는 마치 계절의 간이역 같네요. 날이 점점 더 추워지면 지나온 여름이 그리워지겠죠.
현대판 자린고비 스타일
“식구들이 오면 틀어줄게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 취업이다, 학원이다 식구들은 모두 집을 비우고 한 낮의 열기에 “덥다..”를 연발하는 사무실에 울려 퍼지는 단호한 한마디! 눈치 없는 공과금 때문에 에어컨 리모컨마저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게 만들어버린 우리의 란샘의 호통입니다. 에어컨이 뿜어내는 찬 공기를 헛되이 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선풍기 바람 한 번 쐬고, 에어컨 한 번 힐끗. 현대판 자린고비는 모시메리 돌풍의 예고였고 우리는 그만.. 단 돈 만원! 무료배송의 유혹에 빠졌습니다. 클릭 한 번의 공동구매는 너른의 유니폼을 탄생시켰고 어찌나 편하고 시원한지... 시골 아지매 같은 스타일에도 좋아라하며 한 바탕 패션쇼를 벌였지요.
새는 비 덕택에 꽃무늬 에너자이저
비 새던 용산 막달레나의 집 추억을 질투했더니만 글쎄... 허우대 멀쩡한 너른에도 비가 새네요. 장마가 남긴 얼룩한 흔적과 곰팡이 놈이 영 거슬리더니, 앗싸~ 화재 예방을 위해 벽지를 교체해야 한다네요. “젊다”로 통하는 식구들과는 달리 유독 우리 집 건물만이 연륜을 뽐내고 있었기에, 식구들은 벽지라도 밝은 색을 외쳤고 방방마다 환한 연두색 벽지로 도배를 했지요. 식구들의 만족스러운 환호 끝 외마디 “엇!” 누수와 곰팡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쪽 벽에 포인트를 준 1층 사무실이 이렇게 오묘한 분위기를 낼 줄이야... 종이벽지 하나도 나름의 분위기로 소화시키는 너른 식구들의 감각은 놀라워요. 붉은 색을 좋아하는 윤은 오늘도 포인트 벽지 앞자리를 고수하여 외치네요. “에너자이저~”
사소함에서도 즐거움을 찾고, 작은 것으로도 행복을 누릴 줄 아는 너른 식구들의 묘한 매력은 은근하고 뭉근하게 마음을 움직입니다. 요란스럽지 않은 일상 속 변화들이 주는 감동이 힘이 되어 짧고 강했던 여름을 유쾌한 웃음으로 보내고 이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려합니다. 함께 하는 순간을 다채롭게 만드는 이 계절이 있어 더 풍요롭고 행복할 수 있는 건 아닐까요? 점점 진하게 물들어가는 이 가을에 너른 쉼터에서 드리는 소박한 편지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