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아카이브와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가는 아카이브 이모저모.
6월을 맞이하여 아카이브센터는 전쟁과 평화를 다루는 다양한 아카이브를 찾아보았습니다.
올해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이한 전쟁기념관은 2017년부터 6·25전쟁 아카이브 구축과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아홉 번째 이모저모에서는 전쟁을 담아 평화를 말하는 아키비스트 전쟁기념관의 박세훈 학예연구사와 함께했습니다.
| 아카이브와 아키비스트
다양한 학문이 결합한 기록학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기록연구사’ 이외의 직책으로 기록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아키비스트는 흔히 보기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자신을 ‘아키비스트’로 소개한 박세훈 연구사는 전쟁기념관 학예부 소속 아카이브센터팀에서 학예연구사로서 아카이브 업무를 수행하며 기록 전문가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전쟁기념관 박세훈 학예연구사
| 6·25전쟁 아카이브센터의 탄생
6·25전쟁은 한국의 전쟁사 중에서도 현재까지 많은 상흔을 남기고 있으며, 한국 현대사에 그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있습니다. 전쟁기념관에서도 이러한 6·25전쟁을 보다 적극적이고 명확하게 기억하기 위한 아카이브를 만들었습니다.
“6·25전쟁은 UN 창설 후 최초로 집단안전보장 제도가 실현된 사건으로 약 80여 개국이 직간접적으로 참전한 대규모의 국제전임에도 불구하고 잊혀진 전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6·25전쟁에 관한 다각적 정보, 자료, 기억 등을 세계적으로 제공하여 우리의 주체적인 시각에서 ‘잊지 말아야 할 전쟁’으로 인식시킬 수 있는 기억기관의 설립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했습니다.”
전쟁기념관 6·25전쟁 아카이브센터 개관 포스터
6·25전쟁과 같이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거대한 사건이라면,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기록을 남겼을 것입니다. 곳곳에 흩어진 기록들을 모아서 아카이브로 빚어내는 것은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것입니다.
“‘6·25전쟁 아카이브 구축 사업’에 대해 국회, 국방부, 관련 학계 등에서 필요성을 공감하고 지원을 약속하였습니다. ‘6·25전쟁 아카이브 구축’이라는 국가 주도의 아카이브를 전쟁기념관이 주체적으로 구축·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2017년부터 아카이브를 운영해왔던 노하우가 있었다는 점과 박물관 내에 기록연구사, 학예연구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배치되어 있다는 점, 6·25전쟁 관련 다양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인정받아 핵심 5개년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1년 최초 계획 이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러 차례의 자문회의 개최 및 출장, 3차례 이상의 연구용역을 통해 과거 시행착오를 줄이고, 새로운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6·25 아카이브센터 전문자료실, 오픈형 작업실과 열람공간 등이 있습니다.
| 아카이브를 넘어선 아카이브
아카이브는 이미 생산된 기록을 보관하는 기록보존소를 넘어 새로운 수집 활동을 창출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전쟁기념관의 6·25전쟁 아카이브센터 역시 기존의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6·25전쟁과 관련한 새로운 기록을 수집하고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앞장 서고 있습니다.
“전쟁기념관은 개관 이래 30년 동안 6·25전쟁 관련 유물자료 4만여 건 이상을 관리·보존하고 있으며, 2022년부터는 국내외 6·25전쟁 아카이브 자료 수집사업을 통해 다양한 유무형의 고가치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수집자료를 바탕으로 6·25전쟁 아카이브센터(오프라인)와 오픈 아카이브(온라인)를 통해 자료를 무료로 개방하고 있습니다.
대표 컬렉션 첫 번째로는, 청암아카이브(임인식 종군사진가) 구입사진 컬렉션입니다. 1년간의 협업을 통해 청암아카이브 소장 기록사진 515점을 수집하였으며, 30점 이상의 박물자료를 대여받아 주제 컬렉션(우리가 본 한국전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구술기록입니다. 전쟁기념관은 2020년부터 현재까지 ‘문서가 말하지 않는 이야기’ 컨셉을 바탕으로 구술영상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3년 동안 한국전쟁에 참전하셨던 참전용사분들을 대상으로 20편 이상의 구술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올해는 국가보훈처의 협조를 통해 유엔 참전용사 구술영상 50편 이상을 수집하여 6·25전쟁 아카이브센터에서 디지털 열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여 ‘미 참전용사 로저스트링햄(Roger S. Stringham)’이 기증한 회화작품을 활용한 기증자료전을 개최할 예정에 있습니다. 2023년 특별전 개최 등의 조건으로, 로저 스트링햄은 6·25전쟁에 참전, 참전 기간동안 틈틈이 작업한 스케치 및 수채화 등 원본 60여 점을 기증하였습니다.”
전문 자료실 안에는 미디어 아카이브의 열람 서비스를 위한 미디어 부스가 있습니다.
|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만드는 아카이브
여러 시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유형의 기록들을 잘 정리·보존하고, 그것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키비스트 혼자만의 힘으로는 해낼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아키비스트는 아카이브 작업에 참여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위한 교두보의 역할도 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전쟁기념관 학예부 아카이브 센터 내에는 학예연구사, 기록연구사, 사서 등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다양한 전문가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아카이브센터 내에는 아카이브 자료 조사·수집, 아카이브 자료 보존·관리, 온라인 아카이브 구축·운영, 아카이브센터 관리·운영, 전쟁사 관련 콘텐츠 개발 등 ‘수집 → 관리 → 활용’ 이라는 아카이브 업무 프로세스에 맞게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6·25전쟁 아카이브센터 파트 구성 (박세훈 학예연구사 제공)
대외적으로는 국사편찬위원회 주관 <사료수집보존 유관기관 실무 협의회>에 공식 참여하여 자료 수집·구축에 관한 정보 공유 및 중복수집 방지를 위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념관보다 먼저 자료 수집 및 구축사업을 진행했던 선진 기관들의 노하우를 습득하고 공유하기 위해 2021년부터 공식 참여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10개 기관 이상이 참여하고 있으며 대표 기관으로는 국사편찬위원회, 국가기록원, 국립중앙도서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회도서관, 법원도서관, 동북아역사재단, 국립임시정부기념관 등이 있습니다.”
| 마치며
박세훈 연구사는 전쟁기념관 아카이브 센터팀에서 온라인 아카이브 구축·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6·25전쟁 아카이브 센터는 잊혀진 전쟁으로 알려진 6·25전쟁에 관한 정보와 자료를 전 세계에 공유하여 평화를 꿈꾸는 이들이 전쟁의 참상과 그 의미를 인식할 수 있도록 오늘도 다양한 전문가들이 협업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아카이브센터는 다시 한 번 아키비스트의 역할을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아카이브는 0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기록은 다양한 이들의 생각과 품을 거쳐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키비스트는 기록을 잘 정리하고 보존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이해하고 전하는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아카이브센터는 아카이브의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를 꿈꾸고 있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마음과 지식이 담긴 아카이브,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내는 아카이브를 위해 오늘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Interviewer : 민현창 연구원
Interviewee : 박세훈 학예연구사
일시 : 2023.06.05.화.
장소 : 서면 인터뷰 및 현장 답사
기획 및 편집 : 정혜지, 민현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