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징이 선생님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판징이 선생님, 이제 평안히 영면하십시오.

올해는 199510월 중순 경 인민일보 총편집장인 판징이 선생께서 우리 정원을 방문하신 지 1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리고 1개월 뒤인 
1117일에 장쩌민 국가주석께서 우리 정원을 방문하신 지도 역시 1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런데 오늘 베이징으로부터 비보가 날아왔습니
. 판징이 선생님께서 서거하셨다는 소식입니다.
이게 웬일인가! 엊그
제 전화 통화에서도 베이징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건만 저 먼 세상으로 떠나시다니,
인자하고 검소하며 예리한 판단으로 세상을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시던 선생께서 홀연히 세상을 떠나시다니!
타국에 사는 나와 단 한 번 상면으로 인연을 맺은 후 선생은 그토록 과분한 칭찬과 예리한 통찰력으로
나에 관한 글을 써주셨을 뿐만 아니
한 농부의 기사가 중국 언론에 수십 차례 게재될 수 있도록 도와주신 큰 어른이십니다.
나는 이국에 사는 사람이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분
입니다. 슬픔을 가눌 수가 없습니다.
내가 베이징에 가서 전화를 드릴 때 
마다 언제나 따뜻하게 맞아주셨으며, 바쁘신 와중에는 가까운 찻집으로,
혹은 소박한 호텔 커피숍으로 오라 하시며 자전거를 타고 나오시던 검소한 어른이었습니다.
그토록 겸손한 성품으로 세상에 본이 되시던 어
른이셨는데.
내가 천안문 광장에서 병든 소나무를 보고 병이 들었다고 하자 왜 병이 들었는지, 고칠 수는 없는지 물으셨고,
고칠 수 없다고 하자 몹시 근
심하며 손을 부들부들 떨기까지 했습니다.
나무가 좋아하는 환경이 아
니라 인간이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서 나무가 통곡을 하고 있다는 내 말에
몹시 안타까워하시던 선생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
지금
도 선생의 말씀이 귀에 쟁쟁하고 선생의 모습이 눈에 선한데, 떠나시다니 이게 웬 말인가요?
베이징에 가면 뵐 수 있던 선생님을 이제는 영영 
뵐 수 없게 되었다니 아픈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 또 다른 
세상에서도 만인의 본이 되는 아름다운 꽃을 피우시기 바랍니다.
오랜 친구인 류장용 칭화대 교수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와 함께 칭화대의 선생님 방으로 찾아갔을 때에도
방이 작아 진작 초대하지 못한 것을 미안
하다 하며 따뜻이 맞아주시던 선생님,
대학 정원을 함께 거닐며 대학 구
내를 설명해주시던 선생님,
이제 이 세상일은 다 잊으시고 평안히 영면
하십시오.
저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 뵙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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