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게르트 그뢰닝 교수

베를린대학 조경학과의 게르트 그뢰닝 교수(2열 좌측에서 5번째)는 생각하는 정원의 조화로운 구성과 분재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정원을 다녀간 뒤 제법 긴 한 통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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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는 독일 베를린에 돌아와 서울에서 열린 17차 국제원예총회(XXVII International Horticultural Congress) 참석차 한국에 갔다가 찍은 사진들을 보고 있습니다. IHC는 국제원예과학 학회에서 4년마다 조직, 개최하고 있는데 이번 서울 총회의 주제인 전 세계 원예: 그 다양성과 조화는 세미나에도 잘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이 세미나에서 도시화된 세계에서 한 요소로서의 정원이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저는 분재에 대해 언급했으며 처음으로 한국어 표현인 분재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저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본사이나 분재를 많이 보았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총회가 끝나고 그 다음 일정으로 제주도 투어를 예약할 때만 해도 한국에서 내게 보여줄 것이 무엇인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제주도 투어에 생각하는 정원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원장님의 정원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저희 일행이 정원을 둘러보는 동안 안내를 해주신 그 날씬한 여성에게 안부를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그분의 이름은 알아두지 못했지만 그분이 누구인지 원장님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참 아는 것도 많고, 저희들이 하는 질문에 자신감 넘치면서도 인내심을 가지고 차분히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그런 분을 가이드로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정말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식당 입구에서 성 원장님을 뵈었는데 저를 그토록 환대해 주시고 저희 일행 모두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신 것이 얼마나 인상 깊었는지 모릅니다. 그 순간은 아마 제주도 방문의 백미로 영원히 제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원장님이 만드신 경이로운 정원은 원장님의 성품과 매우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예술적인 분재 작품들이 잘 설계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고, 원장님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며 대화를 나눈 것도 그에 못지않은 즐거움이었습니다. 식당 역시 앉는 자리에 따라 여러 가지 멋진 정원의 이모저모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게다가 원장님이 손수 생각하는 정원책까지 주시니 얼마나 기쁘고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정말 저에게는 특별하고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독일의 베를린으로 돌아오는 긴 비행길에서 저는 그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 곳곳에서 원장님의 세심함을 느낄 수 있었으며, 흥미로운 부분도 정말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나무를 알기 위해서는 적어도 3년 동안은 나무에 물을 주어 보아야 한다.’고 하신 부분을 읽고 고대 로마시대의 디자인 원칙인 ‘Nonum prematur in annum’이 떠올랐습니다. 이는 무엇인가 착상을 하고 나면 이를 발표하기 전에 9년 동안 묻어둔다. Let it(your first draft) be kept back from publication until the ninth year.’라는 뜻입니다.
독일에서는 헤르만 루드비히 하인리히1785-187119세기 초에 작센주의 무스카우Muskau에 정원을 만들 때 이 원칙을 적용하며 지켰습니다. 그가 지킨 또 다른 원칙은 ‘limae labor’로서 이는 고대 로마의 시에도 적용된 천천히 공들여 작품을 다듬는다는 말로 최고의 상태가 될 때까지 다듬고 노력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오래 보존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을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연거푸 작업을 해야 하며, 그 순간이 언제인지는 오직 시간만이 가르쳐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볼 때 원장님과 이 헤르만 루드비히 하인리히는 서로 통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나무와 대화를 한다거나, 나무가 사람에게 말을 걸 수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성 원장님의 정원을 걸어보고, 또 원장님의 책을 다 읽고 나니 혹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장님의 책은 정말 저를 사로잡고 말았습니다.
원장님과 사모님, 가족, 생각하는 정원의 직원 여러분 그리고 이 놀라운 정원을 만드는 데 지속적인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여러분들 모두를 존경합니다.
그곳에서 본 분재는 제가 지금껏 보아본 그 어느 분재나 본사이보다 더 훌륭했습니다.
그럼 이만 줄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독일 베를린 미술대학교
디자인 역사 및 이론 연구소
정원 문화 및 오픈 스페이스 개발학과
게르트 그뢰닝 교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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