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 오늘 Manhatan한인교회에 나가서 설교를 했어요
주일밤 그리운 사람들에게. 그립기 때문에 편지라도 기다리고 기다리는 마음. 그 마음 줄을 타고 오고 가는 사랑 때문에 살아갈수 있는 삶. 그리고 그 사랑 속에서 빛을 보고 몸과 마음이 열릴수 있는 창. 그 창으로 하늘을 쳐다보고 별을 세는 심정을 가져야지. 아마도 내일 오전에는 고국의 소식, 그립고 그리운 사람들의 소식이 날아들겠지요. 주일을 어떻게 지냈는지? 아버님이 설교하셨는지? 교인들의 모습이 하나하나 눈앞에 얼른 거리는 군요. 그리고 그 가운데는 아버님, 어머님, 당신, 호근, 선희, 달현이도 섞여 있군요. 동환이는 여기저기 다니겠지만 Faye[문혜림, 아내]라도 와 앉아 있었는지? 영금, 의근, 성근이는 수유리 교회를 떠날수 없을테고. 창근, 태근, 문규, 영규의 자라가는 모습이 그립군요. 선희가 편지해달라고 특별 부탁을 했는데, 하지 못해서 죄송하군요. 곧 전화로 문안을 전해주시오. 나는 오늘 Manhatan한인교회(윤응팔 목사가 시무하시는)에 나가서 설교를 했지요. 성남교회 여전도사로 계시던 분이 그 교회 여전도사라면 놀라겠지요. 오늘 채아녀씨를 만났다면 어떻겠오. 전택완 장로의 따님을 만났다면. 정용철 목사와 함께 신암교회에 취임했던 여전도사도 만났는데, 그 분도 아버님, 어머님을 잘 아시더군요. 성경 본문은 출3:1-12 까지를 택했고, 제목은 " 내 백성의 고통"이라는 것이였죠. 나는 기껏 평범한 대화체 설교를 하노라고 했는데, 아주 문학적이었다는 김목사의 평이었오. 예배 끝난 다음 부목사의 가정에 가서 한국식 점심을 잘 얻어 먹었죠. 부인은 Columbia 대학에서 화학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분인데, 그만 김치가 잘되지 않아서 찌게를 끄려 주었는데, 되려 오랫만에 찌게 맛이 근사했다오. 식사후에 내 식성을 알기나 한 것처럼 숭늉을 구수하게 끄려 주어서 더욱 향수를 자아내더군. 어찌 많이 먹었는지 저녁을 먹지 않았는데도 아직 속이 뜬뜬할 정도. 저녁에는 여기 Broadway 장로교에 나가서 Prinston 신학교 교장 Mecord박사의 설교를 듣고 돌아왔지요. 주일 저녁까지 헌금하는 옛 전통을 지키는 퍽 고루한 장로교회인데, 새 목사가 개방하려고 몹씨 애를 쓰나 보군요. 다음 토요일에는 최태섭씨 부인 초대로 New Jersey에 가서 한국 음식을 얻어 먹을것 같고, 그 다음 주일에는 현영학씨 동생이 주동이 되어 모이는 모임에 설교하러 Philadelphia로 내려갈 것 같은데, 선옥이를 만날수 있었으면 좋겠구만. 은희 더러 곧 Philadelphia로 편지해 두라고 하시오. 그때가 Thanksgiving 때인데, Pittsburgh 가려던 계획은 변경하기로 했오. Cleveland에 있는 장로교회에 나를 overseas student Fellow로 Union신학교가 연락을 지어 주어서 Christmas때에 그리로 갈터인데, 그때에 Pittsburgh에 들르기로 했지요. 김목사는 Philadelphia에 갔던 길에 Washington에 까지 갔다오자고 하는데, 고려중...12시가 되었기에 자리에 들기로 하겠오. 나머지는 내일 편지 오는 것을 보아서 그 편지의 회답으로 쓰기로 하고. -good night- 월요일밤 12시 월요일 저녁마다 ecumenical fellow들이 저녁을 같이 먹고 Mission course를 학장 Bennett 지도 아래 가지는데, 오늘은 김관석 목사가 한국의 Nation Building과 기독교라는 제목으로 이야기하고 같이 토론하는 시간을 보냈지요. 끝나고는 연대 신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 와서 종교교육을 전공하고 미국여자와 결혼하고는 미국교회에서 일하는 젊은이와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군요. 한국에 나가고 싶은데, 아이 둘을 데리고 어떻게 할지 몰라서 망서리기에 여러가지 참고될 이야기를 들려 주었죠. 감사절에 Pittsburgh에 가지 않기로 했는데, 전재금씨 남편이 Turkey 한마릴 잡을테니까, 김목사와 함께 오라고 해서 25일 오후에 교회로 가기로 했죠. 전일 영환에게 나가는 영화에 관한 책과 호근의 생일 card, 선물(음악책)과 은순의 결혼 축하 card, 창근의 생일 card(태근인 것을 잘못 알았나보죠)를 영환이가 얻어 보내준 APO로 보냈는데 받았겠죠. 영환이가 구하는 책은 아직 구하지를 못했오. 오늘 기다리던 당신 편지를 받았죠. 식모가 없어서 고생스럽겠지만, 어머니가 인삼을 대려 주셔서 힘이 생긴다니 고맙구료. 우리가 어머님에게 보약을 대접해야할 터인데, 거꾸로 되어서, 고맙구도 죄송스럽구요. 동생들 미국 오는 것 때문에 책도 사지 않고 돈을 아끼고 있는데, 그렇지만 않아도 돈을 보내서 녹용대보탕이라도 대잡해 드려야 할터인데 그렇게 할때도 있겠지요. 아무튼, 너무 수고하시다가 지쳐 누우시는 일이 없도록 옆에서 보살펴 드리시오. 은희가 내려와서 영금의 가정교사가 되었다니 잘되였군요. 윗집에 상당히 오래있었는데, 은희를 위해서는 지금쯤은 내려오는 것이 좋겠지요. "아이다"구경은 좋았겠죠. 물론 당신은 영화가 더 좋았을지도 모르지만 창근이가 벌써 전화를 받을 정도가 되었으니, 참으로 놀랍군요. 어제는 Manhatan 교회 부목사 댁에서 점심을 먹다가 내 나이 벌써 49라는 것을 알고는 빨리 돌아가야한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되었오. 김관석 목사도 박사 과정까지 하고 갈 심산으로 대 결단을 하고 온 모양인데, 나이는 속일수 없어 1년후에는 돌아갈 이야기를 하는군요. 김철현 박사는 어떻게 잘어울리고 잘 지내는지? Faye에게 편지했는데 회답이 꿩구워 먹은 자리. 동환의 대신으로 학교 소식을 전하는 편지를 한장 쓰라고 하시오. 오늘 Faye어머니에게서 편지가 왔어요. 설교 Tape를 보냈다는데, 들었겠지요. Prinston 있을때는 설교하러 나가자는 것을 거절하기 어려웠는데 여기서는 통 그런 기회가 없군요.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공부할 수 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한국 선교 연구원에서 나온 자료들을 보내 주었으면 좋겠군요. "성서와 국어"라는 내 글을 보내주시오. 써먹을데가 있을 것 같아서. 나는 요새 유대교 연구에 바짝 재미를 붙였다오. 인제 지면이 다 되었으니 오늘은 이만. Good night-love-
문익환
1965.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