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0220 민가협에서 이근안 현상금 3백만원으로 올려 / 기무사 들렀다가 이학봉 만난 기억
당신께 제250신 1992. 2. 20(목) 어제 안동 다녀온 일을 꿈같이 회상하면서 하루를 지냈읍니다. 혈색은 좋으신 것 같았는데 코가 빨갛고 손도 추워 보였거던요. 아이들은 다 각각 자기들의 세계가 있으니까 노부부들은 다정하게 손 잡고 같은 세계를 걸어 나가는건데 두 사람이 살다가 생나무 쪼개 듯 갈라 놓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혼자 지내는 기간동안 여러모로 정리하는 일에 힘쓰려고 하고 있읍니다. 이근안은 수배한 지 5년째가 되는데 민가협에서는 현상금을 3 백만원으로 올리고 전단을 많이 만들어서 돌리고 있지만 아마 어디서 잘 보호를 받고 있을거예요. 장영달 님이 어렵게 공천을 받고 전주에서 대회를 갔는다는데 꼭 오라고 전화도 왔고 삼춘이 같이 가자고 하니까 세진 엄마,수경 엄마와 같이 25일에 내려 갔다 오겠읍니다. 전주에서 안동은 교통이 불편하다니까 올라 왔다가 다시 내려가도록 할께요. 날씨가 추우니 당신 생각에 마음까지 움추려들려고 하는군요. 용길에서 ㄹ 짜를 빼어버려야겠군요. 안녕하세요. 다시 만날 때까지. 용길 드림 당신께 제251신 1992. 2 .21(금) 어떻게 지내세요. 오늘 어머니들과 안국동에 있는 기무사에 들렀더니 제가 이학봉을 만나 1980년, 이야기를 듣던 아니 주고 받던 기억이 되살아나는군요. 그림을 가르키면서 저를 설득하려고 하던 일 말입니다. 한 직원이 빨갱이 운운하다가 되게 혼이 나고 기어히 잘못했다는 사과를 받고야 물러서는 장면도 있었구요. 한참 열을 올리고 대문 밖으로 밀려 나오다가 공 선생을 딱 만났지요.이태영 박사가 가족법 개정 37년 사를 쓰셨는데 출판 축하회에 가시는 길이라고 꼭 동행하자고 하셔서 같이 프레스쎈터로 갔읍니다. 2만원 회비 내고 묵직하고 귀중한 책을 받을 수 있었읍니다. 서울대 총장이며 여러분의 축사,축가 이태영 박사의 감격스런 회고담도 들으면서. 고양이가 불낸 이야기도 들으면서 두 시간이 지났지요. 많은 여성 동지들을 만나 인사하고 박영숙, 윤정옥, 신민령, 한명숙, 안상임, 이희호,이문우, 이우정 등등 곽배희(김종철 님 부인)가 사회를 보더군요. 집에 도라오니 126,127,128 신이 눈 위에 떠러져 있어서 반가웠읍니다. 신문, 라디오.TV 에서는 남북이 우방이요 공동체인데 달라지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둘러서는 안된다지만 50년이다- 되가는데 세상 떠나기 전에 노인들이 만나야지 않겠어요. 우리 금혼식에는 꼭 금강산, 백두산에 올아야하지요. 어디가나 최연장자 축에 드는 것이 현실이 되었군요. 아모쪼록 강건하십시요. 용길 드림
박용길
1992.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