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1013 고인 자녀 보고 생명의 연장 느껴 / 구인장이 나오다
당신께 제496신 1992. 10. 13(화) 안녕하세요. 지하철로 고속터미널에 내려서 걸어서 병원으로 갔읍니다. 영안실 안에 강당에서 영결식을 가졌읍니다. 이돈명 변호사, 김진균 교수의 추도 말씀이 있었읍니다. 차례로 흰 국화를 드리고 산으로 갔읍니다. 가는 길을 아스팔트를 깔았는데 유 교수가 계셨으면 벌써 친구분들을 초대했을 거라고 부인이 이야기하시더군요. 석중 님과 김찬국 교수 부인, 이호철 부인, 황치애 님 모두 같이 오래만에 만나서 같이 갔읍니다. 유가족석에 앉은 건이가 꼭 아버지를 닮은 모습을 보고 대를 잇는다는 것, 생명의 연장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읍니다. 큰 딸은 제왕절개로 딸을 낳고 한 달밖에 안 됫다는데 특별히 당신 문안을 하더군요. 아직도 두 딸이 미혼이고 부인도 10살 차이로 교수님은 67세 부인은 57세라고 하니 의논상대가 없는 긴- 세월을 보내야 하겠지요.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바로 언덕을 올라서는 자리에 크게 자리를 잡고 합장할 자리를 크게 파놓았어요. 어느 임금님 능을 연상케 하였어요. 그곳이 좋아서 늘 가서 원고를 쓰시던 방이며 정성드려 가꾸던 나무며 모-든 것이 옛일들을 회상케 하였읍니다. 언제 갈지 모르는 사람들이 아등바등 살아가는 거라고도 생각하면서 청명한 가을 하늘 맑은 공기를 마시며 가을 풍경에 젖어서 몇몇 친구들과 하루를 지내고 어둑어둑 어두워서야 집에 도라왔읍니다. 유 교수님네 동산에서 가을들풀을 당신께 보냅니다. 작은 꽃은 예뻤는데 시드렀군요. 호철 님 부인이 보냅니다. 안녕. 용길 드림 당신께 제497신 1992. 10. 14(물) 안녕하십니까? 310, 311신을 반가히 받았읍니다. 아래 이가 또 하나 부러져서 치과 갔는데 그것은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해서 힘들게 뽑고 도라왔읍니다. 오늘 구인장이 나왔다니까 내일쯤 드러가서 죄가 없으니까 당당하게 대답하렵니다. 그러면 다시 편지 드릴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요. 용길 드림
박용길
1992.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