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재(3월 중순) 계속되면서 그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사상자와 피란민, 이산가족, 각종 질병 등 전쟁의 피해는 일일히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고 또 심각합니다. 갈등과 긴장이 계속되는 이때, 생애 마지막까지 평화와 생명사랑을 외친 문익환 목사가 떠오릅니다. 불의한 일에 대해서는 주저않고 규탄하고 일침을 가한 시대의 어른, 문익환 목사의 메시지를 되짚어 보았습니다.
문익환 목사는 미국 신학 유학시절 6.25전쟁이 발발하자 유엔군에 지원하였고 판문점 정전회담에서 미국측 통역원으로 근무했습니다. 그곳에서 다른 나라들에 의해 조국의 분단이 확정되는 전쟁의 비극적 결말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노년에 접어든 문익환 목사는 평화와 통일을 위해 남은 생애를 바치게 됩니다.
다음 글은 1989년 북한 방문 사건으로 수감된 이후 작성한 <상고 이유서>의 한 부분입니다.
전쟁에나 기여하는 자유는 죄악이며, 생명을 죽이는 전쟁을 막아야 한다고 단호하게 주장합니다.
징역을 몇 번 더 살다가 보니 그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평화입니다. 자유가 결여된 평화는 없습니다. 그러나 자유가 평화에 기여할 때만 선이 됩니다. 평화에 기여하지 않는 자유, 전쟁에나 기여하는 자유는 죄악입니다.
평화는 무엇입니까? 전쟁이 생명을 모독하는 일이라면, 평화는 생명을 아끼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입니다. 생명 사랑은 생명을 죽이지 않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생명을 죽여 놓고는 사랑하는 길이 없습니다.
생명사랑운동 곧 평화운동은 생명을 죽이는 전쟁을 막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 <상고 이유서> 『문익환 전집 5: 통일-3』
91년 성탄 전야에 봄길 박용길에게 쓴 편지에도 생명을 사랑한 늦봄의 마음이 나타납니다.
전쟁이 생명을 살상하는 일이라면, 전쟁의 반대인 평화가 생명 사랑이라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아니겠어요? 생명을 사랑해서 이를 키우고 풍성하게 하고 아름답게 꽃피우는 일 이외에 무엇이 가치 있는 일일 수 있겠어요?
 ̄ 1991. 12. 24. 옥중편지
다음으로 문익환의 시 <땅의 평화>(1982)의 3~5연을 소개합니다.
활이 아닙니다
칼도 창도 아닙니다
기관총도 대포도 탱크도 아닙니다
핵무기 전자무기가 문제입니다
그 가공할 살인 무기를 만드는 손들
그 단추를 누르는 것이 자랑스러운 손가락들
발바닥은 분노합니다
위대한 인류의 위대한 문명의 그늘 아래서
배고파 우는 아이들의 울음소리
발바닥은 아프고 쓰립니다
활이 아닙니다
칼도 창도 아닙니다
기관총도 대포도 탱크도 아닙니다
핵무기도 전자무기도 아닙니다
평화가 문제입니다
하나도 평화 둘도 평화 셋도 평화입니다
 ̄ <땅의 평화> 1982.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