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4월 <청년 문익환>

[사료의 발견] 형수에게 보낸 결혼 설득 편지


문동환 목사의 자서전에는 폐병 환자라는 이유로 박용길 집안의 결혼반대에 부딪혔던 형을 위해 형수에게 보냈던 결혼 설득 편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형을 보다 못해 나는 미래의 형수님에게 편지를 썼다. ‘청개구리는 엄마개구리의 유언에 따라 물가에 묻었다가 후회를 했다. 결국 어머니가 원하시는 것은 자식의 행복이 아니겠느냐? 라는 내 편지를 받은 형수님은 6개월을 살다가 죽어도 좋다며 결혼을 결심했다.”
― 문동환, 『문동환 자서전』, 삼인, 2009

편지는 북간도 용정에 있는 가족의 어느 날을 그리고 있는데 다음 내용은 서울에서 오는 새 식구를 기다리며 기대에 찬 어머니와 동생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바루 어저께입니다. 점심 식탁에 할머님, 어머님, 나 그리고 고등여학교에 다니는 누이동생과 어린것들 둘, 이렇게 여섯이 모여 앉아서 수깔을 들기 시작하는데 ... 그때 까지 웃으시면서 보시든 어머님이 "참 말씨들이 모두 그래서 서울 아주머님이 오시면 모두 어떡하겠니?" (우리 집에서는 박선생님의 호칭이 벌써부터 서울 아주머님, 서울 형님, 언니, 서울 색시로 되었습니다.) 이 말에 할머니는 이상한 듯이 "아니 서울말은 다르니?" "그럼요. 특히 여자 말씨야 서울 말 같은 말이 없지요." "야 말마다 그래도 그랬읍 둥, 하구 둥 짜가 있어야 듣기 좋더라."  그래서 모두들 웃는데 영환이란 놈이 "그럼 서울 아주머님 한테서 배우지뭐."해서 정말 웃음 밭이 되었습니다.
 
이 편지는 총 8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으로 문재린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었던 용정 중앙교회 편지봉투가 사용되었으며 늦봄문익환아카이브에 보존되어 있다. 
 
◇ 문익환의 동생 문동환(당시 24세)이 미래의 형수에게 쓴 결혼 설득 편지(1944. 3. 18)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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