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7월 <늦봄과 민주주의>

[수장고 통신] 미션! 봉투의 짝 편지를 찾아라

내 짝은 어디에?…봉투와 편지지의 ‘이산가족’ 찾기

안녕하세요! 잠시 방심하면 수장고의 습도가 무섭게 치솟는 무더운 여름입니다. 오늘도 제습기의 백색소음을 벗 삼아 사료를 살펴보는데…!! 아니? 사진에서 본 스크랩북은 이렇게 봉투만 남은게 아니었는데요? 박용길 장로님이 감옥으로 보낸 편지가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

 

 ◇ (좌)박용길 장로가 감옥으로 보낸 편지를 정리한 스크랩북의 모습(2019년)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출처: 『사랑의 기록가 박용길』), (우) 편지봉투만 남은 스크랩북(2022년)
 

   

봉투에 적힌 결정적 단서들

▲봉투의 짝, 편지를 찾아라
편지와 봉투가 함께 있으면 보존봉투에도 같이 넣어 관리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작년 박용길 장로님의 편지 정리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편지지만 디지털화, 보존작업을 거치고 봉투는 누락되고 말았습니다. 편지와 편지봉투라는 끈끈한 인연의 끈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봉투의 짝을 찾는 일은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안타까움은 잠시 접어두고 이성을 발휘해 봅니다. 다행히도 봉투에는 편지지를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몇 가지 단서가 있습니다. 

 
<봉투가 지니는 단서> ① 소인날짜 ② 봉투 크기 ③ 봉투 디자인 ④ 우표 종류 ⑤ 봉투 스티커


이 단서들을 가지고 봉투에 들어있던 편지지를 찾아보겠습니다. 헷갈리지 않게 봉투에 임시번호를 붙이고 날짜순으로 나열해 보니 1981년부터 1982년까지 공주와 안양 교도소로 보낸 것들입니다. 문익환 목사님의 3차 투옥 때 보낸 편지로군요. 

 
◇ 박용길 장로가 붓글씨로 쓴 수신 정보. 세 자리 우편번호와 70원의 우표 가격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첫번째 작업대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빨간 테두리 디자인의 수제 봉투를 골랐습니다. 다행히 소인이 1982년 12월 2일로 식별이 가능합니다. 편지를 쓰고 바로 우체국(통)에 가서 당일 소인이 찍혔을 수도 있고 편지를 며칠 가지고 있다가 보냈을 수도 있겠지요. 소인 날짜의 며칠 전 편지를 위주로 후보를 추려보았습니다. 

 

소인 날짜기준으로 후보 선정

▲후보 편지지 대조하기


<후보1> 소인날짜 이틀 전, 1982.11.30 편지(제664신)
➡️ 크기는 맞으나 봉투 디자인에 비해 카드가 조금 평범한 기성품이어서 ‘이거다!’ 하는 느낌이 확 오지는 않습니다. 

 


<후보2>  소인날짜 하루 전, 1982.12.1 편지(제665신)
➡️ 멋있는 그림 감상하시라고 달력을 재활용한 대형 편지지입니다. 그런데 뒷면에 수신인 및 우표까지 있는 것을 보니 봉투일체형이네요. 당연히 후보에서 제외합니다. 


 

 <후보3> 소인날짜 당일, 1982.12.2 편지(제666신)
➡️ 닭 한 쌍의 그림과 덧댄 종이의 무늬를 본 순간, ‘바로 이것!’이라고 직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판단을 위해 접힌 자국과 봉투 사이즈를 이리저리 대보았습니다. 딱 들어맞는 크기입니다! 😭👏 박용길 장로님은 편지를 쓴 당일에 바로 부치신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스타일의 통일성을 가지고도 편지를 찾을 수 있듯이 박용길 장로님은 종종 디자인 요소를 의도적으로 활용하여 힌트를 남겨 놓으셨습니다. 예를 들어 소인의 날짜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봉투에 붙인 사과, 눈사람 스티커를 보고 계절 정도는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사용한 우표로도 시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행사기념 우표는 행사일 전후로 날짜의 범위를 좁혀주고, 비슷한 시기에는 같은 우표를 사용하기 때문에 우표 종류도 유용한 힌트가 됩니다.
 
 
◇ 생산시기를 가리키는 중요한 단서들
 
◇ 편지봉투는 드디어 제 짝을 찾고 보존 봉투에 안착. ‘우리 다시는 떨어지지 말자~!’ 


오늘 본보기로 분리된 편지봉투와 편지지의 매치작업을 해보았는데요, 아직 제 짝을 찾지 못한 수십장의 편지봉투가 남아있습니다. 이 편지봉투 누락 사건은 박용길 장로님이 구축한 ‘편지지+봉투’의 구성을 훼손하여 기록관리의 기본원칙인 ‘원질서 존중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입니다. 어서 편지봉투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서 원질서를 회복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 작업이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요? 나중에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에서 그 결과를 확인해 주세요! 💌

 
◇ 편지지 매치 작업이 필요한 수십 장의 편지봉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