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

2023 늦봄 평화·통일 아카데미 참관기 (2023년 8월호)

2023년 현재, 늦봄이 말한 ‘양심’이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2023 늦봄 평화통일 아카데미 제5강
『늦봄의 삶과 민주·통일운동』 심용환 역사학자의 강의를 듣고 

 
◇7월 13일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심용환 역사학자가 ‘민주·통일운동 문익환’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소풍 가는 기분이 든다. 강의가 열리는 노무현 시민센터가 위치한 창덕궁 옆길을 걸으니, 해당 공간에 머문 옛 추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오늘은 <2023년 늦봄 평화·통일 아카데미> 5회차 강의로, 심용환 역사학자의 『늦봄의 삶과 민주·통일운동』 강의를 들었다. 강의실에는 문익환 목사를 삶으로 직접 겪은 사람들과 기록을 통해 간접적으로 겪은 사람들이 섞여서 가득 차 있다.

심용환 역사학자는 “저는 비록 문익환 목사님을 직접 겪은 세대가 아니지만요…”라고 운을 떼며, “민중과 통일과 신학이 사라진 시대, 어떻게 문익환 목사를 재현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주어진 화두에 강의실 사람들은 문익환 목사를 만나기 위한 소풍을 떠나고 있다. 문익환 목사와 몸을 부딪치며 생생한 육성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시간과 공간으로 매개된 추억을 소환하며 목사님을 만나고 있다. 시대적 아픔을 수반한 굵직한 역사적 사건마다 시민들의 버팀목이 되어주던 목사님을 떠올린다. 그와 동시에 목사님과 맺은 인간적 관계에서 오는 소소한 희로애락이 떠오르며 ‘나’의 기억 속의 문익환 목사를 회상하고 있다.

반면, 영화 <1987>에서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잃은 청년들을 향해 목 놓아 울부짖던 장면. 그 마지막 신으로 문익환 목사를 간접적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용환 역사학자의 강의를 들으며 전태일 분신 항거, 동일방직 투쟁, 6월 항쟁 등 역사적 배경과 저항의 주체로서 문익환 목사를 이해하며, 그를 다시 재현한다. 

그중에서 무엇보다, 문익환 정신 중에서 ‘양심’이 기억에 남는다. 문익환 목사의 양심이란, ‘아픔을 아는 마음’으로 남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느끼는 공감을 의미한다. 소외된 주체의 울부짖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아파하며 목 놓아 울어주는 것이다. 2023년, 지금 여기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양심이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이러한 생각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문익환 목사의 정신을 떠올리며 나는 강의를 듣고 있다.

언젠가 사람들은 ‘지금, 현재’를 벗어나, 영원한 기억의 공간인 소풍지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그 길이 외롭지 않은 것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 소풍지로 끊임없이 재현되기 때문이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한 사람의 삶이 주는 숭고함에 있다. 결코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가둘 수 없는 존재, 뿜어져 나오는 저항의 주체로서 존재의 향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있을 것이다.
 
성경을 그냥 소리내 읽는다. 뜻을 찾으려는 생각을 깨끗이 버리고,
그냥 하느님의 빛깔이 내 마음에 물감이 들 듯 번져 오기를 기대하면서
(문익환 옥중편지, 1980. 12. 1.)
 
 ◇ 2023 늦봄 평화·통일 아카데미 수강생들이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글: 송용진> 
 
송용진은 늦봄 아카이브의 기록 콘텐츠 🔗‘1976년 늦봄의 명동스토리’를 쓰고 만들었으며 「무의식의 재현과 기록화: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 플랫폼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한국외국어대 대학원 기록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23 늦봄 평화·통일 아카데미>는 지난 7월 27일 늦봄 아카이브 박선정 아키비스트의 마지막 강의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어 가을에는 <청소년을 위한 늦봄 평화·통일 아카데미>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