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이웃 아카이브 탐방>
대통령기록관(+정보공개 청구) (2023년 9월호)
대통령과는 ‘풍부한’ 인연… 기록관에선 ‘빈약한’ 늦봄
문익환 목사는 역대 대통령들과 인연이 깊다. 대통령 기록을 보존·관리하는 대통령 기록관, 그 아카이브에서도 문 목사 기록을 찾을 수 있을까? 우선 각 대통령과 얽힌 사연을 알아보자.
▲문익환 목사와 역대 대통령
박용길-공덕귀 요코하마 신학교 동창
▶제4대 윤보선 대통령(1960. 8~1962. 3)
윤보선 대통령은 1976년 ‘3.1민주구국선언문’에 서명한 사람 중 한 사람으로 이 사건으로 윤보선, 김대중, 문익환 등이 8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때 공덕귀, 이희호 여사를 포함한 구속자 부인들이 벌인 석방운동이 유명하다. 특히 공덕귀 여사와 박용길 장로는 요코하마 신학교 시절부터 깊은 우정을 맺었으며 순교자기념사업회(1968년), 구속자가족협의회(1974년)등의 활동을 함께 하기도 했다.
◇ 문익환 목사가 지은 찬송가 가사를 박용길 장로가 쓴 서예 작품(1979). 윤보선 대통령에게 선물하여 대통령기록관 ‘시詩·서書·화畵 전(2020~2022)’에 전시되었다.
1983년 23일간의 단식투쟁 때 첫 만남
▶제14대 김영삼 대통령(1993. 2 ~ 1998. 2)
김영삼 대통령과는 1983년 23일간의 단식투쟁 때 처음 만났고 둘은 대번에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이문영 박사의 제안으로 함석헌 선생, 홍남순 변호사, 예춘호 의원과 함께 다섯 명이 18일간 지원 단식을 강행했다(문익환, 1990. 3. 2). 그 이듬해는 장준하의 9주기였는데 추모식에 준비위원회 대표 문익환 목사와 김영삼 총재가 참석했다.
◇ 장준하 선생 9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김영삼, 문익환, 박용길(1984. 8. 17)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가까운 사이
▶제15대 김대중 대통령(1998. 2 ~ 2003. 2)
김대중 대통령은 문익환 목사와 가장 가까운 역대 대통령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역시 3.1민주구국선언 사건의 동지이자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에 연루되어 함께 옥고를 치른 사이였다. 문 목사는 1989년 제13대 대선에서 비판적 지지자로서 김 후보 유세에 힘을 보탰다. 이희호 여사와 박용길 장로는 ‘민주가족’이자 신앙의 벗으로 자주 왕래하며 가깝게 지내 서신, 축하 카드 등이 다수 남아있다.
방북사건 수감 중 변호사 선임
▶제16대 노무현 대통령(2003. 2 ~ 2008. 2)
노무현 대통령은 1989년 방북사건으로 문 목사가 수감되었을 때 재판 변론 변호사로 선임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때 초선 의원이었던 노 변호사는 접견 시에 녹음을 금지하는 교도관의 만류에도 1시간 27분가량의 녹음 테이프 2개를 남겼다. 노무현 사료관에서 육성 파일과 접견 녹취문을 확인할 수 있다(🔗
archives.knowhow.or.kr/record/all/view/2056203).
세종시에 위치…온라인 목록 296만 건
▲대통령 기록관은 어떤 기관인가?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기록물의 보호·보존 및 활용 등 대통령기록물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설치된 행정안전부 산하 영구기록물관리기관(아카이브, archives)으로 세종시에 위치하고 있다.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
pa.go.kr)에서 [기록물 검색] 메뉴로 들어가면 역대 대통령별 기록 소장현황을 볼 수 있고 검색창의 돋보기를 클릭하면 소장 기록물의 대략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탑재된 약 296만 건의 목록 중 온라인에서 바로 볼 수 있는(원문 제공) 기록은 1만 3천 건(약 0.47%)에 불과해 아쉬움이 있다. 내용을 확인하려면 ‘정보공개 청구’라는 한 절차를 더 거쳐야 하는 것이다(단, 공개/비공개 분류에서 ‘공개’ 처리된 기록에 한함).
의외로 빈약…겨우 4건
▲대통령 기록관에서 문익환 목사 기록 찾기
내용 검색이 되지 않으므로 제목에 인명 ‘문익환’이 포함된 기록을 검색해 보았더니 5건이 나왔다. 그중 세 번째 기록은 동명이인으로 제외한다. (🔗
결과보기 pa.go.kr)
1) 고 문익환 목사 동생 문동환 목사 도서 상신(문재인, 2018. 1. 14)
2) 고 문익환 목사 24주기 추도문(문재인, 2018. 3. 29)
3) 3급 공무원 해면 제청의 건(문익환 외 35명)(윤보선, 1961. 6. 22) [동명이인, 제외]
4) 문익환 목사 10주기, 조화조치(노무현, 2004. 2. 11)
5) 고 문익환 목사 빈소에 조의(김영삼, 1994. 1. 19)
여러 대통령과 우여곡절을 함께 겪은 것에 비해 매우 단출한 기록이었다. 대통령실에서 ‘재임기간’ 동안의 기록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망감은 잠시 접어두고, 원문 확인을 위해 바로 정보공개 청구를 해보기로 한다.
정보공개 청구 따라 하기
① (‘문익환’ 검색결과에서) 다수의 기록 혹은 목록을 공개 요청하므로 [검색결과(내려받기)] 버튼을 눌러 엑셀파일로 저장한다.
② 정보공개 사이트(🔗
open.go.kr)에 접속하여 회원가입 후 로그인한다.
③ 화면 중앙의 [청구신청]을 선택하고 내용을 작성한 뒤 대통령기록관에서 내려받은 파일을 첨부한다. 파일 대신에 ‘기록건 번호’를 입력하거나 찾고자 하는 기록물을 자세히 설명할 수도 있다.
④ 청구기관은 ‘대통령기록관’을 선택하고, 기록물 수령방법은 전자파일을 선택한다(인쇄·배송 요금과 배송시간을 아낄 수 있다). 신청인 인적사항을 입력하고 [청구] 버튼을 누르면 청구는 완료된 것이고 이제 결정을 기다리면 된다(처리기한 10일 이내).
◇ 정보공개 청구 신청서 예시(open.go.kr)
과연 공개되었을까?
▲청구신청 결과 및 공개기록 확인
◇ 약 10일 후 기다리던 결과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왔다. 떨리는 순간이다.
처리를 완료했다는 카카오톡 알림을 받고 정보공개 웹사이트에 로그인 하여 [청구신청 현황]에서 결과를 확인해 보았다. 담당 사서주사의 결과 안내에 따르면
신청한 것 중 2건은 대통령실에서 기록관으로 이관(2022년) 당시, 이미 공개여부가 ‘비공개’로 분류되어 공개가 불가하다고 한다. 5년이 지나면 공개여부를 따져보는 ‘공개 재분류’를 실시하게 되는데(대통령기록물법 제16조 제3항) 그때 ‘공개’로 재분류되면 원문을 다시 요청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공보비서실 보도자료 발견
▲김영삼 대통령 기록 <고 문익환 목사 빈소에 조의>
정보공개 청구 결과 받아본 기록은 김영삼 대통령 공보비서실이 낸 보도자료였다. 문 목사 별세 이튿날인 1994년 1월 19일 오전, 김정남 교문사회수석과 김영준 사회비서관을 빈소에 보냈다고 전해진다.
◇ 1994년 문익환 목사 별세 당시, 대통령 공보비서실의 보도자료
짜릿한 기록 발견의 맛
▲빈소 방명록 조회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에는 문익환 목사 빈소 방명록 20여 권이 그대로 남아있다. 혹시 비서실의 조문 흔적이 남아 있을까 하여 방명록을 열어 한 장 한 장 넘겨보았다. 두 번째 권 마지막 장에 다다랐을 때 나란히 자리 잡은 김영삼(대), 김정남, 김영준 세 이름을 만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바로 앞 장에는 김대중의 서명이 있었다.) 발견에 감사하며 그 한 페이지를 오래도록 눈에 담았다. 기록의 맥락이 좀더 조밀하게 짜여지는 순간을 마음껏 음미했다. 무거운 기록상자를 옮기고 쭈그려 앉아 기록을 헤집던 고생스러움이 씻겨나갔다. 바로 이 맛에 기록 찾기를 멈출 수가 없다.
◇ 문익환 장례 방명록에서 발견한 김영삼 대통령(대), 김정남 교문사회수석, 김영준 사회비서관의 서명(1994. 1. 19)
늦봄 아카이브에서 역대 대통령 관련 기록 찾기
윤보선▶
🔗‘윤보선’ 또는
🔗‘3.1민주구국’ 등으로 검색하면 관련 포스터, 석방운동 용품 등의 자료가 나오고, 공덕귀 여사-박용길 장로 관련 기록은
🔗‘안국동’,
🔗‘공 선생’으로 검색하면 박용길 장로가 쓴 편지를 볼 수 있다.
김영삼▶ [옥중편지 >
🔗편지 모두보기] 메뉴에서 1990년 2월 27일 ~ 1990년 3월 9일 편지를 보면 ‘박원순 변호사님께’로 시작하는 서신에서 김영삼 총재에 대한 문 목사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김대중▶
🔗‘김대중’ 키워드 외에도 다양한 호칭 및 은어로 검색해 보시라. (후광,
🔗Mrs. Kim, 지와와(치와와) 있는 집, 홍 권사, 동교동 등)
노무현▶
🔗‘노무현’으로 검색하면 199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것을 두고 지역감정을 비판한 문 목사의 옥중편지가 있다.
<글: 박에바>
보는 것보다는 듣는 것을, 쓰는 것 보다는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수동적 내향인, IS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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