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늦봄의 서재>
이철용 『어둠의 자식들』, 『꼬방동네 사람들』 (2024년 1월호)
“발바닥 자국들의 인정을 물씬 느끼게 해주는 글”
◇『어둠의 자식들』은 처음 나왔을 때 황석영 씨의 이름으로 출간됐다. 『꼬방동네 사람들』의 이동철은 이철용의 필명.
1982년 10월, 늦봄은 봄길에게 보낸 편지 <감방에서 일곱 번째 맞는 추석> 말머리에 ‘아침 요가의 마지막 코스는 손바닥으로 발바닥을 문지르면서, 봄길의 작은 발바닥을 문지른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손이 남기는 유적에는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있지만, 발바닥 자국에는 인정이 찍혀있을 뿐”이라고 한 늦봄은 “발바닥 자국들의 용기, 그것이 하느님의 마음”이라고, 늦봄은 흙에 닿을 때만 사는 것 같다며, 발바닥으로 살 것이라고 봄길에게 알렸다.
늦봄은 이철용 장로의 『어둠의 자식들』과 『꼬방동네 사람들』만큼 발바닥 자국들의 인정을 물씬 느끼게 해준 글이 별로 없다고 한다.
두 책은 이철용 장로가 직접 경험했거나 실제 인물들을 취재하여 쓴 글이다. 이철용 장로는 기지촌에서 태어나 범죄, 아동학대, 매춘, 살인이 일어나는 동네에서 살았다. 보통 사람들은 경험하지 못할 삶을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온전히 손바닥이 아닌, 발바닥의 기억들인 것이다.
<글: 박영옥>
월간 문익환_<늦봄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