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이야기

성경번역가의 고민... 이렇게 쓸쓸해지다니...

문익환 목사님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보면 성경번역가로서의 시간을 만나게 됩니다.

오늘 한신대 수장고 2층에서는 성경번역가로서 문익환 목사의 흔적 찾기가 흥미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이 작업은 언어학을 전공하신 유쾌하고 열렬한 자원봉사자 선생님 한 분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성경번역과 관련된 기록들은 이제 막 정리를 시작한 시점이라 많은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는 없겠지만 

성경번역 과정에서 있었던 문익환 목사의 고뇌의 흔적, 한 장면을 소개해드립니다.

 

 

<애가>는 구약성서 중의 하나로 슬픈 노래(哀歌)를 의미합니다. 개신교 성경에는 <예레미야 애가>라고 나오지요.

 

이 성경 번역과 관련해 육필로 전체를 쓴 초고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고  타이프 된 교정본들만이 남겨져 있는데

그 속에 고민의 흔적이 보입니다.

 


 

아--

그렇듯 흥청대던 도읍이

이렇듯 적막해 지다니

한때 열방을 시녀처럼 거느리더니

과부 꼴이 되다니

 

이 구절에서 "이렇듯 적막해 지다니"라는 번역투의 표현에 빨간 줄이 그어져 있고 "이렇듯 쓸쓸해 지다니"로 수정되어 있네요.

 

 

또 다른 교정본에는 이렇게 수정했던 내용들이 반영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다지도 쓸쓸해 질 줄이야.." 라고 말입니다.

 


 

 

아.

그렇듯 붐비던 도성이

이다지도 쓸쓸해질 줄이야.

 

 

문익환 목사가 성경 번역과정에서 이렇게 수정했던 구절은 최종적으로 어떻게 완성되었을까요?

1977년 출판된 공동번역 성서는 애가 1장을 이렇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애가

 

1장

 

아, 그렇듯 붐비던 도성이

이렇게 쓸쓸해지다니.

예전에는 천하를 시녀처럼 거느리더니,

이제는 과부 신세가 되었구나.

 

 

 

문익환 평전은 그의 고민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문익환은 번역가로서 성서의 이미지를 가능한 한 한국적 표현으로 옮기려 했다.

"한국인의 생각을 무리 없이 움직여 생의 궤도를 바꿀 수 있는 번역"이란 곧 번역된 글이 번역투를 말끔히 벗어버린, 극히 자연스런 우리말이기를 원한다는 뜻이었다.  (김형수 2018, 314)

문익환 목사의 성경번역 활동은 훨~씬 이전 복음동지회 시절부터 시작되고 1968년부터는 약 8년간 "대한성서공회 신구약 공동번역위원장"을 맡아 신구교 공동번역 작업에 참여하셨습니다.

지금 아카이브에서는 우선적으로 공동번역 성서와 관련해 남겨져 있는 기록들을 정리하면서 그 특징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 사료이야기는 아직까지 서비스되고 있지 못한 소장 사료들을 정리하면서 발굴한 사료들의 숨은 이야기, 새롭게 알게된 맥락을 짧게 소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