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늦봄의 서재>

현기영 『아스팔트』와 『바람 타는 섬』

늦봄 “4.3 다룬 소설 읽고 걷잡을 수 없는 눈물”

 
 
늦봄은 수감 중에 현기영이 지은 2권의 책을 읽고, 그 감상을 아우 문동환과 아내 봄길에게 보낸다. 1986년 9월 15일 네 번째 수감 중 아우에게는 중-단편집 『아스팔트』에 실린 단편 <아스팔트>와  <길>에 대해, 1990년 2월 4일 다섯 번째 수감 중 봄길에게는 장편 『바람 타는 섬』에 대한 것이다.
 
 

산사람과 토벌대 사이에서 이중의 고초

늦봄은 네 번째 수감 중에 아우(문동환)에게 보낸 옥중 편지에는 <아스팔트>를 읽고,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아스팔트>는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산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산사람’에게 끌려가 고초를 겪고, 나중에는 토벌대의 만행까지 더해져 산사람과 토벌대와 사이에서 이중의 피해를 겪는 주민들의 애환을 담고 있다. <길>은 자기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제자의 아버지란 사실에 망연자실하는 이야기다. 

늦봄은 “현기영은 작품 속의 슬픔으로 아무도 미워할 수 없는 큰 마음을 갖게 되고, 이는 ‘가난한 마음은 맑은 마음이요. 맑은 마음은 곧 슬픈 마음’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해녀들 항일투쟁사 … “당신도 꼭 읽도록”

다섯 번째 수감 중에 봄길에게 보낸 옥중편지에는 『바람 타는 섬』을 감명 깊게 읽었다면서 “여성들의 항일 투쟁사이니까, 여성들의 필독서라고 해야겠지요. 당신도 꼭 읽도록”이라며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해녀는 일본 말이고 제주 말로는 잠녀”라는 말을 괄호 안에 넣어 우리 말을 알렸다. 제주도 잠녀의 항일투쟁은 1932년대 초반 3개월에 걸쳐 1만 7천여 명이 참여한 국내 최대의 항일투쟁이었으나 고립된 지리적 환경 탓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글: 박영옥>

[참고문헌]
문익환 옥중편지, 1986. 9. 15., 1990.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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