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아카데미 칼럼>
1강 일상 속 권력(피스모모) (2025년 6월호)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의 폭력 낯설게 보기
안녕하세요. 저는 피스모모 교육연수실 실장 가지입니다. 저는 모두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하면서 피스모모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물론 종종 현실에서 절망하는 순간도 있지만, 현실과 평화의 경계를 왔다갔다하다 보면 그 간격이 좁혀지는 순간을 만나게 되겠지요.
◇지난 5월 20일 전태일기념관 4층 교육실에서 ‘2025 늦봄 평화·통일 아카데미 : 이주하는 사람 그리고 연대’ 첫 번째 강의 ‘일상 속 권력’이 진행됐다.
‘우리’와 ‘그들’이라는 경계
피스모모의 활동 중에 ‘태풍이 몰아치는 섬’이 있습니다. 활동을 설명하면, 진행자는 참여자를 세 개의 섬으로 이동시키고 노래와 동작을 전수해줍니다. 섬에 사는 사람들은 다른 섬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오랜 시간 자신의 섬 안에서 문화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태풍이 몰아치면 사람들이 다른 섬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다른 섬으로 이동해도 자신들의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다른 섬의 문화로 변경할 수 없습니다. 활동 이후에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봅니다. 대다수의 참여자들은 아주 짧은 시간의 활동 속에서도 나와 다른 몸짓, 다른 소리를 가진 다른 섬의 사람을 만날 때 나도 모르게 나와 그들, 우리와 그들이라는 경계가 빠르게 만들어졌습니다. 그 경계는 나와 같은 섬에 있는 사람들과 “우리”를 강화하면서 다른 섬의 사람들을 위축시켜도 되는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런 경험을 사회와 연결해 본다면, 어떤 것들이 연상되나요?
나와 다른 ‘타자’ 구분하는 위험성
나와 다른 존재, 충분히 만남을 경험하지 못한 존재, 낯설고 불분명한 모습으로 가득한 존재에 대해 불편한 기분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낯설어하는 마음이 불편함을 넘어 누군가를 적대화하는 혐오와 증오로서 표출되는 방식은 반복되고 강화되면서 문화와 구조 속에서 폭력은 정당화됩니다. 특히 한국사회는 분단이라는 실제로 인해서 북한을 적으로 상정하고 적대시했던 이분화된 구조가 우리의 일상속에서도 나와 다른 타자를 구분하고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타자는 폭력을 가해도 되는 분단체제로서 더욱 강화되어왔습니다.
소속감은 안정감 주지만 위험할 수도
소속감은 일종의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 동시에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집단에 배타적으로 소속되면 바로 우리-그들 이라는 경계설정이 작동하면서 우리 집단은 우월해야 하며 타 집단은 열등해야 한다고 여기게 됩니다. 이에 따라 우리 집단에 소속되지 않는 사람에 대한 폭력이 정당화되고 차별과 악마화가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의 다름이 세상을 흥미롭고 다채롭게 만들어갈 수 있음에도 이러한 개개인의 차이를 무화시키고 “우리”로 묶어낼 때, 고유한 존재로서의 개인은 사라지고 뭉뚱그려진 “우리”와 우리 밖의 “그들”로 양분화될 수 있습니다. 나와 타자의 다양한 차이가,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차이로 규정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 속할 때 안전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우리”가 닫힌 공동체로 작동할 때 어떤 갈등과 폭력이 일어날 수 있는지 1회차 이후의 교육과 연결하고 성찰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적대-혐오 아닌 환대-공존의 가치를
차별은 다름으로부터 오는 낯섦, 그 낯섦이 만들어내는 불편함과 두려움,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어기제로 정당화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차별’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여기’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무심히 지나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의 폭력들을 낯설게 보고 나와 내 주변의 관계를 새롭게 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질 수 있다면 적대와 혐오가 아닌 환대와 공존의 가치로 확장할 수 있는 변화의 힘으로 연결될 것입니다.
<글: 가지>
월간 문익환_<아카데미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