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늦봄통일상>
제27회 늦봄통일상: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2025년 6월호)
“늦봄처럼, 꿈을 비는 마음으로 모두가 하나였습니다”
지난 6월 1일, 문익환 목사의 107번째 생일을 맞아 제27회 늦봄통일상 수상식이 한빛교회에서 열렸다. 이 상은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몸소 실천한 늦봄 문익환 목사의 뜻을 이어가고자 1996년 제정되었으며,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한 개인과 단체의 활동을 기리는 상이다. 올해는 특히, 정치의 위기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들의 연대와 실천이 주목받았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 선포에 맞서 전국 1,700여 개(2025년 4월 기준) 단체가 모인 범시민 연대체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전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손에 손에 응원봉을 든 시민들과 함께 광장을 열고 국회를 움직여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까지 이끌어 냈다. 비상행동은 “늦봄 문익환 목사가 그토록 강조했던 ‘민중의 힘’이 되살아나는 계기를 만들어 냈다”는 심사위원의 평가를 받으며 제27회 늦봄통일상 수상 단체로 선정되었다.
단체를 대표한 진영종 공동의장(참여연대 공동대표)은 늦봄통일상이 ‘광장의 시민들 모두의 것’이라 강조했다.
“이 상은 광장의 시민 모두의 것”
▲ 수상 소감은?
놀랐습니다.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시민들이 광장에서 보여준 놀라운 활약에 주는 상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활동이 상을 주고받을 성격인가 생각해 보면, 모두가 함께 분노하고 기뻐하고 토론한 자리였기에, 상을 받는다는 것이 당혹스럽기도 했습니다. 이 상은 광장 시민 모두가 서로를 격려하며 즐기라는 의미인데, 제가 이를 대표해도 되나 싶기도 합니다.
비상행동은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선언으로 만들어진 단체이고, 활동기간도 짧습니다. 그동안 오랫동안 활동해 온 분들과 단체들에 미안한 마음도 큽니다. 그래도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정치적 역할을 했다는 격려로 생각하고, 함께한 모든 광장 시민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고 싶습니다.
“민주, 평화, 상생의 가치가 가야할 길”
▲12. 3 비상계엄부터 탄핵 정국의 의미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계엄령과 같은 폭거는 시민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번 탄핵정국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였습니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이를 가슴 깊이 새겨야 합니다. 이는 보수, 진보를 떠나서 모두가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러한 교훈을 배우지 못한 자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고, 이 정신을 품은 시민들은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고 모든 일에 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대개혁의 방향은 다양하지만, 우선 합의가 되는 것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민주, 평화, 상생의 가치가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광장은 함께 공부하는 곳이었습니다”
▲시위의 변화 양상과 기억에 남는 순간은?
초반에는 집회가 이렇게 길게 이어질 줄 몰랐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민주발전과 사회개혁에 저항하는 세력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광장을 통하여 모든 구성원이 함께 우리 사회를 공부했다고 생각합니다.
감동적인 순간은 너무 많았습니다. 집회를 주최하며 걱정이 생기면 다음 집회에서 바로 해결되었습니다. 인원이 걱정되면 시민들이 운집해 주셨고, 재정이 부족하면 모금해 주셨습니다. 모두가 하나라는 것을 실감했고, 시민을 믿으면 못 할 것이 없다는 사실에 무척 감동했습니다.
한남동에서 철야집회를 할 때 우리와 정반대의 입장을 가진 사람들도 지척에서 철야를 했습니다. 우리는 많은 의료진들이 자발적으로 의료부스를 차리고 있었는데 저쪽은 그렇지 못했죠. 몸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 쪽으로 와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네요. “여긴 너무 인간적이고 좋구나!”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집회 준비하면서 늦봄의 ‘꿈을 비는 마음’ 생각”
▲문익환 목사에 대한 생각, 그리고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에 바라는 점은?
목사님 생전에 여러 차례 직접 뵌 적이 있습니다. 이번 집회를 준비하면서도 늘 목사님의 ‘꿈을 비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목사님은 ‘소중한 일을 꿈을 비는 마음으로 이루어 내자’, ‘성과는 누가 가져가든 신경쓰지 말자’는 말씀을 자주 하셨지요. 현재 사회활동하는 사람들 모두가 꼭 마음에 새겨야 할 말씀입니다.
기념사업회가 목사님의 활동을 사회적으로 더 널리 알리는 데 힘을 쏟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와 어린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늦봄 문익환’을 만들어가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후원회원으로서 목사님의 섬세함과 결단력을 널리 알려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이제는 기록과 확산의 시간”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비상행동은 시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시켰고, 광장에서 사회대개혁에 관한 다양한 의제를 최대한 모았습니다. 구체적인 방안에는 사소한 차이가 있었지만, 모든 과제가 소중하다는 점에는 생각을 함께 했습니다. 이후 활동은 각 단체가 자신들의 역사성과 정체성에 맞게 계속 매진하되, 함께할 것은 함께하고, 각자 할 것은 각자 해야 한다고 봅니다.
비상행동의 향후 방향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제 거대한 조직인 비상행동은 해소하고,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배운 시민의 힘, 사회대개혁 과제, 연대의 위력 등을 간직한 채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상행동과 시민의 위대한 활동 기록을 자료화하고 열람할 수 있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광장의 감격을 영상으로 언제든 볼 수 있고, 현장에서 논의된 쟁점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평화로운 광장으로 돌아가도 그 의미가 시민 개개인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정리: 박에바>
월간 문익환_<늦봄통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