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익환_<이 한 장의 사진>
문동환·문혜림 공동체 상징물 (2025년 8월호)
1. 수도교회와 지게꾼 (1967~1974)
깨진 지구를 짊어진 나무꾼의 지게는 문동환이 디자인한 수도교회 상징. 개인의 구원과 기복만을 비는 신앙을 넘어서, 이 세상의 아픔에 동참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예배 마지막 축도(목사의 축복기도) 때는 뒷문을 활짝 열고 전 교인이 뒤로 돌아서서 눈을 뜨고 세상을 향하게 했다. 동환의 도전적인 목회에 청년들이 들썩였고, 새벽의 집 공동체가 시작되었다.
2. 새벽의 집과 떠오르는 해 (1972~1980)
‘나’ 대신 ‘우리’, ‘물질’ 대신 ‘생명’을 소중히 하는 새로운 내일의 소망을 품은 공동체를 떠올리며 문동환은 지평선과 산 위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렸다. 이 그림을 본 김재준 목사가 즉석에서 ‘새벽의 집’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김재준 목사가 써준 “새 인류, 새 공동체”라는 글귀와 떠오르는 해를 그린 심볼은 거실 늘 벽에 붙어 있었다. 식구들은 한동안 자신의 성씨 대신 이름 앞에 ‘새’를 붙여 새동환, 새혜림 이라 서로를 부르기도 했다. 그리스도 안에서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우리.
3. 갈릴리 교회와 열두 십자가 목걸이 (1975~1980)
3.1 민주구국선언 사건 당시 만들어진 예수와 열두 제자를 상징하는 큰 십자가와 열두 개의 작은 십자가 목걸이. 문혜림은 미국에서 이 목걸이를 보고 3.1 사건으로 투옥된 갈릴리교회 구성원 12인을 떠올리며 구입해왔고, 국내에서 재제작해 판매하며 기금을 마련했다.
갈릴리는 가난한 민중이 사는 곳으로, 부활한 예수가 다시 찾은 장소이기도 하다. 갈릴리교회는 박정희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민중신학을 태동시킨 곳이기도 하다.
4. 3.1 민주구국선언 사건과 보라색 빅토리숄 (1976~1980)
고난과 승리를 상징하는 보라색 털실로 뜬 V자 모양 숄이다. 3.1 사건 부인들은 면회나 영치물을 넣기 위해 교도소에서 긴 대기 시간을 보낼 때마다 숄을 떴다. 부인들은 한 코씩 뜰 때마다 ‘민주회복’을 기도처럼 외웠다. 숄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만 개의 코를 떠야 하는데 혜림은 이 숄을 선물하거나 해외에 판매하면서 만 명의 기도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보라, 보라, 짙은 보라 색으로 떴으며 판매 기금은 재소자들을 위해 사용하였다.
5. 두레방과 껴안은 여인 (1986~1992)
한복을 입고 서로를 껴안고 있는 두 여인은 자매애와 서로 돌봄을 상징하는 두레방 상징으로 문영미가 디자인했다. 어느 민중미술작가가 만든 강강술래하는 여성들을 그린 작품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한복은 한국여성의 정체성을 보여주며, 기치촌 여성들에게 친정같이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이 담겨있다. 여성들의 편에 서서 싸우고 가슴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들어준 문혜림을 여성들은 엄마처럼 여겼다.
<글: 문영미>
월간문익환_<이 한 장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