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아카데미 칼럼>

5강 북한이탈청소년(조명숙) (2025년 9월호)

진보가 탈북자 인권을 이야기하고,
보수가 평화적 통일을 이야기하는,
내가 꿈꾸는 그날이 가까워진 듯… 

[2025 늦봄 평화·통일 아카데미 칼럼] 조명숙 여명학교 교장
 
◇지난 6월 17일 전태일 기념관에서 열린 2025 늦봄 평화·통일 아카데미에서 조명숙 교장이 강의를 하고 있다. 
 

나는 지난 6월 17일 전태일 기념관에서 늦봄 문익환 기념회에서 주관하는 늦봄 평화-통일 아카데미에 강사로 강의를 하였다. 늦봄의 존재감이 주는 무게감과 더불어, 강의 장소인 전태일 기념관의 무게감까지 더해 나는 다른 어떤 강의보다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는 뭔가 가슴 찡한 느낌이 올라왔다. 

나는 90년대 초반부터 외국인 노동자들을 돕는 일을 했었다. 그때 외국인노동자들의 존재감은 적었기에 우리는 노동절이나 11월 13일 전태일 열사가 사망한 날에 노동자 대회가 열리면 그 날 외국인 노동자들과 참석하여 그날의 의미를 이야기해 주곤 하였다. 그리고 90년대 후반부터 중국과 북한의 국경에서 탈북자들을 만나 너무나도 열악한 동포의 모습을 보며 외국인 노동자에서 탈북민들을 돕는 일로 전환하였다. 

초창기 탈북민들은 누구나 문익환 목사님과 임수경에 대해 내게 물었다. 그들이 무사한지 그 가족들이 안전한지를 물었던 것이다. 그때 나는 한국의 법이나 행정적인 절차로 인해 그분들이 약간의 불편함을 겪겠지만 곧 회복될 것이며 역사와 국민들은 문익환 목사님과 임수경씨를 “통일의 물꼬를 튼 사람”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에 탈북민들은 북한같으면 소리소문없이 모든 가족들이 사라졌을 것이라며 이야기했다. 그들은 탈북과 동시에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산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로서 “남북한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시대가 언제 오겠느냐?”며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이 벌써 보고싶다며 울었었다. 

한국 사회에서는 탈북자 문제와 통일에 대한 시각이 진보와 보수의 차이가 극명하다. 보수는 북한정권에 핍박받는 북한 인민 및 탈북자 인권에 집중하고, 진보는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며 평화와 통일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미워도 북한정권과 논의해야 하기에 북한인권에 대해 간과하는 듯 했다. 

내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돕던 때에는 내 주변에는 주로 진보적인 사람들과 함께 일을 했었는데 탈북자들을 도울 때에는 주변이 온통 보수적인 사람들이었다. 나는 보수나 진보가 모두 함께 하는 것이 평화고 또 통일의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혼자 꿈꾸곤 하였다. 진보적인 사람들이 탈북자들의 인권을 이야기하고, 보수적인 사람들이 북한 정권과 평화적인 통일의 방법을 논할 수 있기를 바랬다. 

그러다 6월 17일 전태일 기념관을 들어서며 늦봄 문익환 기념회의 평화-통일 아카데미 강사로 회원들 앞에 서며 내가 꿈꾸던 그날이 가까워 진 것 같아 가슴 찡한 느낌이 올라왔던 것이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신 늦봄 문익환 기념회에 감사를 드린다. 
 
 
※조명숙
외국인 노동자 피난처 간사를 하다 탈북민 구호를 위한 ‘통일강냉이’ 단체에서 간사로 일했다. ‘피난처’와 ‘자유터’를 설립해 활동하다가 2004년부터 여명학교에 합류해 2021년부터 여명학교 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2014년 통일문화 대상을, 2023년엔 우당 이회영 기념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사랑으로 행군하다』 『여기가 당신의 피난처입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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