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아카데미 칼럼>

6강 난민과 세계평화 (라연우) (2025년 11월호)

“태어난 곳은 알레포, 고향은 제주”
누군가에게 ‘고향’이 되어 주는 사회가 우리 모두의 희망

[2025 늦봄 평화·통일 아카데미 칼럼] 라연우 (통번역가/활동가)
 
◇지난 6월 24일 전태일기념관에서 “태어난 곳은 알레포, 고향은 제주”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한 라연우 강사
 
 
지난 6월 24일, 저는 “태어난 곳은 알레포, 고향은 제주”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이 강의는 난민 문제를 보다 개인의 이야기와 현실 속에서 이해해보고자 마련되었으며, 시리아에서 한국에 이르기까지 저의 여정과 함께 한국 사회가 마주한 난민 문제를 이야기했습니다.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시리아 내전

시리아 내전은 저와 제 가족, 그리고 수많은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민주화를 외치던 ‘아랍의 봄’은 곧 독재정권의 탄압, 종파 갈등, 끝없는 무력 충돌로 이어졌고, 도시와 사람들, 삶의 터전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결국 저도 군대 징집과 억압을 피해 나라를 떠나야 했고, 2012년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난민 심사와 오랜 기다림 끝에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고, 2020년에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두려움과 낯섦의 대상 ‘난민’

강의에서는 시리아의 상황뿐 아니라 ‘난민이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난민은 본인의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결단으로, 누구든 언제든 난민이 될 수 있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난민은 여전히 두려움과 낯섦의 대상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특히 예멘 난민 사태와 제주 사례는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고, 언론이 부정적 이미지를 부추기기도 했습니다. 난민이 범죄자이거나 문화적 충돌을 일으킬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은 공존을 가로막는 큰 벽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다문화 다인종 사회로

그러나 현실은 이미 한국이 다문화, 다인종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독일은 과거 혈통 중심의 사회였지만 이제는 시민으로서의 가치를 공유하며 난민과 함께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가 심각한 한국 사회에도 이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이들이 ‘우리’가 되는 길은 제도적 개선뿐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고 돌보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난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강의 말미에는 “누구든 난민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두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난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결국 이 시대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물음이라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 안에서 저도 여전히 ‘이방인’일 때가 많지만, 동시에 저의 고향은 이제 제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고향’이 되어 주는 사회가 우리 모두의 희망이 아닐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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