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늦봄의 서재>
임길택 『탄광마을 아이들』 (2025년 12월호)
늦봄 “이 시들을 손주들에게 읽히고 싶군요”
늦봄은 75세인 1992년 7월 21일, 봄길에게 보낸 옥중 편지에 동화 작가 임길택에게 보내는 편지를 덧붙였다. 1976년 58세로 감옥생활을 시작한 늦봄에게 1992년은 수감생활의 마지막인 6번째 구속이었다. 그때 당시 갇혀있었던 안동교도소에서 보낸 편지다.
늦봄은 봄길에게 성근이 진행하는 프로 「그것이 알고 싶다」에 대한 이야기, 성근이 출연한 연극 ‘칠수와 만수’는 언제까지 하는지 등 짧은 안부를 묻고, ‘오늘은 경남 거창군 중앙리 궁전아파트 603호에 사시는 임길택이라는 분에게 편지를 써야겠군요. 어린이 읽을 감으로 쓴 “윤동주”라는 책을 보내면서 이것저것 문의한 것들이 있어서,’ 라면서 임길택에게 보낼 편지를 언급했다.
아마도 임길택이 늦봄에게 『정진구 인물 이야기 윤동주』(산하/1992.2.1.)를 보내며 내용에 대해 질문을 한 것 같다. 늦봄은 대체로 정진구의 책을 칭찬하면서 단, 명동을 떠나게 된 원인은 중국 마적단 때문이 아니라 사회주의 세력과 비기독교 지식층의 유입이었다고 정정한다.
임길택(1952~1997)은 동화작가로 강원도 탄광마을과 산골 마을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사북초 아이들과 만든 학급 문집 <나도 광부가 되겠지>는 탄광에서 일하는 아버지, 고단한 어머니의 삶들이 숨김없이 기록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어 아이들이 쓴 시 112편을 엮은 시집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보리)는 뮤지컬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늦봄은 임길택에게 동주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월간 중앙』 1976년 4월호에 동주에 관한 글을 썼다면 찾아서 읽어보라고 한다.
임길택과 관련된 옥중 편지는 1990년 5월 24일에 봄길에게 보낸 편지 마지막에 “임길택 시집 『탄광 마을 아이들』을 손주들에게 읽히고 싶군요.”로 끝맺음한다.
이 한 줄의 글에 가슴 뭉클해진다. 손주들에 대한 사랑과 손주들이 이 시집을 보는 모습이 그림처럼 그려진다.
<글: 박영옥>
월간 문익환_<늦봄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