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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장의 엽서: 네덜란드에서 온 편지 (2026년 1월호)
‘네덜란드 화가’ 에셔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양심수에게 편지보내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네덜란드의 친구로부터 온 엽서.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
앰네스티 ‘양심수에게 편지보내기 캠페인’
이 엽서는 1990년대 국제 앰네스티가 벌였던 ‘양심수에게 편지보내기 캠페인’ 의 일환으로 문익환에게 보내진 편지다. 내용으로는 “안녕 하십니까? 몸조심 하십시요 힘을 내십시요 안녕, 네델란드의 친구로 부터.........”라고 익숙지 않은 한국어가 적혀 있다.
내용과 함께 타자기로 적힌 영어는 주소이고 우표와 소인, 그리고 엽서의 왼쪽 상단에 ‘M. C. ESCHER, SKY AND WATER I’ 이라고 쓰여 있다. 이는 엽서에 있는 그림을 그린 화가와 그림 제목이다.
수학자와 과학자에게도 유명한 네덜란드 화가
엽서에 나와 있는 화가의 이름 ‘M. C. ESCHER(1898~1972)’는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의 약자로, 네덜란드의 예술가다. 에셔는 미술계만이 아니라 수학자와 과학자들에게도 유명한 작가이다. 그 이유는 엽서에 실린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림에는 검은색 새와 흰색 물고기가 마름모꼴로 배치되어 있는데 동일한 형태가 반복되는 것 같으면서도 가운데를 중심으로 새의 형상과 물고기의 형상이 옆으로 퍼져 나갈수록 분명해진다. 이 작품은 ‘테셀레이션(tessellation)’ 기법을 활용한 것으로, 테셀레이션은 여러 가지 도형이나 사물들을 같은 모양으로 반복해서 평면이나 공간 전체를 빈틈없이 채우는 것을 의미한다. 에셔는 어느 날 스페인 여행을 하던 중, 14세기에 지어진 알람브라 궁전의 벽과 바닥 모자이크의 규칙적인 기하학적 문양을 보고 영감을 얻어 작품들을 만들었고, 점차 2차원 평면에서 선을 이용해 3차원 입체감을 표현하는 환상적인 그림들을 창작했다. 에셔는 작가활동 초기에는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1950년대에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그의 평면을 규칙적으로 분할하는 테셀레이션 작품들은 당대 수학자들이 고민하던 개념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많은 수학자,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네덜란드의 친구로부터 온 엽서 뒷면에는 화가의 정보를 알려주는 내용이 담겨 다.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
네덜란드에서도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의미?
연락을 할 때 전화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요즘과 달리 과거에는 편지가 대표적인 수단 중 하나였다. 편지에 사용할 편지지를 고를 때도 현대 사람들보다 정성을 들였을 것이다. 그래서 본고에서는 엽서에 그려진 그림에 주목해 소개해 보았다. 이 편지를 문익환에게 보낸 이가 어떤 생각을 하며 편지지로 엽서를 골랐을지는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예술가인 에셔의 그림이 들어간 엽서를 외국인인 문익환이 받아보았을 때, 네덜란드에서도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마음을 전달할 수 있도록 내용과 어울리는 편지지를 골랐을 것이라고 감히 추정해본다.
<글: 샛별>
[참고자료]
Escher IN HET PALEIS
한경 arte – ARTIST ARCHIVE
The Guardian - The impossible world of MC Escher
샛별
그림을 보는 걸 좋아해서 다른 사람에게 그림 보여주는 것을 업으로 삼은 지 5년이 가까워지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