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보존연구실 601호> (2026년 2월호)

3.1구국선언 50주년 맞은 복식 유물

반백년 세월의 때를 한올 한올 복원하기   



안녕하세요. 점점 연구실다운 면모를 갖춰가는 보존연구실 601(가상공간)입니다. 3.1민주구국선언 50주년을 맞아 사건과 관계된 복식 유물을 살펴보겠습니다. 

 
◇문익환 목사의 갈색 수의. 수감번호 6943번이 달려있다.

 
문익환 목사는 ‘3.1민주구국선언문’ 초안을 작성하여 ‘긴급조치9호(비방금지)’ 위반 혐의로 만 57세에 첫 감옥을 경험합니다.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가 소장한 문익환 목사의 갈색 수의(囚衣)는 수감번호 6943번을 달고 있는데요, 바로 첫 감옥 서울구치소(서대문)에서 배급받은 것입니다.  형행법시행령(1969~1979)에 따르면 실내의, 작업의를 1벌씩 계절에 맞게 급여한다고 했으니 서울구치소 재소 시기 3~8월에 맞는 봄, 가을용 실내복쯤 되겠습니다. 재소자가 석방될 때 수의를 지참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나 입고 나올 변변한 옷이 없던 탓에 전주교도소에서 수의를 입은 채 출소하여 소장하게 된 역사적인 사료입니다. 
 
“그날[1977년 12월 31일] 찍은 사진에 자유의 새벽이라고 쓴 거 보니까 새벽이야. 아무런 기별을 못 받았으니까 제대로 입고 나올 옷도 못 넣어줬거든. 그랬더니 수감자 옷을 그대로 입고 나오셨더라고. 그마저도 작아진 것을 입고는…” (정경아, 『봄길 박용길』 중에서)

 
다음은 감옥 밖에서 싸운 여성들의 활약을 보여주는 보라색 원피스와 빅토리숄입니다. 민주인사들이 감옥에서 투쟁할 때 여성들은 의상과 소품을 제작하여 재판날마다 퍼포먼스를 곁들인 시위를 계획했습니다. 기독교에서 고난과 승리를 상징하는 보라색으로 색을 맞추었습니다. 
 
◇1976년 6월 시청앞에서 열린 구속자 가족들의 시위. 저항의 상징으로 보라색 한복을 맞춰 입었다.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
 
 
◇빅토리숄.

 
박용길의 보라색 원피스 왼쪽 주머니에는 남편의 전주교도소 수번 2020을 작은 구슬로 장식했습니다. 빅토리숄은 시위용품이면서 무연고 재소자들을 구호를 위한 판매물품이기도 했습니다. 여성들은 길고 긴 대기 시간 틈틈이 코바늘과 실을 손에서 놓지 않고 ‘민주회복’을 되뇌이며 부지런히 한 코 한 코 떠 나갔습니다. 
만든 지 40여 년이 지난 의복류는 세월의 때가 묻고 재질이 약해지고, 모양이 조금 틀어져 있었습니다. 2018년 통일의집 재개관 기념전시를 위해 복식 유물 전문가인 채정민 학예사(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에게 보존처리를 의뢰했습니다. 

보존처리는 보관상태가 아주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오염을 제거하고 형태를 바로잡아 관리 및 전시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했습니다. 당시 처리 작업을 채 학예사는 다음과 같이 기억합니다.    
 
◇의류를 포함한 직물 사료를 살펴보는 채정민 학예사(오른쪽에서 두번째)

 
“대부분 근현대 유물이라서 처리 전에 필요한 자료들을 열심히 찾아보고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문 목사님이 제가 다니던 대학을 방문하셨을 때 연설을 참관한 적도 있어서 느낌이 남달랐지요. 앞으로도 유품이 잘 보존되어서 많은 분들과 함께 그 가치를 오래도록 나누었으면 합니다. 그게 제 임무이기도 하고요.”

 
한 땀 한 땀을 복원할 뿐 아니라 그 가치까지 되살리는 복원가의 전문성에 경의를 표하며 그 결과물인 소중한 유물이 잘 있는지 확인하러 오늘도 수장고에 갑니다.

    
◇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 직원 대상으로 보존 교육을 실시하는 채정민 학예사(가운데)
 
<글: 박선정>   

[참고자료]
정경아(2020). 『봄길 박용길』. 삼인
채정민 외(2018). 『통일의집 소장 복식자료 보존처리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