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역적에서 통일꾼으로 1년도 안 걸리더군”
늦봄은 투옥 중 송기숙과 편지를 주고받기도 하고, 봄길에게 송기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1990년 6월 22일 전주교도소에서 봄길에게 보낸 편지에는 녹두장군을 읽기 시작했으며, 송기숙 교수의 익살스러운 모습이 떠오른다고 한다.
1992년 7월 6일. 안동교도소에서 송기숙에게 보낸 편지는 ‘마냥 거칠기만 한 사내 이름이 어쩌면 그렇게 여성적인 이름인지’로 시작하는데 이를 보면 두 분의 사이가 격의 없음을 알 수 있다. 이어 『녹두장군』을 읽고 난 감상으로 주인공 ‘전봉준 장군이 난적에서 혁명가로 명예 회복하는 데 한 세기가 걸렸는데, 나는 역적에서 통일꾼으로 회복하는 데 일 년도 안 걸리더군요.’ 라며 역사의 빨라진 템포를 실감한다고 전한다.
이어 시인은 소설가들 앞에서 주눅이 드는 때가 있는데 이는 소설가들은 사실을 다각도로 조명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시인은 그 점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한다.
늦봄은 1990년 6월부터 『녹두장군』을 읽기 시작해 1~9권까지 읽었고, 이날 편지에서 나머지 3권이 곧 나올 때가 됐는데 기다려진다고 한다.
송기숙은 『녹두장군』을 쓰기 위해 동학농민전쟁 전적지를 찾아다니며 지명을 확인하고, 현장을 관찰하고, 그 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구전을 듣는다. 그리고 12권을 한꺼번에 발간한 것이 아니라 1989년 10월에 시작해서 1994년 1월까지 4년 3개월 만에 끝낸다.
늦봄은 1994년 1월 18일에 돌아가셨는데 12권을 다 읽으셨을까?
<글: 박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