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정신력으로 살아가시는 어머니

어머님께

 

어머님은 시할머님, 시어머님이 한꺼번에 꿈에 보이면 좋은 일이 있다고 하셨지요? 전 어제 새벽에 두 분을 뵈었습니다. 물론 꿈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무슨 좋은 일을 마련해 주셨는지 궁금합니다. 

오늘 아침에는 우리 집 복덩이 선희 내외와 문규, 영규와 같이 북경에 있는 어느 교회로 예배보러 간 꿈을 꾸다가 깨었습니다. 예배 인도하는 사람 없이 순서만으로 진행되는 아주 경건한 예배였습니다. 일제시대 배급이 나와서 제비를 뽑게 되면 선희를 보내곤 하셨지요. 선희만 가면 잘 뽑는다면서. 그 선희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같이 교회에 가서 경건한 예배를 드렸으니, 이것도 좋은 꿈 아니겠습니까?

어제는 오랜만에 채원이를 만나나 했었는데, 채원이는 성근이만 만나고, 저는 성심이와 어지나를 만났습니다. 채원이 모든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헤쳐나가느라고 야위지나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들 가운데서는 제일 약하던 의근이가 제일 무병하고, 며느리 가운데서 제일 약해 보이던 성심이가 그렇게 건강하니 얼마나 고맙습니까? 접견실 분위기여서 그런지 시원이는 아주 새침해 있었습니다. 기분이 좋을 리가 없지만.

저번 날 어머님 뵙고 어머님은 지금 99% 정신으로 살아가신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 정신 앞에 머리를 숙이면서도, 가슴은 면도날이 긋고 지나가듯 아팠습니다. 감옥에 있는 이 아들의 가슴이 아프지 않도록 건강에 유의해 주십시오.

오늘 저도 마음으로 어머님 옆에 가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신도들의 그리운 얼굴들이 눈앞에 선합니다. 이렇게 떨어져 있으니까 그분들의 기도가 더욱 뜨겁게, 더욱 간절하게 느껴집니다. 그분들의 기도를 생각해서라도 건강해야 하고. 만사에 최선을 다해야지요. 기도하면서. 

 

아들 드림.

 

선희야

 

오늘 새벽에 너무 생생한 꿈이었다. 좀 걱정이 되었었는데, 안심이 되었기에 그런 꿈을 꾼 거겠지. 영금이네가 떠나서 많이 허전하겠구나. 발바닥은 그 후로 해보면 해볼수록 효과가 틀림없다는 확신이 서니까, 열심히 해라. 손톱도 너무 아프지 않게 자근자근 눌러 주어라. 그리고 새 치료법 하나. 가운뎃손가락 두 끝을 지긋이 대고 한참씩 있어 보아라. 뇌경락뿐 아니라, 모든 경락에 스위치를 넣듯 전기가 돌아가게 하는 작용을 하는 걸 나는 느낀다. 특히 식후에 가만히 누워서 두 손가락 끝에 대고 있으면 좋다. 음식을 먹으면 우선 위경락이 가동하는데, 뇌경락까지 가동시키면 효과가 배가(倍加)해. 대고 있으면 손가락 끝에서 찌링찌링 전기를 느끼게 될 거다. 그리고 그게 전신에 파급되어 가고.

동경에서는 문규 큰아버지 대접을 잘 받았다. 큰어머니는 전화로라도 목소리를 들을까 했는데 실패했고, 섭섭했지. 달현이, 선희 병 치료를 나 대신 잘 해줘요. 그대로 하면 낫는다는 걸 확신하니까. 문규, 영규도. 영규는 의학도니까 엄마 치료를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외삼촌 씀

 

당신께

 

건강법 책을 쓰고 싶어도 이렇게 자꾸만 새것을 발견하다 보니 손을 대게 되지 않았는데, 저번 날 당신의 말을 듣고 진주에서 쓴 걸 다시 정리하는 일이라도 해야겠다고 싶어서, 그 일을 시작했어요. 시작이 반이라고, 이제 슬슬 하다 보면 좀 빨라지겠지요.

김신용의 “버려진 사람들”이라는 시집, 김남주의 “사랑 법” (이 책은 집에 있을 텐데), 내 시집도 보내주시오. 오늘 한겨레 신문에 임동국 씨 사진과 인터뷰가 나와 있어서 얼마나 반가웠던지, 축하 전화를 해 주세요. 그러면 내일 만납시다.

 

사랑

 

동생 가족과 함께 예배드린 꿈 이야기를 하며 어머니와 동생에게 건강에 유의할 것을 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