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의 채찍

호근에게

 

민족 음악 예술 운동으로 정신없이 뛰는 네 모습 보는 듯하다. 전일 연대 모임은 어떠했는지? 성공이었기를 바란다. 

요새 바우가 좀 외로워한다는 네 에미의 말을 듣고 붓을 들었다. 예전에는 부모가 동무가 되어주지 않아도 형제들이 많아서 외롭지 않았는데, 바우는 하나니까 너희가 벗이 되어주지 않으면 부모가 살아 있으면서도 천애 고아가 되기 십상이구나. 걔는 몸이 무거워서 그런지 나가 친구들을 사귀지도 않고 하니까 더욱 문제인 거 같구나.

내가 우리 가문 여섯 대를 두루 살펴보아도 바우 같은 놈은 없다. 너도 주변의 어린이들뿐 아니라, 네 친구들의 세계를 돌아보아도 그만큼 한 그릇은 별로 눈에 띄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바우가 상처를 입지 않고 늘씬하게 싱싱하게 자라도록 하는 일이 어쩌면 하늘이 우리 가문에 맡겨주신 가장 큰 사명인지도 모른다. 바우가 장손이라서가 아니다. 그놈은 유별난 놈이다. 나도 사람을 많이 보아왔지만, 아직 그만한 놈은 못 봤다.

너의 인생, 너의 예술도 중요하지만, 바우의 인생은 너에게 더없이 큰 책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물론 은숙이와 같이 져야 하는 책임이지. 바우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은 나도 용서할 수 없지만, 바우를 너희에게 맡겨주신 하늘도 용서 못 하는 일이다.

그 대신 바우를 잘 키워서 큰 그릇으로 만든다면, 네가 네 인생을 빛나게 값있게 사는 것에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큰 일로서 하늘이 기뻐할 일이라고 나는 믿고, 너희 두 사람에게 격려의 채찍을 휘두르고 싶구나.

너도 무던히 재간이 있고, 그 재간을 현실에서 꽃피우기 위한 추진력이 대단하다는 걸 나는 아낌없이 평가한다. 그러나 인간의 크기라는 점에서 바우는 너의 열 배는 넘을 거라고 생각한다. 바우의 생애는 결코 실패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네 생의 설계의 한 복판에 바우를 들여앉혀야 할 거다. 우선 너희 둘이 바우를 데리고 나들이라도 한 번 하고 그 소식을 전해다오.

편한 마음으로 징역을 살게 해다오. 한 오라기 걸림 없이 통일운동을 신나게 하도록 해다오. 제발 부탁이다. 작년에 동해바다에 갔더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는데, 올해에 바우를 데리고 강릉쯤에 며칠 다녀오너라. 바우가 버스 멀미를 하니까, 비행기로 가야 할 거다. 그리고 가면 편리를 봐줄 사람이 많이 있을 거다.

 

아비 씀

 

 

손자 바우를 더 신경써서 잘 키울 것을 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