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친척들

(강)춘희 형님 내외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그런데 아들 신철이한테 가셨다가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었는데, 지금은 어떠신지 퍽 궁금합니다. 순조로이 건강이 회복되셔서 여행도 즐기실 정도였는데, 어떻게 그리 되셨는지 몹시 걱정이 됩니다. 속히 원상회복이 되시기를 빌 뿐입니다.

아우는 철이 좀 덜 들어서 잠꼬대 아닌 잠꼬대를 하면서 평양에 갔다 왔습니다. 우리 같이 다니던 숭실학교 옛 터전은 찾을 길 없었습니다. 축구 응원하러 가던 운동장은 예전 자리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천지개벽했다면 그건 보통강변일 겁니다. 최고급 음식만 계속 먹었지만, 부벽루로 올라가다 오른쪽 대동강가에 있는 옥류관 냉면 맛이란, 이건 천하일품이었습니다. 형님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재판 과정을 통해서 민족 문제를 전 국민이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개진하려고 합니다.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나를 그렇게 매도하던 언론 매체들이 나의 참 목소리를 거의 전하지 않습니다만,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가는 거니까 그거나 믿어 보는 수밖에요. 한겨레 신문이 잘해 주니까 나로서는 별 불만이 없습니다. 나의 모두(冒頭) 진술을 월간 중앙이 비교적 잘 실어 주어서 기뻤습니다. 좋은 소식을 기다리면서.

 

아우 익환

 

큰이모님께,

 

그동안 용길에게 보내주신 글월 두 장 반가이 받아 읽었습니다. 날마다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시는 줄 믿습니다. 저는 지금 더없이 건강합니다. 모두들 놀랄 정도이니까요. 최악을 최선으로 살아가는 믿음의 길을 열어주신 하느님께 감사, 감사,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평양에 갔다는 소식을 어디서 아셨습니까? 굉장히 쇼크 받으셨지요? 모든 일이 잘 풀려가리라고 믿으며 최선을 다할 겁니다. 검사와 공방전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담담하게 통일 문제를 민족 앞에 펼쳐 보이는 거죠. 이모님의 만년은 그야말로 축복이시군요.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친손 외손 찾아 다니시느라고 즐거운 비명이시지요? 지금은 아무에게나 편지를 쓸 수도 있고, 아무에게서라도 편지를 받을 수 있으니까,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신문도 읽을 수 있구요. 조카들 편지라도 받아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언제나 뵈올 수 있을는지요? 저의 시집 『두 하늘 한 하늘』과 옥중 서간집 『통일을 비는 마음』 읽으셨는지요? 소감이라도 적어 보내 주시면, 저에게는 더 없는 격려가 될 것입니다. 뵈올 날을 기다리며.

 

익환 드림

 

당신께

 

어제 아침부터 전날밤 깬 수박이 맛이 가지 않아 먹을 수 있더군요. 가을 바람이 떨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오늘은 시원히 비가 쏟아지는군요. 오후에는 박원순 변호사님이 왔다 가셨구요. 소식을 들어 알겠지만, 김남주 시인이 왔었는데, 부인만 허락이 되어서 그냥 들어오고 말았지요. 어제는 윤수경(주:한빛교회 교인)이 찡하게 눈물을 보였어. 눈물은 아파도, 눈물은 피눈물이어도, 왜 이슬처럼 수정처럼 맑기만 할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너무 고운 마음, 너무 뜨거운 마음, 건강해야 할 텐데. 수경이가 호근이와 동갑인 것은 천만 뜻밖이었군요. 요새는 문칠이, 문숙이 집에 다 있어서 사람 사는 집 같겠군요. 내일은 안 오면 좋을 텐데, 헛 걸음하지 않게. 그럼 또. 

 

당신의 사랑

 

카나다에 있는 동서, 미국에 있는 처형에게 보낸 안부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