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된 조국이 LA 교민들을 모멸당하지 않게 해

 당신께

 

캐나다 여행이 좋았겠지요. 반가운 사람들은 뉴욕 못지않게 캐나다에도 많이 있으니까. LA에도 반가운 사람들이 꽤 있지요. 모두에게 문안 전해 주시오. 그 어려움을 겪은 LA의 교포들에게 나의 뜨거운 격려를 전해 주시오. 나의 인생 철학 “모든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최악을 최선으로”, 이 철학이 그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LA 교민들, 그 최악의 시련이 미국에 있는 억울한 소수 민족의 옹호자로 나서는 빛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최악이 최선이 되는 거죠.

또한 분열되었던 교민 사회가 하나가 됨으로써 LA의 교포 사회에서 명실상부한 민족통일이 이루어진다면 더없이 큰 보람이 될 것이구요. 분열된 민족, 분단된 조국이 교포 사회에 얼마나 무거운 십자가였을까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 오는군요. 서로 갈라져서 반목질시하고 서로 헐뜯는 모습이 다른 민족에게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었을 테니까요. 통일된 조국, 건전하고 빛나는 조국, 자랑스러운 조국만이 다른 민족의 모멸을 받지 않고 존경을 받는 길일 테니까요. LA의 교포들, 그 어려운 시련을 겪은 LA의 교포들이 민족 통일운동의 기수가 되어 달라고 호소해 주시오. 나의 간절한 소원이니까요.

지난 토요일로 건강에 관한 책 집필이 끝났거든요. 내가 밖에 있었더라면 손도 못 댔을 텐데, 어쩌면 나의 생애에 가장 보람 있는 일이 아닐까 싶군요.

어제는 김상현 의원이 왔다 갔지요. 방국진 씨하고 호근이, 은숙이도. 은숙이 간이 완쾌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서광태에게 가서 간검사를 받았더니, 균이 전혀 나오지 않고, 손바닥의 간혈 아프던 것도 통증이 가셨다는군요. 간 치료에 특효가 있는 혈을 찾은 것 같아, 또 하나 개가를 올린 셈이군요. 김상현 씨는 20년 만에 원대복귀를 했다는군요. 그동안 겪어온 일들이 그를 한층 성숙하게 할 거라고 기대되는군요.

이 편지가 배달되는 집이 박원순 변호사의 집인가 보죠. 나의 변호를 맡아 수고하셨는데 거기 가서까지 신세를 지다니, 나 대신 고맙다는 인사를 해주시오.

요새 여기는 가물어서 농민들의 가슴을 태우고 있지요. 한 주일 뒤면 장마가 시작된다지만. 반가이 만날 날을 기다리며.

1992. 6. 18. 당신의 사랑 늦봄

 

  편지는 미주를 여행중인 박용길 장로에게 보낸 것이다. (편집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