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문 일면 활자들이
당신의 눈물로 흥건히 씻겨 내리네
그건 서러운 눈물이 아니네
피멍 든 서러움 밀어내는 눈물이네
통일의 문 삐걱 열리는 소리에
목울대 울컥 밀어올리는
뜨거운 뜨거운 눈물이네
5면에선 평양 땅을 밟고 온
어린애 같은 늙은 시인이
당신의 눈물에 감전되어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리네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느꼈던 바에도
당신의 눈물에 서늘히 씻겨 내리네
<1989. 6. 17.>
🔗한겨레 1989년 6월 17일 자, 오늘 이 땅의 시지프스, 문익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