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이야기]
모금과 배분, 두 바퀴로 달리다
한국여성재단
게시일 2026.06.08  | 최종수정일 2026.06.11

2002년 12월 6일, 한국여성재단은 하나의 중요한 결단을 내립니다. 정기이사회에서 한국여성재단으로의 전면적 조직 개편을 의결하고, 3년간 기금 조성을 이끌어온 한국여성기금추진위원회를 공식 해체한 것입니다. 이로써 재단은 명실상부한 독립적 공익재단으로서 새 출발을 하게 됩니다.

추진위원회가 3년간 이루어낸 성과는 13여만 명의 회원과 약 73억 원의 기금이었습니다. 당초 목표였던 1,000억 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규모였지만, IMF 경제 위기라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여성계와 각계각층이 힘을 모아 이루어낸 결실이었습니다.

기금을 모으는 일과 나누는 일은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재단은 기금 조성이 완료될 때까지 배분을 미루지 않았습니다. 3년간 조성한 78억 원의 이자수입으로, 2002년 한국여성재단은 처음으로 정기공모를 통한 배분사업을 시작합니다. 그 이름이 바로 '딸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업'이었습니다.

“설립 초기 기금 조성을 위해 애쓰는 한편, 배분사업도 미루지 않고 시작했다. 3년간 조성한 78억 원의 이자수입으로 시작한 2002년 성평등 사회 조성사업은 정기공모를 통해 45개 사업에 대해 약 2억 8천만 원(283,880,000원)을 지원했다.”

— 홍미희, 『여성의 미래를 펀딩하다』, 한국여성재단 20년의 기록 (2020)

첫 해인 2002년의 배분사업은 크게 두 영역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성평등 사회 조성사업 분야에 30개 사업 약 1억 9천만 원(193,070,000원), 소외여성복지사업 분야에 15개 사업 약 9천만 원(90,810,000원)이 지원을 받았습니다. 성평등 사회 조성사업 안에는 조사연구·정책개발, 국제여성활동 촉진, 성평등 문화, 여성인력개발, 지역여성활동 촉진, 여성운동 활성화 등 다양한 하위 범주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듬해인 2003년부터는 공모사업의 이름이 '성평등 사회 조성사업'으로 정착됩니다. 그해 결과보고서의 제목은 '나눔의 열매 — 2003 성평등 사회조성사업 결과보고서'였습니다.

“재단이 선호하는 사업이 아니라 단체의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을 지원하는 것, 그리고 단체들이 실질적인 예산 편성과 집행을 하게 할 것.”

— 당시 발간사 중, 박영숙 이사장

이처럼 재단은 단체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자 했습니다. 2009년까지 성평등 사회 조성사업과 소외여성복지사업은 별도 분야로 구분되어 공모가 진행되었으나, 2010년부터는 두 사업을 하나로 통합하여 '성평등사회조성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자유공모사업과 기획공모사업으로 구분하는 방식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이 사업이 지원한 단체들과 사업들의 목록은 단순한 기록이 아닙니다. 한 해 한 해 선정된 사업의 주제를 보면, 그 시절 한국 여성운동이 무엇을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했는지, 어떤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했는지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성평등사회조성사업의 역사는 곧 한국 여성운동의 이슈와 현안, 변화의 방향을 읽어낼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딸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배분사업의 이야기는 [지원이야기]에서 더 자세히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