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재단은 스스로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단체가 아닙니다. 시민들과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아, 성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여성단체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중간 지원 조직입니다. 한국여성재단의 미션은 바로 이것입니다.
“한국여성재단의 미션은 대중모금과 배분을 통해 여성운동단체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여성인권이 보장되고 호혜와 돌봄이 실현되는 성평등 사회의 실현을 앞당기는 것이다. 한국여성재단은 모금과 배분이라는 양 바퀴로 성평등 사회를 향해 달리는 마차와 같은 모습의 사회적 건축물이다.”
— 이숙진, 『여성의 미래를 펀딩하다』, 한국여성재단 20년의 기록 (2020)이 두 바퀴 중 하나가 바로 성평등사회조성사업입니다. 한국여성재단의 창립 취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구현하는, 재단의 가장 기본적이고 고유한 지원사업입니다.
1990년대 한국의 여성운동단체들은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외국 민간기금의 지원이 끊어지고, 1997년 IMF 경제 위기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정부의 여성발전기금이 있었지만 여성운동단체들의 필요를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한국 사회에는 아직 기부문화가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불특정 다수를 향한 대중모금은 오랫동안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가 1995년에야 겨우 허용될 정도였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여성재단의 창립 선배들은 대규모 기금을 만들어 형편이 어려운 여성운동단체들에게 재정적 버팀목이 되어주려 했습니다. 가부장주의가 뿌리 깊고 기부문화의 토양이 척박했던 시대에, 성평등을 위한 여성주의 대중모금을 시도한다는 것은 두 개의 험준한 산을 동시에 넘으려는 이중삼중의 도전이었습니다.
성평등사회조성사업은 매년 공모를 통해 전국의 비영리 여성단체 및 시설이 수행하는 성평등 사회 조성을 위한 사업을 선정하고 지원합니다. 정치, 환경, 인권, 노동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단체들이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는 자유공모사업을 중심으로, 재단이 시대의 필요를 읽고 먼저 방향을 제시하는 기획공모사업, 그리고 긴급한 여성계 현안에 즉각 대응하는 수시지원사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사업의 재원은 주로 시민들의 개인 기부금으로 이루어집니다. 기업의 사회공헌 후원이 용처를 특정하거나 협업의 형태를 취하는 것과 달리, 개인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성평등사회조성사업은 재단이 자율적으로 사업을 선정하고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상징하는 사업이기도 합니다.
한국여성재단은 지원단체를 '지원 대상'이 아닌 '파트너'라고 부릅니다. 재단이 선호하는 사업이 아니라 단체의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을 지원하며, 단체들이 실질적인 예산 편성과 집행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존중합니다. 이것이 한국여성재단이 창립 초기부터 지켜온 배분의 원칙입니다.
성평등사회조성사업이 지원한 사업들의 목록은 지난 20여 년 여성운동의 이슈와 현안, 변화의 방향을 읽어낼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매년 선정된 사업들을 보면, 그 시절 한국 여성운동이 무엇을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했는지, 어떤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했는지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2002년 '딸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2002년부터 2025년까지 총 470개 지원사업, 47억 5,000만 원을 지원하며 한국 여성운동의 든든한 지지대가 되고자 하였습니다.